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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갈매기’를 무대에 올리는 유리 부투소프. |
부투소프는 작품의 현대적인 해석과 과감한 연출로 ‘러시아 40대 연출가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 최고의 연극상인 황금마스크상과 스타니 슬랍스키상을 수상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이나 뷔히너의 ‘보이체크’,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핀터의 ‘파수꾼’ 등으로 러시아와 유럽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그는 2003년에도 한국 배우들과 예술의전당에서 ‘보이체크’를 선보였다.
부투소프는 그간 체호프의 작품을 연출한 적이 없다. 한국이 체호프를 선보이는 첫 무대인 셈이다. 체호프는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부투소프는 “체호프는 연극사의 첫 번째 부조리극 작가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는 의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냉혹한 작가였다”고 해석했다.
“체호프보다 더 어려운 작가를 만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겁니다. 다른 작가들이 다루지 않았던 인생의 진실을 단순 명료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에 체호프의 비밀이 있습니다.”
그는 “유리 부투소프의 ‘갈매기’는 어떤 모습인가”란 질문에 “연극이 다른 것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라며 “오늘 내 느낌을 무대에 올린다는 생각으로 연출에 임하고 있다”는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체호프의 4대극 중 하나로 꼽히는 ‘갈매기’는 은퇴한 여배우 아르카지나, 그의 정부인 소설가 트리고린, 아르카지나의 아들로 작가를 지망하는 트레플레프, 여배우를 지망하는 니나 등을 통해 실현되지 않는 꿈,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일상적인 삶 등을 이야기한다. 체호프는 숙명적으로 반복되는 시공간에 갇혀 기계적인 삶을 반복하는 인물을 그려낸다. 그의 인물들은 희망과 동경, 좌절과 고통 사이에서 번민하지만 끝내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부투소프는 군더더기를 싫어하는 연출 스타일로 이름이 높다. 번역과 협력연출을 맡은 김종원 경남대 교수는 “부투소프는 많은 모티브 중 나머지를 버리고 하나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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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갈매기’의 연습 장면. |
부투소프가 이번 공연에서 집중하는 테마는 ‘죽음’과 ‘어머니’다. 그는 “굉장히 개인적인 테마라 이 자리에서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연극을 본다면 이 테마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설명을 피했다.
이에 대해 메드베젠코로 출연하는 김경익은 “어머니는 탄생에서 큰 역할을 하고 죽음은 피할 수 없이 마지막에 만나는 것”이라며 “연출가가 인간 군상이 얽혀 사는 모양을 체호프의 언어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투소프는 러시아와 한국의 문화·언어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러시아와 한국 사람들이 세계관에 분명한 차이가 있고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런 차이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며 “한 단어를 갖고도 몇 시간을 고민하고,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글로 된 ‘갈매기’ 번역본이 12개가량 된다고 들었습니다. 12가지 중 어떤 것도 체호프가 말하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나의 체호프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아르카지나로 출연하는 정재은은 “극본이 많이 삭제되는데도 내용이 집약적으로 다 들어간다”며 “우리가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을 많이 넣었기 때문에 관객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배우 겸 탤런트 김태우가 트레플레프 역을 맡아 처음 연극에 도전한다. 남명렬 정재은 이호성 등 2004년 ‘갈매기’에 출연한 배우들과 김소희 장우진 김경익 등 중견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11월7∼23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80-1300
이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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