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은 은행으로 이동, 단타 열중 개미도 "차라리 귀 막고 눈 감고 살고 싶다"
직장인 A씨(32세)는 23일 주식시장 개장 직후 시세표를 보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꺼버렸다. 출근길 미국증시 급락 소식에 마음을 다져 먹고 나왔지만 출발부터 심상치 않자 이제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였다. 코스피지수 1,500~1,200에서 꾸준히 했던 `물타기'(주가 하락시 추가매입으로 매입단가 낮추는 행위)도 이제 포기했다.
"귀를 막는다고 안 들리는 건 아니고, 하루 이틀 지나면 수익률이 궁금해지겠지만 당분간 펀드, 주식과 담쌓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주가가 연일 폭락하자 투자자들의 절망이 극에 달했다. 코스피지수 세자릿대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 손절매고 저가매수고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장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필명 `친절세포'는 증권정보사이트 팍스넷에 "어찌어찌 주식 경력 10년 쯤으로 힘든 장도 많이 겪어봤지만 요즘 같은 장은 그야 말로 처음 보는 장이라 대처가 안된다. 패닉상태, 자포자기, 무대처로 일관하고 세상이 좋아지기만을 바라며 살고 있다. 새벽 미국증시 하락을 보고도 이 정도는 폭락이 아니라 그저 하락이라는 생각만 든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증권사 일선 영업점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굿모닝신한증권 광화문지점 박동명 차장은 "거의 포기상태다. 어제나 오늘이나 거의 매매가 없고 저가 매수도 실종됐다. 큰 소란도 없고, 1,000이 깨질 것 같냐는 문의 전화만 종종 온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대치역지점 문경식 부장은 "지난주부터 이어진 패닉으로 고객이 크게 동요하기 보다 그냥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미 지난밤 뉴욕증시가 폭락한 여파로 고객들도 시장의 공포를 감내하는 분위기여서 오히려 환매, 매도 문의전화는 더 줄었다"고 전했다.
자포자기한 대부분의 투자자와 달리 이른바 `큰손'들은 채권, 예금으로 이동을 선택했으며 일부 개미는 변동성 큰 장을 틈타 개별 종목 단타에 열중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IBK투자증권 자산관리사업부 김선열 상무는 "일부는 1,500선에서 환매했지만 대부분 제대로 시장에 대응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무조건 들고가기보다는 일부 환매가 필요한 상황임을 인식해 확정금리형의 채권이나 예금쪽으로 자산배분이 이동하고 있는 추세가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개인만 홀로 2천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 중인 가운데 증권 게시판에는 "참을 수 없는 매수 탐욕이 생기는데…", "하락폭 100포인트 넘으면 들어가서 하루이틀에 먹고 나올 수 있다"는 글들도 눈에 띄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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