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세상사는 이야기]사람이 희망이다

관련이슈 세상사는 이야기

입력 :

인쇄 메일 url 공유 - +

강은교 동아대 교수·시인
어느새 바람결이 달라졌다. 햇빛이 벌써 높아졌다. 마루 끝에 지난여름 여간해서는 자기 몸을 보여주지 않던 무지개가 또렷한 윤곽을 드러냈다. ‘무지개다’ 놀라며 마루 끝을 들여다보려니, 그 옆에 놓여 있던 A4 용지에도 무지개가 알록달록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무지개는 어디에나 있다. 그대가 찾는 한…. 이런 소리가 바람 끝에서 들려왔다’라는 글을 지난봄에 나는 썼었다. 그리고 그것을 참지 못하고 나의 홈페이지에 올렸었다. 그 무지개가 다시 나타나다니! 잊지 않고 내 눈을 찾아주다니….

무지개에 감사한다. 이 세상에 무지개가 있다는 것, 얼마나 큰 희망인가. 모든 곰팡이 슨 벽에 알록달록 꿈 칠을 해주는 무지개.

희망을 이야기하려니 ‘절망에 감사하여야 하리라’라는 말이 또 들려온다. 왜냐하면 절망은 희망의 겉옷이니까. 희망은 절망의 희망이니까.

어젯밤 깨어진 그릇에 나는 감사한다. 그릇이 깨지는 바람에 나는 그 유리 파편들 한가운데 서서 그릇이 깨어지는 건 그릇이 몸바쳐 내 짐을 덜어주는 것임을 알았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은 짐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그 영화에 감사한다. 거기에는 참 멋진 대사가 있었다. 주인공과 다른 한 인물의 대화: “자네는 어찌하여 그렇게 물고기를 잘 잡는가.” “자네는 너무 잡으려 하는군. 어깨 힘을 빼게.”

그러나 나는 나의 어깨 힘을 너무 빼게 해준 나의 실패에도 감사해야 하리라. 실패는 나에게 성취에의 욕구를 주었으니. 그런 에너지를 준 나의 실패에 나는 백 번도 더 감사해야 하리라. 실패의 속살은 성공이다.

만원을 십만원으로 보고 ×는 ○로 보는 나의 난시에도 감사해야 하리라. 프랑스 작가인 미셸 트루니에도 난시였던 모양이다. 그는 한 글에서 재미있는 체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눈을 검사하러 안경점에 갔더니 양쪽 시력이 다르다는 판정을 받고, 안경을 새로 맞추었다. 그런데 그 안경을 쓰고 거리에 나섰더니, 어떤 부인의 코가 ‘마치 황새 부리처럼’ 그에게 달려들었으며, 자동차들이 광란하는 짐승떼처럼 달려드는 바람에 안경을 벗었다고 했다. 안경을 벗고 보는 세상을 트루니에는 이렇게 묘사한다. ‘오 부드러움이여! 다사로움이여’라고. 나도 안경을 벗어버린다. 세상이 보다 부드럽게, 다사롭게 보이니, 당신의 날카로운 눈길도 마냥 다정하게 보이니.

올림픽이 끝났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전사들이 태극기를 앞세우고 돌아왔다. 특히 여궁사들의 높은 전적은 자랑스럽다. 바람 속에서 있는 힘을 다했을 그녀들의 활을 보면 눈물이 난다. 그녀들은 ‘황금과녁’을 맞힌 셈이다. ‘황금과녁’이 뭐냐고? 장자의 이야기이다. ‘질그릇으로 내기 화살을 쏘면 잘 맞는다. 띠쇠로 내기 활을 쏘면 잘 맞지 않게 된다. 황금으로 내기 활을 쏘면 마음이 혼란하여 전혀 안 맞게 된다. 그 재주는 마찬가지인데 아끼는 마음이 있어서 외물(外物)만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모두 외물만 소중히 여긴다면 안에 있는 정신은 옹졸해지고 만다.’[장자 달생(達生)편 중에서]

나는 나의 질그릇 과녁에 감사한다. 나의 질그릇은 나를 순간순간 일으켜 세워주었기 때문이다. 황금과녁에의 꿈을 향하여.

나는 나의 어눌함에 감사한다. 침묵의 위대함을 알려주는 모든 소음들에 감사하기도 한다.

나는 나의 희어지는 머리칼에 감사한다. 모든 염색약을 참지 못하는 나의 머리칼 덕분에 나의 나이를 찾는다. 인류가 머리칼이 희어졌으므로 꽃이 피고 열매도 맺었음을 짙게 이해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에 감사한다. 사람은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보다 진보하지 못했다는 혐의를 지속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결국 모든 희망은 아직도 네안데르탈인인 사람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희망할 줄 아는 사람이란 존재이기 때문이다.

강은교 동아대 교수·시인

오피니언

포토

설현, 청춘 만화 속 비주얼…잘록 허리에 완벽 몸매
  • 설현, 청춘 만화 속 비주얼…잘록 허리에 완벽 몸매
  • 권은비, 비키니 입고 뽐낸 섹시미…워터밤 여신다운 아찔 볼륨감·뒤태
  • 장원영, 민소매 입고 늘씬 몸매 자랑…'먹방' 삼매경
  • 문채원, 드레스 입고 환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