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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양시대… 바다는 미래문명의 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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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에너지 공급원이자 관광·물류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
"바닷길은 황금알 낳은 거위" 인식 세계각국 치열한 쟁탈전
땅 중심사고 벗어나 해양·인간 윈윈하는 새 발전전략 짜야
곡금량 지음/김태만·안승용·최낙민 옮김/산지니/2만원
바다가 어떻게 문화가 되는가/곡금량 지음/김태만·안승용·최낙민 옮김/산지니/2만원

‘일본 정부는 도쿄에서 남쪽으로 1740㎞ 떨어진 오키노도리라는 작은 암초를 300억엔(약 3000억원)을 들인 해상공사를 통해 1993년 지름 50m, 높이 3m의 인공 원형섬으로 재탄생시킨 후 ‘오키노도리시마’(沖ノ鳥島)로 명명하여 자국의 최남단 영토라고 주장한다. 이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라는 국제해양법 신질서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일본은 자국의 영토보다도 넓은 40만㎢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차지했고, 더 나아가 태평양 복판의 ‘미나미도리’(南鳥)를 중심으로 EEZ를 선포하기도 했다.’

중국 해양학자 12명이 함께 집필한 ‘바다가 어떻게 문화가 되는가-21세기 중국의 해양문화 전략’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책은 세계 각국이 해양발전 전략에 주목하면서 21세기를 ‘해양의 세기’로 규정하고, 해양사업 발전을 대대적으로 추동하는 것에 궤를 맞춘 해양학 개론서답게 해양문화학이란 무엇인가부터 자연과학, 해양고고학, 도시학, 물류, 고선박, 민속생활, 해양문학, 해양문화, 해양을 이용한 경제활동 및 국제법을 망라한 해양문화 전반을 다루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보다는 훨씬 뒤처지긴 했지만 중국도 늦게나마 해양의 중요성을 깨닫고 바다를 식량·에너지 공급원에서 ‘새로운 문명의 발판’ ‘미래문명의 출로’, 더 나아가 ‘해양문화’라는 인문적 개념으로까지 보기 시작한 것이다. 공저자들의 논지는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두바이의 해저 호텔 하이드로폴리스. 하루 숙박비가 500달러에 이른다.

일본과 중국의 독도와 이어도 영유권 주장은 이처럼 모두 자국 영토를 확장하려는 속셈에서 제기되는 것이다. 지난 수만 년 동안 인류에 의해 지배당해온 육지는 더 이상 삶의 공간, 생명의 공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표면적의 71%를 차지하는 바다야말로 새로운 공간이요, 자원이요, 산업이요, 생명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19세기 서구 제국주의자들처럼 총칼을 앞세우고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바다를 개척하는 것은 문제다. 책은 우리 삶의 공간에 대한 사고를 대전환해 21세기적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 해양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바다를 통한 세계와의 소통 및 네트워크 구축, 바다를 통한 물질자원 확보와 물류를 통한 연계, 나아가 이를 넘어 문화를 통한 소통과 교류 즉, 문류(文流)를 사고하고 실천하는 새로운 해양의식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인다. 한마디로 국가의 전략적 패러다임이 해양으로 옮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바다를 환상적으로 활용하는 프랑스의 랑스조력발전소.

바다와 섬, 어촌, 바닷가 산지, 평원 등은 그 자체로서 이미 어업부터 관광, 휴양, 역사유적지로서의 가치가 크지만 요즘엔 두바이의 초승달 모양 인공섬 워터프런트나 해저 호텔 하이드로폴리스처럼 인공구조물을 설치해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바다낚시부터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해저 잠수함 관광 등은 이미 여행 레저상품으로 개발된 지 오래다.

바다는 이외에도 해상 운송의 중심 통로로 국제운송 비중의 80%를 차지한다. 세계 물류의 중심으로 부상한 ‘바닷길’을 토대로 하는 항만·물류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인식돼 이미 국가 간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청도 신시가지. 바다를 끼고 있어 미국의 뉴욕에 비유된다.

2007년 현재 연안국 중 125개국이 EEZ를 선포했다. 향후 152개 연안국이 모두 EEZ를 선포하면 세계 해양의 36%, 주요 어장의 90%, 석유매장량의 90%가 연안국에 귀속됨으로써 해양에 대한 관할권 확보를 놓고 해당 국가 간 물러설 수 없는 충돌이 예상된다. 다음은 책의 결론이다.

“‘해양자원’ 개발과 ‘해양산업’ 추진을 위해 자연과학적 인식과 조화를 이루는 미래지향적이고 인문학적인 해양 인식이 절실하다. 21세기 바다가 더 이상 약소국을 침략하는 강대국들의 통로가 되어서도, 또한 후발 개도국들의 조급한 개발과 포화된 욕망의 무분별한 해소 마당이 되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발상을 전환해 ‘문화의 눈으로 바다 바라보기’를 실천할 때 해양을 둘러싼 치열한 무한경쟁에서도 약탈적 해양경영이 아니라 해양과 인간이 윈윈하는 지속발전가능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번역한 김태만 한국해양대 교수는 “세계는 바야흐로 기존의 국가, 국민, 영토를 고수하는 지정학(地政學)·지경학(地經學)적 지역개념을 뛰어넘어 지문학(地文學)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전제하고,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땅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바다 중심 사고’로 이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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