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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존재가치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말하는 전광영씨. 그는 한국 작가들의 자기복제를 넌지시 꼬집었다. |
“결국 나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이지요.” 사실 1980년대까지 그의 작업의 주제는 ‘빛’이었다. 미국에서의 어려운 생활을 희망과 꿈을 담은 빛으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독창성이 결여된 ‘서양식 시선’의 빛이라는 것을 깨닫고 접어야 했다.
“남의 이야기 구조로 제 자신의 메시지와 철학을 전한다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귀국해 온양민속박물관을 30여 차례 방문하는 등 조상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조상들의 생활유물 속에 우리 이야기가 있고, 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확인하는 기회였습니다.” 그가 가장 주목한 것은 서양의 박스 문화에 대비되는 보자기 문화였다. 특히 한약방에 내걸린 약봉지에 주목했다. 삼각 스티로폼을 한자가 새겨 있는 고서 종이로 싼 뒤 이를 하나하나 쌓아 독특한 질감의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거대한 화면 위에 촘촘히 박아놓은 듯한 삼각 모양의 쐐기들은 한국 고유의 푸근한 돌담을 연상시킨다. 어찌 보면 쩍쩍 갈라진 대지나 분화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최근 들어 환경 파괴, 인간성 상실 등을 질타하는 삐딱한 두상과 병든 심장을 표현한 입체도 새 작품 목록에 올렸다.
“한지 보자기의 변주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요즘 용인 작업실에서 9∼10월 미국 뉴욕 로버트밀러 갤러리 초대전에 이어 12월부터 내년 5월 코네티컷 올드리치 현대미술관 개인전, 내년 2∼3월 일본 모리미술관 개인전을 앞두고 한창 작업 중이다. 뉴욕 로버트 밀러 갤러리는 가고시안이나 페이스 갤러리와 어깨를 견줄 만한 정상급 화랑으로 장 미셸 바스키아,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 등 세계적인 작가가 거쳐 갔다. 올드리치 미술관은 크지는 않지만 생존작가를 위한 미술관으로, 미국 내 유명도에서 휘트니나 구겐하임 미술관의 뒤를 잇고 있다. 미술 애호가인 폴 뉴먼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역시 안젤름 키퍼, 솔 르윗, 줄리언 오피 등 거장들이 거쳐갔다. 도쿄 도심의 건물 52, 53층에 자리잡고 있는 모리미술관은 현대미술에 강점을 보여온 미술관이다.
“작가로 생존하는 제1조건은 절대적으로 크리에이티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몰려드는 뉴욕에서 창의적이지 못하면 ‘5분 스타’로 끝나게 됩니다.” 그는 작가의 성공조건으로 관객의 눈을 끌 수 있는 조형성과 작가를 지원하는 관리체계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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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밀러 갤러리에서 선보일 ‘블루’ 시리즈. 분화구 이미지의 파란색은 이소연씨 우주여행을 모티브로 했다. |
“5분 스타가 아니라 50년 스타가 되려면 1∼2년 사이로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선보여야 하고 10년, 20년 똑같은 작품만 하는 작가는 도태되는 것이 세계미술계의 현주소입니다.” 그가 블루를 비롯한 새 작품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가로서는 도박이면서도 용기를 갖고 해야 하는 도전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미국의 메이저 화랑은 오프닝 다음날 후속 전시 얘기를 꺼냅니다. 다음에 전화하겠다는 말을 들으면 10년 가도 전화가 오지 않지요.” 그는 “목숨 걸고 뛴다”는 표현까지 했다.
작가로서 전광영의 길은 그리 평탄치 못했다. 사업가인 아버지는 ‘환쟁이’가 되려는 그를 한동안 쳐다보지 않을 정도였고, 홍대 졸업 후 미국 필라델피아 대학원에서 유학까지 했지만 40대 초반까지도 국내 화단에서 인정받지 못한 화가였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한약봉지에 착안해 시도한 요즘 유형의 작품이 1995년 미국의 아트페어에서 모두 팔리면서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시카고 아트페어 등에서 장샤오강의 작품 값과 제 작품 가격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현재 100만달러대의 가격대까지 치솟은 것은 중국 정부와 언론, 지원체계 등의 힘도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는 홀로 뛸 수밖에 없는 한국 작가들의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돈만 벌려는 갤러리와 작가의 관계 등 국내 시스템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는 최근 국내 전속 화랑을 ‘더 컬럼스갤러리’로 옮겼다.
편완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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