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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비평]최선 안되면 차선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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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고려대 겸임교수·전 국제무역연구원장
지금 우리 경제는 극심한 내수 위축, 높은 실업률, 고유가에 따른 가파른 물가상승 그리고 세계경제의 불황 등으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여기에다 남북 관계의 경색과 독도영유권 분쟁 등 대외적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촛불시위와 노동계의 파업투쟁이 우리 경제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영어에 ‘치킨 레이스’라는 말이 있다. 절벽을 향해 두 사람이 차를 타고 달리다가 겁에 질려 먼저 내리는 사람이 겁쟁이가 되는 게임이다. 최근의 사회적 갈등 현상은 이 같은 치킨 레이스를 연상시킨다. 제로 섬(zero-sum)만 있고 플러스 섬(plus-sum)이 없다. 역지사지의 지혜가 사라진 지 오래다. 오로지 흑백논리만이 존재하는 대립과 갈등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부’ 아니면 ‘전무’의 사고만이 지배한다.

21세기의 지식경제사회는 상호조화와 시너지, 복합화의 유연한 사고를 요구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우량 기업의 장수비결은 ‘A 아니면 B’라는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A 그리고 B’라는 새로운 발상과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데 있다고 한다. 초우량 기업들은 극단적인 것을 동시에 포용하는 ‘그리고(and)’의 발상을 받아들였다. 백색과 흑색을 섞은 회색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흰색과 흑색이 모두 공존토록 한 것이 성공요인이었던 것이다. 개인의 경우는 물론 기업도, 정부도 언제나 여러 가지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결정을 하며 살아간다. 모두에게 가장 폭 넓은 혜택이 주어지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만약 최선의 선택이 여의치 않을 때는 차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지금 상황에서 차선의 대안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할 때 비로소 생산성 있는 논의가 가능하다.

통상문제에서도 차선의 원칙은 필요하다. 소고기 수입 문제는 식품안전, 소비자의 후생, 축산농가의 피해 등 교역에 따른 여러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 11위의 무역대국으로서의 국제적 신뢰 문제도 중요하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복지향상을 최우선으로 살펴야 한다. 이와 함께 선진국 진입을 위한 국가경쟁력 제고의 출발점은 글로벌 시대에 부합하는 선진통상국가의 구현이라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난국 타개의 대안은 무엇인가? 당연히 원칙이나 신조도 없이 대충대충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될 수는 없다. 역시 대안은 ‘차선을 다하라’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최선은 전지전능한 신만이 할 수 있고 차선만이 인간에게 허용된 최선의 전략인지도 모른다. 차선의 방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악 혹은 극단을 피하고자 노력하는 것인데, 그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하버드 대학의 푸트남 교수는 국가 발전의 핵심 동인으로 경제적 여건이나 제도보다는 국민의 가치관, 신념이 더 중요하다는 사회적 자본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민주주의나 자본주의 같은 제도가 국가 발전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그런 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국민의 가치관이나 의식이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적 석학 후쿠야마 교수도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가장 특징적인 차이는 자원·자본·노동력의 차이가 아니라 주민들 사이에 존재하는 신뢰라고 설명한다.

우리 모두는 서로 역지사지의 관계에 있으며 궁극적으로 보완의 관계에 있다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각자 다름을 인정하고 비판을 수용하며 그 속에서 선택으로 차선을 공유하는 합리주의로 돌아가야 한다. 서로 자기의 목소리를 낮추고 조속한 경제 및 사회 안정을 위해 합심해야 할 시기이다. 이제는 선진국이 되었으나 오랫동안 갈등과 반목을 겪었던 네덜란드, 아일랜드, 스웨덴 국민이 터득한 것은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면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였다. 현오석 고려대 겸임교수·전 국제무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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