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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만에 3㎞ 이동?…피격 의문점 증폭

관련이슈 금강산 관광객 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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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김호년 대변인(가운데)이 13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제1브리핑룸에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이 발생한 북한 장전항 부근 지도를 짚어가며 북측의 사건 경위 발표에 대한 의문점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종덕 기자
금강산 관광 도중 북한군 초병의 총격으로 숨진 박왕자(53)씨 피격 사건에 대한 의문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북측이 현대아산 측에 알려온 사건 경위와 남측 목격자의 주장이 엇갈리는 데다 사건 당시 숨진 박씨의 동선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측은 사건 발생 4시간30분이 지나서야 현대아산 측에 박씨의 피격 사실을 알려 더욱 의혹을 사고 있다.

◆통일부, “박씨 동선 납득 못해”=북측이 현대아산 측에 전한 숨진 박씨의 사건 당시 동선은 상식을 뛰어넘는 것으로, 통일부도 13일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숙소였던 비치호텔 폐쇄회로(CC)TV에 찍힌 박씨의 출발 시각은 오전 4시30분이며, 북측이 밝힌 박씨의 피격 시각은 4시50분이다.

북측이 전한 대로라면 박씨는 출발에서 피격까지 20분 동안 숙소에서 해수욕장 입구(706m)→북측 군사통제구역 기점 철조망(428m)→북측 최초 정지명령이 내려진 기생바위 근처(1200m)→철조망에서 200m 떨어진 피격지점(1㎞)을 이동했다.

북측의 주장대로 박씨가 이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면 치마를 입고 백사장에서 20분 만에 3㎞여를 주파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성인 남성이 평지에서 쉬지 않고 달려야 가능한 거리로, 50대인 박씨가 걷거나 뛰어서 주파하기에는 불가능한 거리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경고사격 있었나=
초병이 경고사격 후 실사격을 했다는 북측 주장도 의혹을 낳고 있다. 박씨의 피격 당시 상황을 본 목격자의 주장과 엇갈리기 때문이다.

대구통일교육협의회가 개최한 ‘2008 대학생 금강산 생명평화캠프’에 참가했다가 당시 상황을 지켜본 대학생 이인복(23·경북대 사학과)씨는 “(박씨가 숨진 당일) 오전 동틀 무렵 검은색 옷을 입은 중년 여성이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는 것을 봤다”며 “여성이 올라가고 5∼10분 지난 뒤 10초 정도 간격으로 총성 두 발과 비명이 들렸다”고 말했다.

박씨가 정지명령에 불응해 달아나자 초병이 경고사격으로 공포탄을 쏜 뒤 실사격을 했다는 북측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북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씨는 두 발이 아닌 세 발의 총성을 들었어야 했다.

더욱이 박씨의 피격 시간이 비교적 조용한 시간대인 새벽이어서 총성이 더욱 선명하게 들렸을 것을 감안하면 북측의 주장에 의문이 간다.

북측은 박씨가 군 경계지역 방향으로 1.2㎞가량 진입해 초병이 정지명령을 내렸고, 박씨가 뒤돌아 뛰자 1㎞를 뒤쫓아 재차 정지명령을 하고 공포탄을 발사했다고 밝혔었다.

◆박씨 철조망 넘어 군사보호구역으로 들어갔나=박씨가 철조망을 넘어 북한군 경계지역으로 진입했다는 북측과 현대아산 측 주장도 석연찮은 점이 있다.

박씨의 언니(55)는 “함께 여행갔던 (박씨의) 친구 중 한 명이 사건 전날 그 길을 산책했고, 철조망이나 안내문구가 없어 그 길을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고 했다”면서 “그런데도 (당국이) 치마까지 입고 철조망을 넘어갔다고 발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의문을 나타냈다.

이인복씨도 “군용 철책 같은 것은 없었지만 통행을 제한하기 위해 설치한 것 같은 녹색의 철망 펜스가 있었다”며 “펜스는 물가까지 설치된 것이 아니라 중간에서 끝나고 그 옆으로는 1.5∼2m 높이의 모래 언덕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모래언덕이 높기는 하지만 오르막길처럼 되어 있어서 펜스를 뛰어넘지 않더라도 사고현장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이 보였다”며 “(나도) 총성이 들린 뒤 모래언덕 위에 올라가서 사고현장을 봤다”고 증언해 철조망을 넘지 않더라도 현장까지 접근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북측 왜 4시간30분 지나 우리 측에 알려왔나=북측이 뒤늦게 박씨의 사망을 우리 측에 알려온 것을 두고도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북측은 박씨가 살해된 지4시간 30분이나 지난 뒤 이를 현대아산 측에 알렸다. 박씨의 사망 추정 시각이 오전 4시50분이고 북측이 현대아산에 알린 시간은 오전 9시20분이다.

평소 무전기로 사건과 사고를 실시간으로 서로 알리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도, 북측이 박씨 사건 통보에 4시간여를 지체했다는 점은 석연치 않다. 이 때문에 북측이 불리한 이유가 있어서 사건 통보를 지체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4시간이라면 북측으로서는 당시 정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짜맞추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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