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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 기자의 책갈피] 터널 끝이 안 보이는 출판계 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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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여파가 출판계를 포함한 문화예술계까지 밀어닥치고 있다.

하루가 멀게 치솟는 원유가 인상에 환율·물가 상승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출판계에서는 특히 올여름이 ‘보릿고개’라는 말이 새어나오고 있다. 종이값·잉크료에 로열티까지 어느 것 하나 참아주는 게 없다.

엥겔지수 등 생활비가 상승하면 서민들은 자연히 문화비 지출을 줄인다. “사는 것도 어려운데 영화 한 편 덜 보고, 책 한 권 덜 사지 뭐!” 하는 생각이 문화예술계를 강타하는 것이다.

최근 만난 몇몇 출판사 대표들은 “나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우려하는 입장이지만, 촛불시위 시작 이후 광화문 주변의 대형서점 납품이 30% 가까이 줄어들어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주요 책 소비자인 대학생 등 의식 있는 젊은이(?)들이 연일 계속되는 시위에 참여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것 같다”는 해석까지 내놓았다.

게다가 특정 신문사 광고주 불매 운동이 출판사도 예외가 아니어서 신간 광고마저 마음대로 못하는 상태다.

출판사들은 궁여지책으로 신간 출고 시기를 미루는가 하면, 애지중지하던 직원을 내보내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출판계 불황의 도미노·장기화·고착화 조짐이다. 다른 산업도 그렇겠지만, 출판사는 인쇄소와 서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출판사가 잘 돼야 인쇄소·제본소도 잘 굴러가고, 온·오프라인 서점도 신이 난다. 베스트셀러 몇 권이 수천, 수만 명을 먹여살리는 셈이다.

출판 불황은 단시일 내에 진정될 것 같지 않다. 장마가 마무리됨에 따라 독서 휴지기인 휴가철이 시작되고, 이어 베이징올림픽과 추석연휴로 이어진다. 치밀한 기획력과 오랜 집필·번역 기간이 요구되는 출판계에서 전문 편집자의 퇴출은 곧 출판력 저하를 의미한다.

출판 불황은 굴지의 출판 단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회원사가 900개에 이르는 국내 최대·최고 출판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백석기)는 20년 이상 발행하던 ‘월간 출판저널’을 사실상 접기로 결정했고, 300여 단행본 출판사 대표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회장 이정원)는 의욕적으로 매달 진행하던 ‘이달의 책’ 선정 작업을 중단했다. 모두 자금 부족 때문이다.

날이 새면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오니, “차라리 날이 밝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한 출판사 사장의 읊조림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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