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닷컴] "왜 이렇게 말이 안통해. 네가 2MB냐"
촛불집회 현장이나 정치권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다. 현재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열전 시리즈 '늘근도둑이야기'에서 선배 도둑이 후배 도둑에게 말이 안통하자 내뱉은 대사다.
최근 연극 무대에서 세상을 이야기하는 폭이 넓어지면서도 동시에 직접적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관객들이 한번 더 생각해야 하거나, 해석하지 않게 만든다. 직접 대통령과 쇠고기 정국, 삼성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을 넣어 관객들을 포복절도 하게 만든다.
"저 앞에 쪼매난 식당이 보이지요? 저기가 이명박 대통령께서 얼마 전 해장국을 드신 식당입니다. 쇠고기 선지가 아주 일품이지예"
고수가 출연해 관심을 모았던 연극열전 시리즈 '돌아온 엄사장'에서는 쇠고기 정국에 대해서 일갈한다.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울릉도에서 포항으로 올라온 엄사장과 그의 주변 인물들의 변함없는 이기심과 속물근성을 내보이는 연극은, 이 때문에 단지 몇몇 대사뿐만 아니라 전체 이야기가 현 세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단순히 쇠고기 이야기 뿐만 아니라 학력위조까지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팔성 그룹의 비자금 구입의혹 미술품의 핵심으로 떠올랐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수돗물'이 지난달 미국 뉴욕으로 보내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연극 '도덕적 도둑'은 국회의원들의 허풍스러운 모습 뿐만 아니라 삼성까지도 풍자해 무대에 올린다. '한점 그림'을 가지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웃음과 더불어 씁쓸함까지 안겨준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다리오 포'의 정통 코메디 연극을 한국적으로 만들어 올린 '도덕적 도둑'은 세태를 좀더 날카롭게 꼬집기 위해 배우들이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최신 시사를 함께 공부할 정도다.
"아무튼 우리나라 검찰은 장애인들을 우대할 줄 알아. 휠체어만 타고 오면 모두 내보내주잖아. 우리도 휠체어 타고 다시 오면 안될까"
이미 대학로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으며 객석 점유율 120%를 자랑하는 '늘근도둑이야기'도 사회의 변화와 함께 진화하기 시작했다. 소통이 안되는 모습을 보고 '2MB'냐 다그치고, 죄도 없다고 우기면서 진짜 큰 도둑들에 대해 예우하는 검찰을 조롱한다.
이같은 연극들은 세태 풍자 대사는 대본에 있기도 하지만 애드립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관객들도 과거 엉뚱한 몸짓이나 대사를 통해 웃던 때와는 달리 시대를 꼬집고 풍자는 모습에 더 많은 웃음을 보낸다.
'늘근도둑이야기'를 본 관객 이영선씨는 "웃음이 웃음으로만 끝나지 않기에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또 단순히 웃음만 찾기 위해 연극을 봤다기보다는 끝난 후 뭔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나 적절한 수준을 넘길 경우 자칫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공연관계자는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대부분 인터넷이나 언론 등을 통해 충분히 이야기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사실상의 범위는 무제한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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