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핵시설 불능화에 그쳐”
현시점에서 북핵문제의 현주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핵 재처리 능력과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신고가 큰 성과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는 영변 핵시설을 동결시켰을 뿐인데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폐기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을 동결시켰고, 부시 행정부는 일부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데 그쳤다. 이것은 진전이 아니라 퇴보다. 북한은 여전히 핵 보유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됐는데, 이제 와서 외양간을 고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전략적으로 가치 없는 일이다. 냉각탑 폭파는 쇼에 불과하다. 소들이 이미 다 나가 버린 외양간에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본질 문제는 뒤로 미뤄지고 곁가지가 부각되는 일탈 현상이다.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이다. 북한이 무기화한 플루토늄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북한이 초기에 핵물질을 어느 정도 생산해서 어디에 숨겨놓았는지 알아내야 한다. 북핵 3단계는 부시 행정부에서 시작될 수가 없다. 부시 행정부가 벌여놓은 일이라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이 핵신고를 했기 때문에 이제 검증을 해야 한다. 검증 방법에 대한 협상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이 협상은 빠른 시일 내에 끝이 날 수가 없다.
플레이크 아태센터 소장
“굴레 벗은 北, 국제 무대로”
북한이 적성국교역금지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면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특히 미국 내 동결돼 있는 북한 자산을 풀어 줄 것이다. 미국 시민권자가 북한의 동결 자산의 소유권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동결이 해제되는 북한 자산의 소유권을 놓고 법정 다툼이 벌어질 것이다.
적성국교역금지법 적용 해제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는 북한이 앞으로 미국과 협상할 때 미국의 지렛대를 무력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국내법에 따라 북한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가입하려들 때 반대표를 던지도록 돼 있었지만 이제 그렇게 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은 이번 조치를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북한이 미국과 수교하려면 이런 굴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북한의 핵신고 사항을 검증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증은 신고된 사항만을 대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8월에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사임할 것이라는 소문이 워싱턴 외교가에 돌고 있다. 그가 물러난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힐 차관보는 제3단계 협상에서 북한이 반드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수로 제공 문제를 놓고 북한과 협상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닉시 의회조사국 연구원
“핵 완전한 제거 토대 마련”
북한이 이번에 제출한 신고서에 핵무기 수 등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이 신고서는 북한의 과거 핵활동 검증에 중요한 잠정적인 조치다. 이번에 신고한 사항이 검증된다면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제거를 모색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신고 목록에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관련 사항 등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기존에 합의된 과정을 밟아 나가면 북한이 결국 그 같은 사항도 공개하게 될 것이다.
냉각탑 폭파는 다분히 상징적인 이벤트임에 틀림없다. 다만 냉각탑이 없으면 플루토늄 제조시설을 재가동하기 어렵게 된다. 북한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은 모두 되돌릴 수 없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북한이 신고한 내용은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 미국 정부는 향후 45일 이내에 검증이 끝날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검증하려면 몇 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검증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지만, 검증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북 제재가 부분적으로 풀리게 됐지만 당장 북한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취한 조치는 전반적으로 북미 관계 개선의 여건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포용 여부를 시험하고 있다.
울프스탈 전략국제硏 연구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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