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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낭만적 리얼리즘 작가 김영현 장편소설 ''낯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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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0대에 접어든 낭만적인 리얼리즘 작가 김영현(52)씨가 득의만만한 장편소설 ‘낯선 사람들’(실천문학)을 펴냈다. 이 소설에서 인간성의 본질을 탐욕과 악에서 찾는 그에게 이 생을 지켜나가야 할 궁극적인 희망과 가치는 무엇일까.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연상시키는 이 장편은 작가가 오랫동안 찾아온 삶의 진정한 버팀목에 대한 갈증을 내보이는 작품이다.
전직 마을금고 이사장 최문술. 이 자는 돈에 대한 악착 같은 집착과 탐욕과 음심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그에게는 전처에게서 낳은 두 아들(동연·성연)이 있고, 20년 연하의 후처 성경애와 낳은 막내 지엽, 그리고 그녀가 데리고 온 딸이 있다.
소설은 최문술이 자택에서 끔찍하게 난자당한 시체로 발견되는 대목으로부터 시작된다. 성경애가 처음 그 시체를 발견했거니와, 허둥지둥 집에서 나오는 장남 동연을 슈퍼마켓 주인이 목격한 정황증거로 보아 꼼짝없이 범인은 동연으로 지목된다. 사업에 실패해 술로 나날을 보내며 아버지에게 자금을 요구하던 아들의 패륜으로 결론이 날 듯하지만 정작 범인은 그가 아니었다.
장남이 스스로 자신의 범행임을 주장하면서 사건이 종결되는 분위기로 흐르는 가운데, 수도원에서 사제 수업을 받고 있던 차남 성연이 휴가를 나와 관련 인물들을 찾아다니면서 반전을 거듭한다. 개봉될 영화의 반전을 발설해버리면 이른바 ‘스포일러’로 비난을 받는데, 문학작품의 경우 대개 그 세세한 줄거리가 기사를 통해 밝혀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소설만큼은 독자가 직접 읽고 마지막 범인을 찾아야 한다. 다만,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힌트를 줄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이 마지막 미완성 걸작은 사상 종교, 인간의 본질에 대한 사색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물욕과 음탕의 상징인 표도르를 아버지로 하는 카라마조프가 3형제(러시아인적인 야성적 정열과 순수함을 갖춘 장남 드미트리, 무신론자에다 허무주의적 지식인 차남 이반, 수도원에 몸담고 있으면서 동포애를 가르치는 조시마 장로에게 심취한 순진한 3남 알료샤), 거기에 아버지와 백치의 여자 거지에게서 태어난 막내아들 스메르자코프를 중심으로 부자간과 형제간의 애욕을 그린 작품이다. 김영현의 이 장편에서 표도르외 최문술, 드미트리와 최동연, 알료사와 최성연은 각각 비슷한 캐릭터다. 여기에다 백치 여자 거지와 사팔뜨기 연옥이 누나, 스메르자코프와 양수길(최문술의 사생아)도 비슷하게 겹친다.
김영현은 세기의 걸작과 같은 구도로 가면서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일까. 이 소설에서 조시마 장로의 역할을 맡은 요한 신부는 끔찍한 실상을 알아버린 성연에게 말한다.
“이 먼지 같은 행성도 언젠가는 종말을 맞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275쪽)
거룩한 신의 존재를 끝까지 부인하지 않는 요한 신부에 맞서 예비 사제 성연은 “차라리 사라지는 것을 택하겠다”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시 찾아 나선다. 이어지는 성연의 독백이야말로 이 소설이 도스토예프스키와는 다른 울림을 주는 최선일 수밖에 없다.
“사랑이야말로 때로는 지옥처럼 고통스럽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생에 그이가 준 축복이자 선물이었어요.”(295쪽)
수많은 소설, 영화, 대중가요들에 싸구려 물목처럼 쉼없이 등장하는 ‘사랑’이라는 단어. 그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작가 김영현은 “신비로운 것”이라고 규정한다.
공룡 시대가 수억년 이어졌지만 사랑의 성령이 깃들지 않은 그 시대는 하냥 지구사의 기록일 뿐, 인간의 시대가 출현하면서 비로소 우리는 역사를 가졌고 삶에 대해 항복하지 않고 살아나갈 이유를 발견해왔다는 전언이다. 그리하여 “사랑할 그 무언가가 있는 한, 그리고 그리워할 그 무언가가 있는 한 우리의 삶은 지속될 것”이며 “사랑이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내린 마지막이자 최상의 선물”이다. 이 메시지가 진부하게 느껴지는 독자들이야말로 이 소설을 읽어볼 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조용호 문화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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