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년간 국제 금융시장을 주름잡았던 달러화가 지난해 말 실제 통용 화폐 규모에서 유로화에 밀리는 등 유로화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인 기축통화가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02년부터 사용된 유로화가 불과 5년 만에 기축통화로 거론될 만큼 급성장한 것은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성장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1%대에 머물던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 수준으로 높아졌고, 실업률은 하락하는 등 유로존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슬로베니아가 EU 중 13번째로 유로를 자국 공식 통화로 채택했고, EU 외에 모나코, 몬테네그로, 바티칸시티, 산마리노 등이 유로를 통화로 채택해 유로 사용인구가 많아진 것도 유로화 급성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아울러 주요 산유국들의 유로화 보유·거래 비중이 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자국 보유 외환을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바꾸고 석유 판매대금 등 모든 외환거래를 유로화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베네수엘라도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와 금의 비중을 95%에서 80%로 낮추고 유로화 비중을 5%에서 15%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외환보유액 중 유로화 비중을 10%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앤티 하이노넨 통화담당 이사는 “유로화 유통액 가운데 20%가량이 유로존 밖에서 유통될 정도로 유로화에 대한 국제적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로화가 국제 금융시장을 주도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주요 통화 비중은 달러화가 약 50%, 유로화가 약 25%다. 아울러 유로화는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가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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