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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법 제4조, 국가의 책무 — 세계일보 탐사보도팀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 탐사보도팀

자살예방법 제4조,
국가의 책무

법의 그물 밖에서 — 제도가 놓친 죽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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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31일 자살예방법이 시행된 이후,
매년 자살자 수는 1만3000명 안팎이다.

15,000 14,000 13,000 12,000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 2023 2024 2025*

출처: 국가데이터처 사망원인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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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법 시행 이후 누적 자살 사망자
2012–2025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
경기도 안성시 거주자 수와 맞먹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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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유발·유해정보 신고 대비 삭제 비율(2025)
신고 건수 60만3383건17만6163건만 삭제.
신고된 100건 중 약 29건만 지워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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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삭제, 법 시행 이후 추정 유족 수
자살 사망자 1명이 5~10명의 유족을 남긴다는 추산 기준.
(19만355명 × 10명 = 190만355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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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시도자 사례관리자 중 비정규직 비율 (2025)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사례관리자 243명 중 200명은 비정규직.
나머지 43명은 무기계약직이었다.

법이 닿지 않는 곳의 죽음들

자살예방법이 시행된 지 14년이 지났다. 2012년 3월 31일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발효된 이후에도 지난해까지 19만 355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한 해 평균 1만 3597명인 셈이다.

법은 존재했지만, 그 안전망 밖에 놓인 이야기들이 있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자살유발정보, 응급실에서 끊기는 인계 체계, 지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유족. 이 시리즈는 법이 닿지 못한, 안전망 밖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계일보 탐사보도팀은 자살예방법이 명시한 책임을 알리기 위해 이 시리즈를 기획했다. 제3조는 국민에게 자살 위험이 높은 사람을 발견했을 때 구조되도록 조치할 의무를 지운다. 제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자살위험자 구조 정책을 수립할 책무를 부과한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마주한 현실은 그 의무와 책무 사이의 공백이었다. 여기에 공감한 유족과 자살 시도자 사례관리자가 용기를 내 그 공백을 증언했다.

1화

아이디 '초록나무'의 아빠

"아빠가 음악 얘기해주는 게 제일 좋아."

 고등학교 1학년 하진은 아빠의 차에서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들었다. 아빠의 통기타를 멘 채 학교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하진은 방 안에만 머물렀고,온라인 커뮤니티에 하루 수십 개의 글을 남겼다.

 밤 10시가 넘은 어느 날, 하진을 기다리던 가족은 온라인 커뮤니티 속 자살 방법을 설명한 글을 발견한다. 그날 밤, 아빠는 딸이 머물던 온라인 커뮤니티를 마주하게 된다.

2화

죽음을 유통한 '설연최'를 잡다

"내가 이 놈은 반드시 잡는다."

 광호는 장례식장 빈소 한 쪽에서 딸 하진이 머물던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고 있었다.

 "유서에 나 적지 말아라."

 딸이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 올라온 글이었다. 작성자는 ‘설연최’. 광호는 디시인사이드 게시물을 캡처해 서울방배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누군가 온라인에 자살 방법을 올리고, 그 결과 실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과연 '설연최'는 처벌받을 수 있을까.

3화

사례관리자의 무게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가 뭐 하는 곳이죠?"

 2024년 응급실을 찾은 자해·자살 시도 환자는 3만915명. 삶의 끝에 선 이들을 붙잡는 자살 시도자 사례관리자가 무방비로 현장에 내던져지고 있다.

 사례관리자의 계약 기간은 2년. 자살 시도자를 만나는 경험이 쌓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정작 오래 일할 수 없는 구조였다. 지난해 전국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에 종사하는 사례관리자 243명 중 200명(82%)은 비정규직이었다.

4화

남겨진 사람들의 회복

"아들이 죽었는데, 엄마의 몸이 편안해져도 되는 걸까."

 지연은 약 봉지를 통째로 주방 쓰레기통에 버렸다. 전날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찾아간 동네 내과에서 받아 온 약이었다. 한 알을 삼키자 두근거림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몸이 편안해진 그 순간, 죄책감이 밀려왔다.

 아들이 떠난 지 10년 뒤. 지연은 상우의 유품에서 경찰병원 진료증 한 장을 발견한다. 앞면에는 안과, 뒷면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눈에는 보였던 것이, 엄마의 눈에만 보이지 않았다.

자살예방법 14년

2011.03.30
자살예방법 제정·공포
국가가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예방 과제로 처음 규정했다.
2012.03.31
자살예방법 시행
중앙·지방자살예방센터 설치 근거 마련.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체계가 법에 처음 담겼다.

제13조(자살예방센터의 설치)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살예방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

2013.07.05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사업 시작
전국 21개 병원을 수행기관으로 선정. 자살 시도자를 치료 이후까지 연결 관리하는 시스템이 처음 도입됐다.
2017.02.08
자살예방법 개정 — 유가족 지원·심리부검 제도화

제4조 개정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자살 시도자 및 유가족 보호' 명시.

제11조의2 신설 심리부검 제도를 도입. 자살 전후의 심리·행동 변화를 분석해 예방 정책과 유가족 지원에 활용.

2018.12.11
유가족 자조모임 지원 근거 마련

제20조② 신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살 유가족 자조모임 운영에 필요한 인력·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

2019.07.16
자살유발정보 유통 금지 조항 시행
온라인에 자살 방법·동반자살 모집글을 퍼뜨리는 행위가 처음으로 처벌 대상이 됐다.

제19조 정보통신망을 통한 자살유발정보 유통 금지.

제25조③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2021.04.01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출범
자살예방 정책 지원·교육·홍보·고위험군 관리 등을 전담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재단법인이 처음 출범했다.
2024.03.29
자살유발정보 유통 사건 1심 유죄
손모씨에게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 온라인 자살유발정보 유통 혐의가 정식 공판을 거쳐 유죄로 인정된 첫 사례로 기록됐다.
2025.07.08
항소심 기각 — 원심 유지
법원은 자살유발정보 유통의 책임을 재차 인정했다.
2026.05.06
이재명 대통령, 온라인 자살유발정보 문제 지적
국가 차원의 대응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 "인터넷에 자살 방조하는 거 있잖아요. 같이 동반 자살할 사람 모으고… 이거 누가 관리합니까."

-제20회 국무회의 중-

2026.05.12
자살실태조사 항목 확대 시행
제11조 개정으로 5년마다 실시하는 자살실태조사에 '자살자의 자살원인, 동기 및 수단'이 법정 조사 항목으로 추가됐다. 소득·직업·건강 상태 등 조사대상자의 특성에 관한 사항도 새로 포함됐다.

제11조②-2 신설 소득, 직업, 건강 상태 및 가족관계 등 조사대상자의 특성에 관한 사항.

제11조②-3 신설 자살자의 자살원인, 동기 및 수단 등에 관한 사항.

2026.11.12 예정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조항 시행
정부가 자살유발정보를 직접 식별·차단·삭제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제19조의5 신설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수행.

자살유발정보 및 작성자 식별 / 차단·삭제 요청 / 긴급구조 및 수사기관 연계 /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위탁 가능.

기사 모음

보도 원칙

 본 시리즈는 한국기자협회·보건복지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공동 마련한 자살예방 보도준칙 4.0과 세계보건기구(WHO)의 자살예방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작성·편집되었습니다.

만든 사람들

편집·미술
최미숙 기자
윤대영 기자
사진
이재문 기자
남정탁 기자
최상수 기자
유희태 기자
웹페이지 제작
정세진 기자
양혜정 디자이너
유희웅 개발자
© 세계일보 탐사보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