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만에 미국을 거쳐 국내로 돌아온 국군 전사자 유해 송환을 계기로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이 조명받고 있지만 민간인 희생자는 정부의 관심 밖에 방치돼 있다. 전쟁이 끝난 지 60여년이 지나도록 이들에 대한 추모시설 하나도 건립되지 못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는 통합유해발굴 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보고서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민간인 집단희생 장소는 국내 150여개 지역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이 가운데 30여곳은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해 2007∼2009년까지 3년에 걸쳐 10개 지역에서 유해발굴을 진행했다. 10개 지역 가운데 9곳에서 1618구의 민간인 유해와 4690점의 유품이 발견됐다.
진실화해위는 전북 고창에서 1950년 9월28일 ‘고창지역 의용군’과 민청단원 등 좌익세력이 전세가 불리해지자 후퇴하는 과정에서 남측 군경 가족과 정부 및 우익단체 관련자들을 연행해 최소 22명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목격자 증언과 자료 등에 따르면 당시 70∼120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좌우 이념을 가리지 않고 전쟁기간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 6·25전쟁으로 우리 측 희생자는 99만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37만4000여명이 민간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유해발굴사업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인 2009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추모시설도 진실화해위가 설립을 권고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다. 정부는 추모시설 건립을 위한 연구용역 예산을 올해 반영했지만 시설 건립은 아직 미정이다.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고양시가 발굴된 뒤 16년간 서울대 의과대학 창고에 있던 민간인 유해 156구를 경기 고양시 청아공원으로 임시 안치했지만 영구안장을 위한 시설 건립은 예산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한편 국군을 발굴 대상으로 하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국군전사자 유해 6598구를 발굴했다. 국방부는 아직도 한반도 전역에 13만여명의 국군 전사자 유해가 묻혀 있으며, 특히 북한지역에는 3만∼4만구의 유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감식단의 연간 예산은 72억원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유전자(DNA) 감식에 투입되고 있다. 전문감식요원도 10명으로 연간 발굴되는 국군전사자 1300여명을 처리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에 따라 군 안팎의 전문가들은 현재 국군에 한정된 유해발굴사업을 6·25전쟁으로 희생된 민간인까지 포함한 새로운 기구로 확대·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확대·개편해 민간인에 대한 유해발굴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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