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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은 'STOP' 당략은 'GO'… 낯 두꺼운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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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재판관 공백’ 5개월 방치… 野“FTA헌소”… 어불성설
예산안 처리 또 시한 넘길듯… 소모적 정쟁… 민생법안 표류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블랙홀에 빠졌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 후폭풍에 사법부 공백은 물론 새해 예산안, 주요 법안 처리가 줄줄이 지연될 전망이다. 특히 여야 대치로 5개월 가까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민주당 등 야권이 헌재에 한·미 FTA 비준안 강행처리 위헌 소송을 내기로 하자 ‘후안무치’한 행태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국회가 해야 할 직무를 저버린 채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으로 국정 파행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헌재에 따르면 지난 7월 ‘국회 몫’인 조대현 재판관이 퇴임한 뒤 국회가 후임자를 뽑지 않아 재판관이 8명으로 줄어든 지 138일째가 됐다. 파행운영이 장기화하면서 헌재는 간통죄 등 민감한 사안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도 최근 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이 임기만료로 물러났지만 후임자 임명동의안 처리 지연으로 공백 사태를 맞았다.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열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국회는 24일 본회의를 열어 두 대법관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야당의 보이콧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 야당과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24일 본회의를 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문제를 헌재에 끌고 간다는 입장이다. 헌법소원을 통해 한·미 FTA 비준안 강행처리의 법·절차상 문제점을 주장하는 무효화 투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헌재의 파행운영을 자초한 정치권이 헌재에 “국회에서 벌어진 사태의 잘잘못을 가려 달라”고 사정하는 꼴이다. 정치권이 협상과 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할 정책 사안을 툭하면 헌재의 판단에 맡기는 관행도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새해 예산안 처리는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 활동이 중단되는 등 야권의 거부로 내달 2일인 법정시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종합편성 채널 개국이 임박했는데도 이들의 광고영업을 규율할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 관련 법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 특별법, 비정규직 대책 법안 등 민생경제 관련 법안의 처리도 당분간 표류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는 “FTA 문제로 대법관 임명동의안 등이 처리 지연된다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임명동의권은 국회의원의 고유권한이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 행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헌변)’ 이종순 회장은 “헌재가 국회 다수당의 강행처리를 무효화한 전례가 없다”며 “시급한 헌법재판관 선출은 뒤로한 채 되지도 않을 헌법소송에 매달리는 것은 소모적 정쟁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태훈·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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