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500년 조선왕조 도읍지로 역사의 보고(寶庫) 아닙니까. 피맛골 주변 일대에 유적이 깔려 있는 건 누구나 알잖아요? 공무원들이 챙기면 문화재 조사가 되는데 나 몰라라 하면 그만이에요.”
문화재위원을 지낸 최병현(61·사진) 숭실대 사학과 교수는 피맛골 일부 지역이 문화재 지표조사 없이 공사가 진행된 데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바로 인접지역에 유적이 나왔다면 문화재를 조사하는 게 원칙”이라며 지자체가 유적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요즘 문화재 보존을 말하면 반사회적인 인사처럼 본다”며 개발논리에 밀려 역사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최 교수는 “어떤 건설사는 유물이 나와 공사장 보존 결정이 내려지니 현장 담당자를 좌천시키더라”며 문화재 보존을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문화재 조사를 회피하거나 문화재가 나와도 숨기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공사 중 발견된 문화재를 파괴하면 고발해서 재판을 받게 되어 있지만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문화재법은 법 조문 자체로는 무척 ‘센 법’이지만, 사실은 ‘물법’”이라고 꼬집었다.
매장문화재의 발굴·보존을 꺼리는 인식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공사 실시설계 전 발굴조사와 지자체의 매장문화재 조사기관 설립이 그가 제시하는 해법이다. 실시설계 전에 발굴조사까지 마치면 공사 중단으로 생기는 사업 시행자의 부담을 덜 수 있고, 설계 변경이 가능해 문화재도 보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문화재 발굴을 순수 민간에 넘겨준 나라는 거의 없다”며 “지방정부가 발굴해야 학술성도 살리고 감사를 통해 경영도 감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엄형준·조민중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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