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13일 서울아산병원 34호에는 박씨의 남편 방영민(53)씨와 아들 재정(23)씨, 언니 등 유족 10여명이 자리를 지켰고 현대아산 직원 30여명이 나와 일손을 거들었다. 유족들은 문상객들을 직접 맞았지만 말을 아꼈고 언론과의 접촉도 꺼렸다.
유족들은 전북 김제에 살고 있는 박씨의 팔순 노모가 몸이 불편한 데다 아직 박씨의 사망 소식을 모르고 있어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 박씨의 언니는 “(노모가) 어제 뉴스를 본 것 같은데 숨진 것까지는 모르고 그냥 사고만 당한 줄 알고 자꾸 딸을 보러 가자고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족들은 고인의 평소 성격으로 미뤄 사건 당일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며 북한과 현대아산은 물론 정부도 성토했다.
남편 방씨는 “(목격자)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북한과 현대아산 측의 얘기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허술하고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답답해했다. 방씨는 “(박씨의) 키가 160㎝도 안 되고 치마를 입었다. 아침 산책에 뛰어갈 리가 만무하다”며 “(북한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것에 분통이 터진다”고 밝혔다.
빈소를 찾은 이웃 주민은 “차분하고 얌전했다. 반듯한 사람이었다”며 “고지식한 면도 있어 넘어가지 말라고 하면 절대 넘어가지 않을 사람인데, 울타리를 넘어서 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아들 재정씨도 “불법적으로 넘어갔다면 궁극적인 책임은 현대아산에 있다. 관광객 얘기를 들어봐도 방지시설이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가해한 쪽에서 피해자 보고 사과하라는 것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부에서 공식 발표한 것 외에 통보한 것이 없다. 빨리 결과를 알려줘야 유족 입장에서 (고인을) 보내드릴 수 있지 않겠느냐”며 조속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유족들은 또 박씨의 시신을 부검 전에 확인하려 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거절해 부검 후에야 병원에서 박씨의 얼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편 방씨와 아들 재정씨는 “(어머니 시신을) 부검하고 싶지 않았지만 국과수에서 (부검을) 해야지 억울한 사정을 밝히고 나중에 다른 얘기가 안 나올 것이라며 쉽게 넘어가지 말라고 얘기해 (부검에) 동의했다”며 “(그런데) 국과수에서 부검실에 가족 입회를 못 하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가족들이 부검 전 (시신을) 보는 걸 요구했다가 거절당했고 부검 입회를 따로 요구하지 않은 데다 국과수도 부검실에 들어오라고 얘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피격 경위 등에 대해 정부의 이해할 만한 발표가 나온 뒤 장례식을 치르겠다는 입장이어서 구체적인 장례일정은 아직 잡지 못한 상태다.
전날 한승수 국무총리와 김하중 통일부 장관 등이 빈소를 찾은 데 이어 이날도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 등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이 잇따랐다.
정진수 기자
yamyam19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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