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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보수, 달라져야 한다 [편집인의 원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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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1 10:14:06 수정 : 2024-04-21 1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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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깔린 많은 종이들 가운데 하나를 탁 집어 책상 위에 올려놓는 일. 흔히 언론의 역할로 불리는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의제 설정)이 그와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 중에 뉴스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뭘까. 고민과 취재를 거쳐 우리가 내놓는 기사(어젠다)는 독자에 말을 거는 일이다. 뉴스 수명이 갈수록 빨라지는 요즘,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세계일보만의 기사를 소개한다.

 

4·10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를 마치고 유권자들에 사죄하는 의미로 카메라를 향해 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정치 진영이 너무 한쪽으로 쏠려있을 때 통상 등장하는 표현이다. 좌, 우 대칭의 날개가 있어야 목표 방향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새처럼 국가,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좌, 우 균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4.10 총선 결과는 우파, 보수의 참패로 끝났다. 균형이 깨진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개헌선(200석)이 뚫리지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지만 역대 보수 정당은 과반 의석 달성, 제1당 차지 여부를 승패 기준으로 삼았다. 보수 정당은 총선에서 3연패했는데 더불어민주당과의 의석수 격차가 20대 총선 1석에서 21대 77석, 22대 67석으로 드라마틱하게 벌어졌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조국혁신당 의석수(12)를 합치면 79석차로 역대급이다.

 

‘보수 전면 개조하자’ 시리즈(4월12·13·15일자·조병욱·구윤모·김병관 기자)는 국민의힘 참패로 확인된 보수 지형의 변화를 짚고 개조 방향을 제시한 기획이다. 보수 정당의 회복탄력성은 윤석열정부의 성패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쟁력에도 중요한 변수다. 인터뷰한 전문가, 보수 원로들은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총선 성적표에서 드러난 국민의힘에 대한 민심 이반 폭이 컸고, 일회적 현상이 아니라 고질적인 증상으로 봐야한다는 진단에서다. 민주화운동 영향을 많이 받은 ‘386 세대’가 50,60대로 고령화되면서 ‘고령층=보수, 젊은층=진보’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수백년 역사를 유지해온 영국 보수당처럼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 개혁하지 않는 한 한번 깨진 균형을 다시 잡기는 어렵다는 경고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총선 패배에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중도 외연 넓혀야 

 

102 대 90. 서울 중·성동갑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 끝에 낙선한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강조한 수치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만 102개 지역구를 차지한 반면 국민의힘은 전국에서 90석의 지역구를 건졌다.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왜 대패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으로 기울어진 판을 어느 정도 복구하지 못하는 한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이기긴 힘들다는 얘기다.

 

당내에서 ‘공천=당선’ 공식이 유효한 영남당 이미지에서 탈피해 수도권, 중도로 외연을 넓혀야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이유다. 보수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본지 인터뷰에서 “당의 중진들이 점차 강경 보수화돼 가고 있다. 선수가 쌓여갈수록 좁은 세계에 갇히게 된다”며 “보수의 외연을 더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실용보수, 중도보수가 필요하다”며 “이념보수나 영남당 보다 수도권 민심을 잡아야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총선 관련 입장을 발표하는 모습을 시민들이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총선 낙선자들 간담회에서 쏟아진 발언들도 비슷하다. 호준석(서울 구로갑) 후보는 “민심이 당심이 되고, 당심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되는 구조가 돼야한다. 수도권에서 석패한 3040 젊은 낙선자들에 기회를 줘야 수도권 정당으로 갈 수 있고 민심을 받들 수 있는 정당이 된다”고 했다. 오신환(서울 광진을) 전 의원도 “지금과 같은 영남 중심의 지도부가 느끼는 민심으로는 혁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차떼기당’이라는 오명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휩싸인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2004년 3월 당사 건물을 매각하고 여의도 공터에 천막 당사를 세웠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04년 천막당사 정신으로 

 

보수 정당 역사상 ‘혁신의 기억’으로 가장 많이 소환되는 사례가 2004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당사를 천막으로 옮긴 일이다. 박근혜 당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에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50석도 못 건질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121석을 얻어냈다. ‘천막 당사’의 상징, ‘천막 당사 정신’은 기득권의 포기였다. 사실상 보수 정당이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한 첫 사례였다. 그랬기 때문에 ‘부패 정당’ 이미지를 덜 수 있었고 “마지막 기회를 달라”는 호소도 유권자들에 진정성있게 다가갈 수 있었다.

 

당시 중앙당 건물 매각만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정치개혁 방안들도 도입했다. 위법 행위에 대한 내부 징계를 강화하고 상향식 공천 시스템을 도입해 중앙당의 공천 개입 여지를 줄였다. 이번 총선 참패 후 당원 투표 100%로 당 대표를 뽑는 룰부터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민심 반영 폭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수직적이고 경직된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꿔야한다는 것도 정치개혁 방안 가운데 단골메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서울·경기에 패한 곳을 분석해보면 적은 표차가 많은데 이런 곳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태도, 권위주의적인 행태에 실망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보수 정당의 역사가 긴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사례를 감안해 중도층을 수렴하는 이념적 확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2005년 보수당 대표 시절 실용주의(온정적 보수주의) 노선을 택했다”며 “한국 보수도 기득권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버리고 변화해야한다”고 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영국 보수당의 300년 역사를 분석한 책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에서 이념적 순수성보다 권력장악이라는 실용성을 강조하고, 지속적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유연한 변화를 보수당의 생존 비결로 봤다.

 

◆보수 원로들의 제언

김형오 전 국회의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형오 전 국회의장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운영 스타일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대통령이 설명하면서 끌고 가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 의견 중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황우여 전 당 대표. 세계일보 자료사진

-황우여 전 당 대표 “야당 대표들을 당연히 만나야 한다. 국리민복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기 위해선 야당과 협치를 해야 한다. 여당은 대통령과 늘 대화하면서 이를 야당과 국민에 잘 전해야 한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아무리 여당이라지만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해야 하는데, 추종만 하는 모습을 보이며 죽은 조직처럼 있으니까 심판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앞으로 존립하려면 가혹한 심판을 받은 이번 기회에 환골탈태해야 한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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