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쌍용차 농성장 점거 제지, 정당한 공무집행”

경찰과 충돌한 노조 관계자 2명
공무집행방해 유죄 취지 파기환송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법원이 2013년 서울 중구 대한문 앞 농성장을 철거하려는 공무원과 충돌한 쌍용자동차 노조 관계자들에 대한 일부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뒤집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쌍용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쌍용차대책위) 관계자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공소사실 중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쌍용차대책위는 2012년 4월 덕수궁 대한문 앞 인도에 천막과 분향소를 차리고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관할 중구청은 천막 등을 철거하라며 그 자리에 화단을 설치하는 등 쌍용차대책위와 마찰을 빚었다. 이듬해 6월에는 공무원을 투입해 행정대집행으로 농성장 물품을 치웠고, 대책위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겠다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대책위 사람들은 점거와 집회를 막으려는 경찰과 충돌이 생겼다. A씨와 B씨 등 30여명은 경찰관을 밀치거나 방패를 잡아당기는 등 실랑이를 벌이다 연행됐다.

1심은 기소된 A씨와 B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B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경찰은 불법적인 인도 점거와 화단의 훼손 등을 예방하기 위해 경계 표지를 설치하는 등 집회의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다”며 두 사람의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쌍용차대책위가 농성을 하는 동안 화재가 발생하는 등 경찰이 대한문 앞을 보호할 필요가 있었고, 대책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겠다면서 철거 장소에 진입하려는 것을 소극적으로 막기만 한 것은 최소한의 필요 조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쌍용차대책위의 점거와 집회 개최를 경찰이 제지한 것을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청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