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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기생충, 킹덤… 해외에서 더 열광하는 이유는 [데스크픽]

입력 : 2021-10-05 07:00:00 수정 : 2021-10-05 02: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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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K콘텐츠’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넷플릭스 사상 최초로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인도를 비롯해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달성했다. 외신들 반응도 뜨겁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3일 “섬뜩한 유머와 기발한 미장센이 빛나는 피로 얼룩진 공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고 평가했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일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현상(global phenomenon)’이 됐다며 넷플릭스 사상 최고 히트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영 초기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갈렸던 터라 이런 글로벌 신드롬은 다소 어리둥절할 정도다. 더구나 10여년 전 국내에서 “낯설고 난해하다”며 거절당해 아예 빛을 보지 못 할 뻔했던 작품에 넷플릭스가 200억원을 투자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한국에선 진부한 소재와 표현, 해외에선 ‘참신, 매혹적’

 

해외에서 오징어 게임에 더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오징어 게임은 인생의 나락에 몰린 사람들이 상금 456억원이 걸린 서바이벌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유년시절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게임에서 탈락한 참가자를 그 자리에서 사살하는 잔인한 설정과 여성, 노인,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묘사가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본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시스템과 잔인한 현실을 함축한 서바이벌 드라마를 마냥 웃으며 보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부(富)를 독식한 상류층의 횡포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하류층의 비극, 계층간 갈등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는 한국인들에게 이제 진부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해외 평단과 시청자들은 오히려 오징어 게임이 빈부 격차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매료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신들은 오징어 게임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골든글로브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많이 비교한다.

 

BBC는 “오징어 게임은 현대 사회의 계층 갈등을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며 “이런 서사 구조는 부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함께 다룬 한국 영화 ‘기생충’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르몽드도 오징어 게임이 ‘기생충’처럼 빈부 격차를 바라보는 문제의식이 담겨있다고 했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2구의 한 카페에 마련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체험 팝업 스토어에서 한 관람객이 설탕 뽑기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빈부 격차는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보편적인 문제다. 오징어 게임은 이를 은근하고 우회적으로 그려온 외국 작품들과 달리 승자 독식의 냉혹한 현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징어 게임에서 경기의 룰을 벗어나거나 탈락하면 즉결 심판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고 중요한 설정”이라며 “물을 서서히 끓이면 그 안의 물고기는 자기가 언제 죽을지 모르다가 갑자기 죽는데, 물고기를 꺼내서 불 위에 올리면 바로 죽는다. 그들에게 한국 콘텐츠는 마치 불 위에 바로 물고기를 올려 보여주는 것처럼 직설적이고 신랄하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캡처

◆오락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 잡아

 

상업적인 콘텐츠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도 오징어 게임이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다. 

 

하재근 평론가는 “외국에서는 자본주의 모순이나 빈부 격차는 영화제에서 상 받는 명작에서 주로 그려지고, 상업적인 장르물은 그냥 오락 위주”라며 “그런데 오징어 게임은 오락성 있는 장르물에 사회적인 메시지가 들어가니 재밌으면서 의미도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2구의 한 카페에서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팝업 스토어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에 휴머니즘과 감동적인 스토리가 어우러진 것도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참신하게 느껴지는 요소다. 하 평론가는 “우리나라에서는 인간적인 스토리를 진부하다고 느끼거나 신파라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반면 서구권에서는 기존 서바이벌 장르에 그런 식의 스토리가 없어 오징어 게임을 보며 상당히 신선하고 창의적이라고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동혁 감독도 “오징어 게임과 다른 작품들의 차이점은 게임보다 사람이 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이라며 “이전까지 작품들은 한 명의 영웅을 내세우지만, 이 작품은 이른바 ‘루저’(loser)의 이야기라서 어떤 영웅이나 승자도 없다는 것도 차별성이다”라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 킹덤, 설국열차의 공통점

 

영화 ‘기생충’, 드라마 ‘킹덤’, 영화 ‘설국열차’. 세계적인 인기와 호평을 모두 얻은 이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빈부 격차와 불평등, 추락한 인간의 존엄성이다. 

 

기생충은 대저택과 반지하의 삶을 대비시키며 계급 간 갈등을 그렸다. ‘K좀비’로 불리는 킹덤 역시 불평등한 계급 구조 안에서 약자(천민)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위로 올라갈 수 없고 오히려 강자(양반)들에게 속고 희생당하는 모습을 그렸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세상의 종말 후 유일한 생존자들이 타고 있는 기차를 배경으로 꼬리 칸부터 머리 칸까지 빈부 격차에 따라 나뉜 사람들의 계층 갈등을 다뤘다.

 

모두 빈부 격차라는 큰 줄기에 각각 스릴러, 액션, 좀비 등 전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장르를 입히고, 한국적인 문화 코드와 유머를 녹였다. 

 

정 평론가는 빈부 격차라는 공통 키워드에 대해 “우연이거나, 한국 감독이나 제작자가 의도했다기보다 한국 사회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경쟁적인 사회”라며 “음악, 연기, 하다못해 골목식당조차 오디션을 하는 프로그램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가 투영된 것”이라고 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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