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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문호 詩 인용해 기후위기 경고한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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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5 08:00:00 수정 : 2021-09-14 20: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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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변했네, 무시무시한 미인이 탄생했어”
기후변화 심각성 강조하며 “초당적 협력” 당부도
13일(현지시간) 산불 피해가 심각한 미국 캘리포이나주의 마더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현지 소방서를 찾아 소방차를 배경으로 소방관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마더=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아일랜드 문호의 시(詩)를 인용해 눈길을 끈다. 증조부 시절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바이든 가계는 아일랜드 노동자 계급 출신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산불 피해가 심각한 캘리포니아주(州)를 방문해 소방당국 관계자 등으로부터 현 실태와 향후 진화 계획 등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엔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논란으로 곤경에 처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동석했다. 마침 ‘뉴섬 주지사를 해임해야 한다’는 주민소환 찬반 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민주당 소속인 뉴섬 주지사 구하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대형 산불은 최근 동부를 강타한 폭우과 대비되며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한쪽에선 물을 아무리 많이 쏟아부어도 불을 못 끄는데 다른 한쪽에선 수해로 인명과 재산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위기에 관한 입장을 설명하며 아일랜드 문호이자 1923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의 시 일부를 인용했다. 예이츠가 1916년에 쓴 ‘부활절’이란 제목의 시에 나오는 “모든 것이 변했네, 완전히 변했군. 무시무시한 미인이 탄생했어(All changed, changed utterly. A terrible beauty has been born)”라는 구절이다.

1923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아일랜드의 문호로 불리는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당 시는 아일랜드 이민자 후손인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즐겨 암송하는 작품이다. 친가와 외가 3대조 조상 8명 중 5명이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 문호 예이츠를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것이 변했다’, ‘무시무시한 미인’ 등 표현은 기후변화, 그리고 그로 인한 재앙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시 구절을 암송한 뒤 “분명한 사실은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점”이라며 “이제 우리는 결코 10년, 15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뉴욕, 뉴저지주 등 미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수해를 언급했다. 그는 “시속 178마일(약 286㎞)의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이 직접 통과한 루이지애나주보다 그 허리케인이 몰고 온 폭우가 쏟아진 뉴욕 퀸즈에서 발생한 인명피해가 훨씬 더 컸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예전 같으면 도저히 믿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미 기상당국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비가 뉴욕에 내리며 홍수가 났는데,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결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제니시를 덮친 대형 산불 모습.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재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니시=AP연합뉴스

최근 세계은행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할 수 있도록 ‘탄소 순배출 제로(0)’를 오는 2050년까지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1.5도 이내 제한’을 지키지 못한다면 지구온난화의 측면에서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결코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공화 양당의 초당적 협력도 촉구했다. 그러면서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보수 성향이 강해 공화당의 텃밭으로 통하는 텍사스주는 최근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방침에 반발해 위헌소송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난 오늘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텍사스 주지사와 통화를 했다”며 “그는 곧 다가올 허리케인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고, 난 필요할 때 즉시 알려달라고 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주지사가 소속 정당이 서로 달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대처만큼은 철저히 공조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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