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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망 가능성 인지“… 檢, 살인죄로 공소장 변경

입력 : 2021-01-14 06:00:00 수정 : 2021-01-14 02: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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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 인정”
양모측 부인… 공방 치열할 듯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양부 안 모 씨가 재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학대를 받다가 두 돌도 안 돼 숨진 ‘정인이’의 양모에게 검찰이 결국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양모 측은 “고의가 없었다”며 살인 혐의는 물론 아동학대 치사 혐의까지 부인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정인이 사건’ 첫 공판에서 양모 장모(35)씨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장씨는 당초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치사)과 아동복지법 위반(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날 변경된 공소장은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로,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삼았다.

검찰은 “변경된 공소사실 요지는 지속적 학대를 당해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진 16개월 아이에게 강한 둔력을 행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피고인(장씨)이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복부를 강하게 밟는 등 둔력을 가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행위로 피해자는 췌장이 절단돼 600mℓ 상당의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하고 복부 손상으로 사망하는 등 (피고인이)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장씨를 기소할 때는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장씨가 정인이를 죽이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갖고 숨지게 할 만한 위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인이 사건의 잔혹성이 부각되고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검찰은 사건을 다시 살펴본 뒤, 추가로 확보한 사망원인에 대한 전문가 의견 검토 등을 통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날 공소장 변경을 바로 허가했다.

재판 후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살인죄 적용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과 함께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철저한 공소유지와 엄중한 처벌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법의학자와 사망 당일 ‘쿵’ 하는 소리를 들었던 이웃 등 17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반면 장씨 측은 “일부 폭행 또는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고의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며 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장씨 변호인은 “그날따라 더 화가 나 평상시보다 좀 더 세게 배와 등을 때리고, 아이의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떨어뜨린 사실이 있다”면서도 “췌장이 끊어질 정도로 강한 둔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은 재판에 쏠린 국민적 관심과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이례적으로 중계 법정 2곳을 마련했다. 당첨자들은 본 법정(11석)과 중계 법정 2곳(각 20석)에서 재판을 방청했다. 방청권 경쟁률은 15.9대 1에 달했다. 수많은 시민은 법원 앞을 찾아 양부모의 엄중 처벌을 주장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7일로 잡혔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인이 살려내라”… 눈물·울분의 법정

 

“정인이 살려내!”

 

1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청사는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정인이 양부모의 재판이 4시간이나 남은 오전 6시30분부터 몰려든 시민들은 분노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정인이 엄마·아빠”라며, “정인아 지켜줄게”라면서 법원에 나온 이들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정인이 양부모의 첫 공판을 보려고 방청을 신청한 사람은 813명이나 됐다. 법원은 재판이 열리는 본법정과 함께 중계법정 두 곳을 운영했다.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일반 방청객용 좌석은 51석으로 제한했다.

 

16대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방청에 당첨된 이들은 숨죽이면서 재판을 지켜봤다. 손모(41·여)씨는 “직장에 다니며 26개월 아이를 키우느라 바쁘지만, 죽은 정인이를 대변해줄 부모가 없어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동으로 나서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휴가를 냈다”고 말했다. 두 딸을 둔 오모(33·여)씨도 “최근 수술을 하고 회복 중이지만 너무 화가 나서 왔다”면서 “양부모가 꼭 엄중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 내내 양모 장모(35)씨는 머리카락을 늘어뜨려 얼굴을 가렸다. 양부 안모(37)씨는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이었다. 이들은 재판에서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신상을 확인할 때 장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답했다. 장씨와 달리 불구속 상태인 안씨는 법원 업무 시작 전 취재진을 피해 법정에 미리 들어갔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전날 법원에 신변보호조치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검사가 정인이가 당한 학대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공소사실을 밝히자 방청객 일부가 눈물을 흘렸다. 50여분 만에 재판이 끝나자 한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분노에 찬 목소리로 장씨를 향해 “이 악마같은 X야, 아이 살려내”라고 외쳤다.

 

재판 후에도 시민들은 돌아가지 않고 안씨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법정 앞에 진을 쳤다. 안씨는 경찰이 올 때까지 20여분간 법정을 나오지 못했다. 이날 남부지법에는 경찰 200여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안씨는 외투에 달린 모자를 눌러 쓰고 얼굴을 가린 채 경찰 보호를 받아 법정을 빠져나갔다. 시민들은 “살인자”라며 욕설을 하고 분노를 표했다. 장씨를 태운 호송차량이 법원을 드나들 때 시민들은 목청을 돋워 “사형”을 부르짖었다.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는 항의 뜻으로 호송차 앞에 드러누웠다가 경찰 제지를 받았다. 분에 못 이긴 듯 호송차로 눈뭉치를 던지는 이도 있었다.

 

양모 측은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부모로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아이가 사망에 이르게 된 부분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정인이를 발로 밟았다거나 살해 의도가 있었다는 주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사망 당일에도 “정인이를 떨어뜨린 후 곧바로 안아올려 다독였지만 괜찮다고 생각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와 보니 상황이 심각해 병원에 갔지만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부 측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아내가 자기 방식대로 잘 양육할 것이라 믿었고, 병원에 데려가는 것보다 집에서 잘 먹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정인이를 방치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유지혜·이강진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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