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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與 공수처법 개정 강행은 ‘입법 폭주’ 자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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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6 00:01:36 수정 : 2020-11-26 00: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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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여당 단독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공수처법 개정 수순에 돌입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최종 후보자가 될 수 있도록 명시한 현행 법안을 5명으로 낮춰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국회의장의 중재로 지난 23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재가동하기로 야당과 합의했음에도 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추천위가 결론을 내지 못하면 곧바로 법을 고쳐 여당 마음대로 공수처장 임명 절차를 밟겠다는 압박이다. 어제 같은 시각에 열린 추천위 4차 회의에선 여야 이견으로 끝내 후보 압축에 실패했다. 여당은 개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해 조속히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공수처법의 소수 의견 존중 규정이 공수처 가동 저지 장치로 악용되는 일은 개선되어야 한다”며 법 개정을 독려했다. 어불성설이다. 애초 야당의 거부권을 공수처법에 넣은 것은 여당이었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우려하는 야당을 달래기 위해 거부권을 줘놓고 막상 야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악용’이라고 비난한다.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격이다. 여당이 자기가 만든 법을 시행도 하기 전에 고치는 일은 자기 부정이자 헌정사에 길이 남을 ‘입법 폭주’다.

 

여당의 입법 강행은 독재적 발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간 ‘민주당 2중대’라는 핀잔을 들으며 여당과 보조를 맞추던 정의당마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일”이라고 돌아선 마당이다. 여당이 야당의 존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한다면 국회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민주주의에서 다수결만큼 중요한 가치가 소수 의견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다. 다수당이 소수 의견을 짓밟으면 숙의 민주주의로 가는 대화의 통로가 봉쇄되기 때문이다. 전체주의와 독재는 대화를 막는 다수의 횡포에서 시작된다. 여당의 입법 폭주에서 이런 우려를 표하는 국민이 갈수록 늘고 있다.

 

공수처는 입법·행정·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막강한 사정기관이다. 헌법의 근거도 없이 가장 힘센 기관을 신설하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런 국가기관을 만들면서 여당 독단으로 법을 고치고 공수처장 임명까지 강행한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어떤 미사여구를 붙이든 일당독재일 뿐이다. 여당 스스로 폭주를 멈추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파괴한 정당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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