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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포장쓰레기 줄일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훈풍 [연중기획-지구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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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8 19:00:00 수정 : 2020-11-25 22: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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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 트렌드로
일상 속 작은 실천 움직임
‘일회용품 없이 일주일 살아보기’ 등
경험담·꿀팁 공유하며 다양한 시도
스스로 공부하며 환경보호에 앞장
시민단체선 제대로 버리는 법 홍보

제로웨이스트 상점 인기
포장 과감히 줄이고 내용물만 판매
필요한 만큼 가져온 용기에 담아줘
분리배출 힘든 물건 가져오면 ‘선물’
커뮤니티 회수센터도 뜨거운 반응
알맹상점 자원회수센터

“최대한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일주일간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줄이기) 챌린지를 진행해봤어요. 시장에서도 비닐을 거절하고 준비한 장바구니에 담아왔죠. 대나무 화장솜 등 다회용품을 구매하고,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카페를 이용했어요. 또 저녁 반찬으로 고등어를 사면서 집에 있던 반찬통과 아이스팩을 재활용했어요. 제로웨이스트 챌린지를 통해 일상 속에서 생각보다 많은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았고 앞으로도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려고요.”

유튜브 채널 ‘쓰레기왕국’의 운영자인 안파카(안혜미씨·23)와 맹스터(맹지혜씨·23)는 지난 3월부터 일상생활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일회용품 없이 일주일 살아보기’부터 ‘일회용품 없이 배달음식 먹기 도전’, ‘화장품(용기)을 제대로 버리는 법’,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세정제품이나 다회용품 소개’ 등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들은 환경운동가가 아닌 평범한 대학생이다. 안씨는 “지구 환경이 악화되어가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끼면서 ‘나부터라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구독자분들도 영상을 보면서 함께 실천하는 등 환경에 대한 인식부터 조금씩 변화하는 게 느껴진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환경에 대해 알아가고 배워가며, 작은 실천을 이끌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자신의 쓰레기 처리 습관을 되짚어보고, 자원 순환을 위해 고민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민들 스스로 정보를 찾고 공부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윤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려는 노력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분위기다.

알맹상점 리필스테이션

◆“일상에서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 제로웨이스트 실천 ‘꿀팁’ 공유

25일 환경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제로웨이스트는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사회운동을 가리킨다. 포장 용기를 지양하고 개인 용기를 준비해 음식 포장하기, 남은 재료를 활용해서 요리하기, 냉장고에 남은 재료들을 모아서 요리해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고장 난 생활용품 수선해서 사용하기,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 등이 있다.

환경부 통계를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올해 상반기 포장폐기물은 지난해 대비 비닐류 11.1%, 플라스틱류는 15.6% 증가했다. 제로웨이스트 확산에는 2018년의 ‘쓰레기 대란’에 이어 올해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

쓰레기왕국처럼 환경문제만 다루지 않더라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등을 통해 제로웨이스트 실천 경험담과 유익한 정보를 담은 ‘꿀팁’ 등이 공유되고 있다.

한 블로거는 “우리 가족은 진한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캡슐커피를 애용하는데 알고 봤더니 캡슐커피는 원두 찌꺼기 때문에 재활용이 아닌 일반쓰레기로 분류돼 버려진다더라”면서 “가뜩이나 일회용품, 플라스틱 사용이 문제가 되는 요즘 이런 사실이 너무 불편하고 찝찝하더라. 찾아보니 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재질의 리필용 캡슐이 있다는 걸 알고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서울환경연합은 유튜브 채널 ‘도와줘요 쓰레기박사’를 통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과 함께 ‘제대로 쓰레기를 버리는 방법’에 대해 알리고 있다. 예컨대 ‘캔 마개는 떼서 버려야 할까’ 같은 간단하지만 사람들이 명확히 알지 못하는 쓰레기 배출법을 소개한다. 홍 소장에 따르면 정답은 ‘떼지 말고 그대로 버려야 한다’이다. 알루미늄 소재인 캔 마개는 부피가 작기 때문에 선별장에서 자석으로 분류해낼 수 없다. 굳이 캔 마개를 몸통서 분리 배출하면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

◆제로웨이스트 상점도 인기… 소비자 실천보다 더 중요한 건 생산단계에서 움직임

이런 흐름에 맞춰 제로웨이스트 가게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지난 6월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인근에 문을 연 ‘알맹상점’이다.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는 의미를 가진 알맹상점은 말 그대로 불필요한 포장재를 과감히 줄이고 내용물만 팔고 있다.

고객이 집에서 가져오거나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가게에 기부한 플라스틱이나 유리공병에 원하는 제품을 딱 필요한 만큼만 담아 g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 세안제, 스킨, 크림, 보디워시 등 화장품부터 세탁세제, 주방 세제, 커피원두·차, 미세플라스틱 없는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까지 다양한 친환경제품들이 구비돼 있다.

지난 24일 방문한 알맹상점에는 오픈시간인 오전 11시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많게는 하루에 200~300명이 가게를 찾는다.

사실 알맹상점은 1년짜리 단기 프로젝트였다. 2018년부터 망원시장을 중심으로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고 장바구니를 사용하도록 상인과 시민들을 독려하던 알맹이란 이름의 활동가들 중 마음이 맞는 세 사람이 ‘우리가 불필요한 포장재,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가게를 만들어보자’며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준비했다.

양래교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저희가 초기 판매할 양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 20㎏ 단위로 내용물 판매 요청을 했을 때 대부분 거절했다. 적어도 100㎏ 단위는 돼야 판매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흔쾌히 응해준 업체 2곳을 통해 가게를 열 수 있었다”며 “현재는 오히려 기업들 쪽에서 판매하고 싶다며 먼저 연락이 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알맹상점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회수센터’의 반응도 뜨겁다. 분리배출이 어려운 병뚜껑이나 나무젓가락, 신발끈, 우유팩, 커피찌꺼기 등을 가져오면 1인당 최대 4개씩 도장을 찍어준다. 모두 모으면 대나무 칫솔 등 자체 제작한 선물을 준다. 이렇게 모인 쓰레기들은 재탄생한다. 플라스틱 뚜껑은 환경연합이 운영 중인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분쇄작업을 거쳐 칫솔 짜개로, 커피 찌꺼기는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화분으로, 우유팩은 재생 휴지로 또다시 사용된다.

이밖에 국내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상점인 더피커, 지구상회 등 현재 국내에 20여개가 넘는 가게들이 운영 중이다. 지역별 가게 현황은 알맹상점의 제로웨이스트 대동여지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들도 이런 소비문화를 더욱 촉진하고자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는 26일 스타벅스, 할리스커피 등 15개 커피전문점과 4개의 패스트푸드점,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개인 컵이나 다회용컵 사용을 적극 활성화하고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 상품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앞서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세제업체인 슈가버블은 이마트와 함께 세제 리필매장을 선보였다. 빈 용기에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원하는 만큼만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아모레퍼시픽도 보디워시 8종, 샴푸 7종의 제품을 내용물만 구매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을 열었다.

다만 두 가게 모두 전용 용기를 구매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임의로 가져오는 용기는 세균이 발생하거나 용기가 부식되는 등 내용물을 담기에 부적합할 수 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이미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활용하자는 기존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게 또 다른 플라스틱 제품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정착하고 포장재 없는 가게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와 생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비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홍 소장은 “포장재 없는 매장이 한 단계 나아가려면 반드시 생산자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생산자들이 유통과 연계해서 생산단계부터 벌크제품을 어떻게 생산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생산자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규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들 모두가 적극 동참… 유럽의 ‘모범’으로 꼽혀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인구 4만6700여명이 거주하는 도시 카판노리는 지역 전체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원조’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 도시는 유럽 지역에서 가장 높은 재활용률을 기록한다.

 

카판노리의 제로웨이스트 정책은 2007년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시작했다. 유럽의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이끌고 있는 비영리단체인 ‘제로웨이스트 유럽’이 발표하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제로웨이스트 정책 도입 7년 뒤인 2014년 카판노리 지역의 쓰레기 발생량은 2004년 대비 34%가 감소했고, 분리수거율은 2004년 40% 미만인 수준에서 82%로 두 배 이상 올라가는 성과가 나타났다.

 

카판노리 지역이 이 같은 제로웨이스트 정책을 실시한 것은 1997년 지역 커뮤니티에서 쓰레기소각장 건설에 맞서 싸운 것이 계기였다.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로자노 에르콜리니는 앞장서서 쓰레기소각장 건설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주변 자연경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대 운동을 펼쳤고, 결국 소각장 건설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해 시의회를 설득해 유럽 내에서 최초로 제로웨이스트 정책을 채택하도록 했다. 2022년까지 재활용률을 96.7%까지 높이고 일반쓰레기 발생량을 80% 줄인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정책 실시 이후 도시 전 지역에 강력한 문전수거식 분리수거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폐기물이 배출되면 이를 문전수거를 통해 퇴비화 시설로 보내 퇴비를 만든다. 또 주민들에게 가정용 발효기를 사용하여 퇴비화하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가정 퇴비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가정에는 쓰레기 처리수수료의 10% 할인 혜택을 준다.

 

재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재사용센터를 설치해 의류, 신발, 장난감, 전자제품, 가구 등을 수리하거나 중고품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역 내 약국에서 천기저귀나 기타 재사용 가능한 위생용품을 판매하도록 하고, 지자체에서는 천기저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식료품 가게에서는 약 250개의 지역별로 생산된 식품, 음료 등을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구매할 수 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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