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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수사지휘 위법 주장하려면 檢 수장자리 내려놔야”

입력 : 2020-10-27 06:00:00 수정 : 2020-10-26 23: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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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치 중립 안 지켜 감독자로 민망
부하 단어 생경… 장관은 총장 상급자
文 ‘尹임기’ 비선메시지 전할 분 아냐”

野서 장관에 부정적 여론조사 소개
“의원님 장관 한 번 해보시라” 받아쳐

“접대 검사들, 김봉현이 술값 계산 알아”
대검, 일단 맞대응 자제 속 예의주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지휘가 위법하다는) 그런 말을 하려면 직 내려놓고, 검찰 조직을 지켜야겠다고 하는 게 맞지 않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작심 비판했다. 나흘 전 자신을 비판한 윤 총장이 앉았던 국감장 그 자리에서 추 장관은 사퇴까지 거론하며 윤 총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추 장관은 검찰 수장인 윤 총장을, 윤 총장은 지휘·감독 기관인 법무부 수장인 추 장관을 비판하며 진실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최근 사의를 밝히며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문장 그대로,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 향후 있을 법무부 감찰과 옵티머스·라임 및 윤 총장 관련 수사를 놓고 양측 간의 대립은 더욱 거칠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편 심기 숨기지 않은 秋

 

추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정치적 발언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추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은 위법”이라는 윤 총장의 22일 발언에 대한 반박 성격을 띤다.

 

윤 총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숨기지 않았다. 윤 총장을 겨냥해 추 장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검찰총장으로서는 선을 넘는 발언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휘·감독권자로서 민망하게 생각한다. 송구스럽다”며 “잘 지도·감독하겠다”고 했다. 윤 총장이 국감장서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데 대해 추 장관은 “장관은 총장 상급자”라고 일갈했다.

지난 1월 자신과 윤 총장 사이의 인사안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윤 총장은 추 장관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제외하려 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추 장관은 형사·공판부 중심의 인사에 총장의 반대와 반감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 장관은 이날 발언에서 야당 의원들과 날 선 공방도 벌였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국민의 50% 이상이 추 장관에 부정적이라는 여론 조사를 소개하자, 추 장관은 “의원님도 장관 한번 해 보십시오”라고 쏘아붙였다.

 

◆“직 내려놓고 검찰 조직 지켜라” 퇴진 거론

 

22일 대검 국감과 이날 국감에서 추 장관의 발언은 양측 간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엿보게 한다.

 

추 장관은 법 질서를 수호하는 검찰의 최정점에 있는 윤 총장을 향해 “(일부 발언은) 반민주주의적 우려까지 제기된다”고까지 말했다. 대놓고 윤 총장을 불신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추 장관이 윤 총장 행적에 대한 잇단 감찰을 시사한 것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전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서도 “적법한 수사 지휘”였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이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며 위법성이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추 장관은 위법하다고 확신한다면 윤 총장이 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발언했다. 추 장관은 “검찰 수장으로서 그 자리를 지키면서 공개적으로 수사지휘가 위법하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고 착각이며 도리가 아니다”라면서 “그런 말을 하려면 직을 내려놓고 검찰조직을 지켜야겠다고 하는 게 맞지 않나 감히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추 장관은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30분 만에 수용했다. 1차 지휘 때는 형성권이라는 법률용어를 써서 지휘 동시에 발휘해 수용 불가피성을 받아들였다”며 “국회에 와서 전국민 앞에서 다시 부정하는 건 ‘언행불일치’에 해당한다고”고도 밝혔다.

 

◆추 장관 “술접대 검사 수사팀장 투입, 사실로 확인”… 대검, 일단 대응 자제

 

추 장관은 이날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검찰총장에 대한 두 번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이어 감찰까지 이뤄지는 것으로 전례가 없는 압박 조치다.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있었던 지난 22일 법무부는 라임 사건 당시 수사 지연 의혹 등에 대해 대검 감찰부와 같이 감찰하겠다고 밝혔고, 여기에 더해 이날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조선일보·중앙일보 언론사 사주들과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해당 의혹이) 검사윤리강령에 위배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언론사 사주와의 만남에 대해 진정서가 접수되어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진상을 파악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수사의뢰한 옵티머스 관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수사팀과 윤 총장에 대한 감찰 가능성도 시사했다. 당시 중앙지검장은 윤 총장이다.

 

추 장관은 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폭로로 불거진 검사 접대 의혹과 관련해 “고액의 향응을 받은 검사가 이 사건 수사팀장으로 투입돼 복도에서 마주쳤다는 게 감찰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며 김 전 회장의 진술에 힘을 실었다. 이어 “이미 수사 의뢰를 했다. 수사 중으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사 접대·강압 수사 의혹'과 관련해 공개한 2차 옥중 입장문. 연합뉴스

추 장관은 또 김 전 청와대 행정관이 검사들과 룸살롱에서 명함을 주고받은 것이 사실인가를 묻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법무부 감찰 결과 그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해당 검사들이 김 전 회장이 룸살롱 술값을 계산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라임펀드와 연관된 야당 정치인 의혹 수사에 대한 진실 공방도 벌어졌다.

 

윤 총장은 대검 국감에서 야당 정치인의 직보를 받은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라임 사건 수사 때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지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국감에서 “중요 정치인 등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반부패부를 통해서 보고되는 것이 통상 관례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생각하기 힘들다”며 “저 정도 상황에서 반부패부가 전혀 몰랐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의 공격에도 이날 대검은 정면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기는 이미 어려운 국면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이 사퇴 압박으로 해석되는데 대해 자리를 지키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했다. 뉴스1

◆‘秋·尹 누구 말이 맞나’ 국민들 혼란… 법조 원로들 '정치적 해결 주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안마다 충돌하면서 국가 형벌권을 집행하는 법무·검찰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법무·검찰 쌍두마차인 양측 간 갈등이 고조되고, 조직 내부가 ‘추미애 라인’과 ‘윤석열 사단’으로 갈라져 갈등을 빚으면서 청와대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청와대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법조 원로들은 “과거에도 이런 막장 드라마는 없었다”며 “청와대가 정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은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감에서 민낯을 보였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에 대해 맹비난했다. 총장이 공개 장소에서 법무부 장관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실제로 법무부는 행정조직이고, 검찰은 준사법기관이어서 업무가 충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과거에는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 많아서 검찰과 법무부의 내부 갈등이 밖으로 표출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법무부로 확장돼 작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은 그만큼 이례적이다.

 

윤 총장은 특히 두 차례에 걸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박탈에 대해 “위법하고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법무부의 ‘검찰의 라임 사태 부실 수사’ 발표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중상모략이라는 단어는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고까지 했다.

 

반면, 추 장관은 완전히 다른 입장이다. 검찰청법상 총장은 장관의 하급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직후 추 장관은 곧바로 “법상 총장은 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는 공무원”이라고 반박했다. 추 장관은 26일 법무부 종합국감에서도 “수사지휘권 발동이 적법하고 긴박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법무부와 대검 간 인사 협의 문제도 양 측은 의견이 엇갈렸다. 추 장관은 “특수·공안 중심의 조직적인 폐단을 없애기 위한 인사인데, 총장이 반감이 있었다”고 한 반면에 윤 총장은 “실질적인 협의 과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윤 총장의 처신을 못마땅해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대검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뉴스1

한 참모는 “윤 총장의 모습이 과연 공직자로서 제대로 된 태도냐”고 쏘아붙였다. 공식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어느 쪽으로 움직여도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각각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을 상징하는 인물이어서 청와대가 움직일 공간이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법조계를 중심으로 청와대가 나서서 법무부와 검찰이 충돌하는 비정상적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도형·이우승·박현준·김청윤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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