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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머니 앞세워… 남태평양 ‘내 편 만들기’ 공들이는 中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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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24 15:00:00 수정 : 2020-10-24 11: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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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영토 넓혀가는 중국
저신용 국가에 대출 방식으로 투자
외교적 환심 사면서 진출 발판 마련
中, 대만 고립·태평양 군사거점 확보
美 등 서방도 경제적 지원 대폭 늘려
중국의 영향력 확대 본격 견제 나서
중국 베이징을 지난 1월 국빈 방문한 타네티 마마우 키리바시 대통령(오른쪽)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CNN 제공
#1. 미국은 최근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의 도시 말라이타주에 2500만달러(약 286억5000만원)를 원조키로 했다. 이 금액은 2018년 말라이타주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받은 원조 금액보다 500배나 많은 금액으로, 미국은 2018년 말라이타주가 속한 솔로몬제도에 20분의 1도 안 되는 약 113만달러를 원조한 바 있다. 미국이 이름 없는 섬나라의 한 지자체에 불과한 말라이타에 갑자기 이런 지원을 한 것은 바로 중국 때문이다.

지난해 솔로몬제도는 36년간 외교관계를 이어온 대만과 단교한 뒤 중국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인구 69만명의 솔로몬제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말라이타주 주지사 대니얼 수이다니는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는 것을 반대했다. 수이다니 주지사는 솔로몬제도에서 독립하겠다며 독립투표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솔로몬제도는 수이다니 주지사의 활동을 불법으로 간주했다.

호주국립대 테런스 우드 박사는 “이 정도 지원금은 놀라운 금액으로, 미국의 지원은 지정학적 문제와 관련돼 있다”며 “미국의 지원은 말라이타주가 이 지역에서 중국과의 지리적·전략적 투쟁의 잠재적 원천이 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2.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는 지난 4일 프랑스로부터 독립 찬반을 묻는 총선거에서 국민 중 53.3%가 반대해 프랑스 잔류를 택했다. 뉴칼레도니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5% 이상인 15억유로(약 2조원)를 프랑스 정부로부터 보조금 형태로 받고 있다. 대부분 분야에서 자치를 보장받고 있지만, 국방·외교·교육 분야 등은 프랑스가 통제한다.

 

1853년부터 프랑스 지배를 받은 뉴칼레도니아는 1998년 프랑스와의 협약에서 2018년부터 최대 3번의 독립투표를 할 수 있게 합의했다. 2018년 11월 독립투표는 반대 56.7%로 무산됐다. 지방 의회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2022년 한 번 더 독립투표를 할 수 있다. 올해 독립 반대 투표율은 2018년과 비교하면 3.4%포인트 줄었다. 뉴칼레도니아에서 경제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8년 투표 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은 태평양에서 단계적으로 패권을 구축하고 있으며 우리의 자유와 기회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뉴칼레도니아는 2018년 중국에 11억달러 상당 니켈을 수출했다. 이는 다른 국가에 대한 니켈 수출액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액수다.

 

뉴칼레도니아의 독립을 주장하는 측은 프랑스의 지원금이 끊겨도, 중국 자본이 이를 대체할 수 있어 독립 후 경제적 손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남태평양 연구기관인 로이 인스티튜트의 알렉산드르 다얀트 연구원은 “코로나로 수요가 줄어 올해 뉴칼레도니아의 중국에 대한 니켈 수출이 줄었다”며 “독립을 할 경우 군사기지와 자산 유치를 위해 프랑스와 계약하거나, 중국의 국가적 인프라 투자계획 지원을 받든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지난해 10월 솔로몬제도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왼쪽)와 리커창 중국 총리가 수교를 위한 조인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CMP 제공

중국이 남태평양 섬나라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 호주 등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던 남태평양 섬나라는 적극적으로 외교·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 중국과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이 남태평양 섬나라의 환심을 사는 대표적인 방법은 저신용 국가인 이들에게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출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남태평양 14개국 중 6개국은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크고, 3개국도 부채 불이행 위험이 높은 국가로 구분했다. 다른 나라들로부터 투자나 대출 등을 받기엔 신용도가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 나라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줬다. 2011∼2017년까지 중국은 남태평양 국가에 52억달러(약 6조원)를 대출했다. 이 자금으로 파푸아뉴기니는 도로를 재정비하고 피지는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했다. 사모아는 정부 건물을, 바누아투는 수출 항구를 개선했다.

바누아투는 다른 국가에서 도와주지 않는 프로젝트를 지원해 준 것에 감사를 표하는 등 중국의 지원을 받은 국가 대부분이 호감을 표시했다. 반면 이 섬나라에 가장 많은 원조를 해주는 호주는 무상원조 방식이지만, 인프라 투자가 아닌 교육, 복지 등 비인프라 부분 투자에 공을 들여 비교가 된다. 서방에서는 중국의 이런 방식을 ‘대출외교’로 설명했다. 의도적으로 지속불가능한 부채를 부담하도록 한 뒤 향후 중국이 외교적으로 이 대출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파푸아뉴기니 제임스 마라페 총리는 “우리에겐 돈이 중국에서 왔는지, 호주에서 왔는지, 전 세계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남태평양 섬나라에 대한 지원에 대해 “중국은 호혜적이며 개방적이고 지속가능한 원칙 하에서 어떤 정치적 의도 없이 태평양 섬나라 국가에 진정한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들의 생활을 향상했고 찬사를 받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남태평양에 진출하려는 배경에는 우선 중국에 대한 우호세력을 만드는 한편 군사기지 구축과 해양자원 확보 등을 위한 전략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만에 대한 국제사회 고립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14개국(호주, 뉴질랜드와 프랑스 2개 자치령 제외) 중 현재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팔라우, 마셜제도, 투발루, 나우루 4개국이다. 과거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던 섬나라들은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하나둘씩 단교 후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었다.

사모아는 1975년 중국과 수교했다. 중국과의 수교는 대만과의 단교로 이어졌다. 1998년엔 통가, 1999년엔 파푸아뉴기니가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2000년대 들어선 바누아투가 2004년 대만과 단교 후 중국과 수교를 맺었고, 지난해에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가 중국과 국교를 체결했다. 자본 등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워 중국은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투발루 등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고 있는 남태평양 4개국 역시 언제든 중국으로 갈아탈 수 있는 상황이다. 대만과 공식적으로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 남태평양 4개국 등 15개국에 불과하다,

또 이들 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동일한 투표와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는 강대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 바누아투, 피지 등 섬나라 투표권이 똑같은 효력을 가지고 있어 필요할 때 강력한 한 표가 될 수 있다. 2016년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열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바누아투, 통가 등은 중국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군사기지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기지로 활용된 마셜제도 등의 일부 섬은 현재 미국이 군사기지로 사용 중이다. 중국도 일부 섬에 군사 주둔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군사기지는 없다. 중국은 솔로몬제도의 툴라기섬을 통째로 빌리는 계약을 지방정부와 체결했지만 중앙정부가 이를 막은 바 있다. 툴라기섬은 약 2㎢ 넓이에 1200명이 사는 작은 섬이지만 수심이 깊다.

과거 일본이 해군기지를 세운 곳이기도 하다. 중국의 삼기업 그룹이 지난해 9월 툴라기섬 정부와 도서 전체, 주변 해역 독점 개발권을 받는 계약을 체결하자 솔로몬제도는 지방정부가 이런 협상을 할 권한이 없다며 제지했다. 삼기업은 정제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혔지만 미국과 호주 등은 이곳이 군사기지화할 수 있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솔로몬제도의 결정에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자주권과 투명성, 법을 강화하는 중요한 결정”이라며 “경제적·군사적 지렛대를 이용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이 해가 된다는 사실을 태평양의 많은 국가가 너무 늦게 깨닫는다”고 했다.특히 호주는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가 태평양에 해군기지를 세우고 이 지역에서 중국의 세력을 확장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호주의 주요 해상 무역로 5개 중 3개는 태평양을 통과한다. 중국이 바로 해상 무역로를 위협하지 않더라도 향후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호주의 우려다.

섬나라들이 보유한 무궁무진한 해양자원 등 경제적 이익도 무시라지 못한다. 남태평양 섬에는 목재, 광물 및 어류와 같은 자원이 풍부하다. 2011년부터 중국은 금, 니켈 광산, 액화 천연가스 및 목재 등이 풍부한 파푸아뉴기니에 집중 투자를 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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