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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안정 공급·경관 보존 등 대가”… 각 지자체 앞다퉈 도입 [심층기획-농민수당 성과와 과제는]

입력 : 2020-10-24 15:00:00 수정 : 2020-10-25 21: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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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고령화·청년 농업인 감소 등으로
무너지는 농촌 유지 밑거름 활용 목적
한 해 50만∼8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
농민들 “농업 필요성 인정 받아 자부심”
은퇴농·여성농민 제외… 형평성 논란도
중복·부정 수급, 지자체 재원 부담 숙제
도(道) 단위 광역자치단체에 농어업인 공익수당(이하 농민수당) 지급 바람이 불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2022년부터 농업인에게 연간 50만원씩 공익수당을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지난달 16일 가결했다. 9개 도 중 7번째다. 농민수당은 2019년 전남 해남군, 전북 고창군 등 기초단체에서 시작해 2020년에는 전북·전남·충남 등 광역단체로 확대됐다. 강원과 경남, 제주는 구체적인 지급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해선 아직 확정하진 못했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농민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아직 조례안이 제출되지 않은 경북도 역시 올해 안으로 농어민 수당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는 한발 더 나아가 내년부터 농가 단위가 아닌 농민 모두에게 연 60만원씩 주는 ‘농민기본소득’을 준비하고 있다.

◆식량주권·경관보존 등 농민들 기여에 보상을

23일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농민수당은 ‘공익수당’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식량의 안정공급과 경관보존 등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수당을 말한다. 농촌 마을의 최소단위 공동체인 농가를 유지·육성해 농촌 고령화와 청년 농업인 감소 등으로 붕괴하는 농촌과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데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농민수당은 주로 경작 면적에 따른 소득보전을 위해 지급하는 공익형직불제나 모든 농민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해 준다는 개념의 농민기본소득과 다르다.

현금 대신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도 농민수당의 공통된 특징이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의 이수미 연구기획팀장은 “농민수당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하게 된 지역화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빛을 내게 됐다”며 “재난지원금은 지역경제 부흥을 위해 지역에서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농민수당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지난 4월 장흥군을 시작으로 5월까지 도내 22개 시·군에 대한 농어민 공익수당 지급을 완료했다. 애초 농민 공익수당을 11∼12월쯤 지급하려던 전북도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앞당겨 추석 전에 지급 완료했다. 충남도는 지난 4월 45만원씩을 지급한 데 이어 이달 안으로 2차분 35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해 50만∼80만원씩 수당을 받게 된 농어민들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전북 고창에서 벼농사와 아로니아를 재배 중인 김명철(45)씨는 “추석 차례상 준비와 농약 구입 등에 요긴하게 사용했다”며 “돈도 돈이지만 농업과 농민의 중요성을 인정받는 것 같아 자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의열 충남농어업회의소 회장은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농어업과 농어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주고, 환경여건을 개선해 주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부분이라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강순중 전국농민회 부산경남연맹 사무국장은 “농민수당은 재난지원금과 직불금과는 다른 성격으로, 적은 금액의 수당이지만 이의 지급을 통해 최근 더욱 어려워진 농민들이 국민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자긍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형평성 논란과 지자체 부담은 해결해야 할 과제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정부가 시행 중인 공익형직불제와의 중복 가능성, 부정수급 및 형평성 논란, 지자체의 재원부담 등이다.

우선 정부는 올 들어 1000∼5000㎡ 영세농들에겐 농가당 연 120만원씩의 ‘소농직불금’을 지급하고 면적단위 외 친환경·경관보전 등의 선택형직불제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농민수당을 추가로 줄 경우 중복 지급 및 도시 근로자, 자영업자 등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얘기다.

형평성 논란은 지역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예컨대 농민수당이 경영체 등록 경영주로 국한되다 보니 웬만한 은퇴농과 여성농민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은퇴농은 주로 농촌에 살면서 농번기 때 품삯을 받으며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고 남편이 있는 여성농민은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19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농민수당을 지급한 전남 해남군의 경우 실제 농사를 짓지만 농민수당을 받지 못하는 농민이 13%에 달한다. 인근 장흥군 장흥읍의 한 농민은 “1000㎡ 이하로 농사를 지어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지 않았는데 농민수당 지급대상에서 제외돼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민수당을 지급하는 충남도는 경영체 경영주, 종합소득 3700만원 이하 농민 등으로 지급대상을 제한해 미수령률이 40∼50%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부부가 별도 경영체를 등록하는 편법으로 수당을 더 받는 사례도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해남군의 농민수당 도입 전 농업경영체 수는 1만4617개였지만 지급 후 1만5640개로 7% 늘었다.

무엇보다 지자체의 재원부담은 수백억∼수천억원이 들지만 실제 농민들이 받는 돈은 수십만원에 불과한 간극에서 비롯하는 불만과 갈등이 상당하다. 지난 2월 관련 농어업인 수당 관련 조례를 제정한 강원도는 625억원이 넘는 재원을 도와 시·군이 어떻게 분담할 것이냐를 놓고 갈등을 빚다가 최근에서야 도가 60%, 시·군이 40%를 대는 것으로 합의했다.

경남도와 제주도는 아예 지급 규모를 ‘예산범위 내’로 제한했고, 충북도는 농민수당을 연 1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대폭 줄여서야 조례가 통과됐다. 전북도 관계자는 “광역·기초단체 모두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가 녹록지 않다”며 “공익수당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감안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에 걸쳐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전국종합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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