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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특수부대, 디지털 군복에 멀티캠… 마치 선진국 부대 보는 듯 [디펜스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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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18 11:00:00 수정 : 2020-10-18 09: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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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식 열병식서 나타난 재래 전력 변화
총기는 러시아산 AK-74 개량 소총에 조준경·표적지시기로 추정 장비 추가
신형 전차, 러産 개량했던 과거와 달리 美 ‘M-1’과 비슷한 3세대 전차의 외형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군들이 열병식에 참석해 각을 잡고 입장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촌티는 다 벗은 것 같다.”

북한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개최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지켜본 군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환골탈태했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민무늬 군복과 낡은 AK 소총, 구식 전차는 사라지고, 선진국 군대를 방불케 하는 현대적인 모습이 등장했다. 무력시위를 의식한 ‘쇼’라는 비판도 있지만, 핵과 미사일 강화에 골몰하던 북한이 재래식 전력 증강에도 눈길을 돌리면서 한국군의 전력 우위를 흔들려는 시도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수전 전력 첨단화… 네트워크전 시도 정황

열병식에 참가한 북한군 특수부대들은 미국에서 개발된 멀티캠이나 한국군 디지털 군복 등과 유사한 위장복을 입고 특수작전용 장비들을 착용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과 탈레반 등 이슬람 반군들이 벌인 전투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이 채택해 세계 주요 국가 군대로 확산한 멀티캠은 어떤 지형에서도 위장 효과를 낼 수 있다. 한국 특수부대를 포함해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에서도 널리 쓰인다.

총기는 러시아산 AK-74를 개량한 것으로 보이는 소총에 조준경, 표적지시기 등으로 추정되는 장비를 추가했다. 일부 부대원들은 소음기나 야간투시경도 함께 갖췄다. 야간이나 건물 내부에서 작전을 펼칠 때 필요한 장비들이다. 야간투시경을 사용할 때는 조준경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적외선 레이저로 표적을 가리킬 수 있는 표적지시기가 필수다.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총기도 등장했다. 북한 해군 특수부대원들은 중국산 QBZ-75와 유사한 불펍(Bullpup) 소총으로 무장했다. 급탄, 격발 등이 방아쇠 뒤쪽(개머리판)에서 발생하는 불펍 소총은 길이가 짧고 소음이 적다. 반면 탄창 교환이 불편하고 조준이 부정확해질 우려가 있다.

디지털 단말기를 휴대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도 포착됐다. 북한 내 모바일 통신망이나 C4I(지휘·통제·통신·정보수집) 체계를 통해 수집되는 전장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는 ‘네트워크 전쟁’ 개념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도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은 지휘정보국 신설 등 조직 개편과 통합전술지휘통제체계 구축을 통해 C4I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군이 열병식에서 선보인 장비들은 중국에서 반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는 하청 방식으로 현대식 군복이나 위장무늬 원단, 조준경, 야간투시경 등을 생산하는 공장이 적지 않다. 서방국가 제품보다 질적 측면에서 뒤처지고 수량도 충분치 않을 수 있지만, 부가장비 없이 AK 소총만 쓰던 과거보다는 전투력을 높이는 효과는 분명하다. 북한군이 이런 변화를 선택한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한 이유다.

◆신형 전차·장갑차까지… 기갑부대도 재편

기갑 전력도 러시아·중국에 의존했던 과거 모습에서 탈피하고 있다.

이번 열병식에서 등장한 신형 전차는 러시아산 T-55, T-62 전차를 개량했던 선군호나 천마호, 폭풍호와는 유사한 부분이 거의 없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미국 M-1이나 한국 K-1A1 전차와 비슷한 3세대 전차의 외형”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신형 전차 캐터필러 내부의 로드휠(바퀴) 수가 7개라는 점에서 이란산 줄피카 3와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2012년 9월 공개된 줄피카 3는 로드휠 숫자가 7개다. 52t 중량에 1000마력 엔진을 장착하며 러시아 T-72 전차의 125㎜포와 자동장전장치를 적용했다. 북한과 이란이 오래전부터 군사교류가 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줄피카 3 관련 기술이 북한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산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방불케 하는 차륜형 장갑차도 등장했다. 115㎜ 포로 추정되는 무기를 장착한 것과 대전차미사일을 탑재한 두 가지 형태로 등장한 차륜형 장갑차는 중국·러시아 장갑차와 유사점이 거의 없다. 군 소식통은 “서로 다른 두 가지 형태의 장갑차를 선보였다면, 병력수송용을 포함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했을 것”이라며 북한군 기동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계화군단이 사단으로 개편된 정황도 드러났다.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군 108, 425, 806, 815 기계화사단은 과거에 군단급 부대로 운영됐다. 부대 규모를 줄이면서 신형 장비를 배치해 기동력과 유연성을 높여 유사시 전격적인 남진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군 우위 약해진다… 대책 시급

북한군보다 우수한 장비를 갖춘 한국군은 야간전투와 기갑전투 등에서 자신감을 보여왔다. 북한군의 양적 우위에 맞서 우수한 장비로 만회하겠다는 것이었다. 군 당국은 보병과 특수전 부대 전력 증강을 위해 방탄복, 조준경 등을 보급하는 ‘워리어 플랫폼’ 계획과 함께 드론, 로봇, 차륜형 장갑차 등을 결합해 기동력과 타격력을 높이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북한도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북한판 워리어 플랫폼’에 나선 모습이 포착되면서 야간전투와 기갑전투 관련 전력 정비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이 현재 사용하는 야간투시경 보급률은 약 3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실제로 필요한 수량 13만5000개 중 4만300개 정도만 보급된 결과다. 같은 당 민홍철 의원은 “육군·해병대 전술통신장비 6만6000여대 중 내구연한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뿐만 아니라 재래식 전력 증강도 시도하는 만큼 대응책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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