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정은, 이례적 유감 표명… 남북관계 파국 피하기 전략

입력 : 2020-09-25 19:00:00 수정 : 2020-09-25 21:48:2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北 통전부 명의 공식 사과 배경
향후 남북관계 악영향 고려 신속 조치
한국정부 발표 다음날 대남 통지문 보내
국제사회의 대북여론 악화로 번질라
이슈 장기화 조기 차단 발빠른 메시지
대미관계도 염두… 이미지 관리 분석도
24일 인천해양경찰서는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최근 북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A(47)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호10호를 조사했다. 사진은 무궁화10호의 선체 모습.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실종된 남측 공무원 A씨의 총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남측에 공식사과를 한 것은 남북과 북·미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총격 사망사건을 둘러싼 설명이 남북 간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사건의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우리 측에 보낸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공식 사과는 북한군이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는 정부의 발표 다음날 전해졌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에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통지문을 통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일성 주석은 1968년 ‘청와대 습격사건’ 이후 4년 뒤 방북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만나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었다”고 구두로 해명했고, 1976년 ‘도끼만행사건’ 때는 유엔군사령부를 향해 직접 유감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남측을 향한 북한 최고지도자의 공개적인 유감 표명은 없었다. 2002년 2차 연평해전 직후에는 남북 장관급회담 북측 김성령 단장이 당시 정세현 통일부 장관에게 ‘유감스럽게 생각을 한다’고 전통문을 보냈고, 2008년 금강산에서 우리 관광객을 살해한 뒤 유감 표명 없이 남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이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시간을 끌지 않고 공식 사과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이번 사건을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라고 표현하며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 긴장하고 각성”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북한은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내치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으로 남측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여론 악화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미지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내용상으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실망적인 사건이 벌어졌다고 성격 규정하고 미안한 마음 전한 것은 앞으로 남북관계 대화복원의 여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정상국가의 지도자상을 지향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이번 사건이 지나치게 이슈화된다든지 장기화되면 자신의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발 빠른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 A(47)씨의 친형인 이씨가 선박에 있던 슬리퍼 등과 관련한 월북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진은 선박 내 밧줄 속에서 발견된 슬리퍼. 이씨는 이 신발이 동생의 것인지 확실치 않고, 밧줄 아래 있었던 상황이라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종된 공무원 형 이모씨 제공.

북한의 이번 사과는 향후 미국과의 관계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시점에서 북한이 사과를 하지 않으면 조만간 방한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고 이 문제가 미국 대선 전에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반인도주의적 지도자라는 비판이 나오면 향후 북·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끌고 가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이날 사과는 했지만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추가적인 조치를 통해 이번 사안을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원만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건의 전말과 관련해 북측의 설명이 다른 부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약속받는 것이다. 또한 9·19 군사합의 파기 문제에 대한 남북의 명확한 입장을 확인하고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해야 할 필요성도 거론된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