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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걸프아랍국과 첫 수교… 중동정세 새 국면

입력 : 2020-09-16 20:05:30 수정 : 2020-09-16 20: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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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바레인과 관계 정상화 협정
경제·외교 관계 수립… 직항노선도
중재한 트럼프 ‘증인’ 자격 참석
종주국 사우디도 합류할지 이목
팔레스타인 “평화·안정 달성 못해”
팔 로켓 발사에 이, 공습 ‘긴장 고조’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과 각각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에이브러햄 협정’을 체결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협정 서명식에 참석한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왼쪽부터)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UAE 외무장관이 협정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과 각각 관계 정상화 협정을 체결했다. 아랍 국가와는 이집트(1979년), 요르단(1994년)에 이어 26년, 걸프 지역 아랍 국가와는 건국 72년 만에 첫 수교다. 이웃 국가들로부터 ‘점령군’ 취급을 당해온 이스라엘이 역내 고립을 탈피하고 중동 정세에 변화를 일으키는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협정 서명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UAE 외무장관,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렸다. 1993년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앞에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이 역사적인 악수를 했던 바로 그곳이다.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 공동의 조상 아브라함의 이름을 따 ‘에이브러햄 협정’으로 명명된 이날 협정을 중재한 트럼프 대통령은 ‘증인’ 자격으로 참석해 서명하고 “수십년간의 분열과 갈등 이후 우리는 새로운 중동의 새벽을 맞이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입장에서는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에서 외교적 성과로 주의를 돌리고 친이스라엘·기독교 복음주의 진영의 지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협정문에는 상호 대사관 및 직항노선 개설, 관광·기술·에너지 등 경제관계 수립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동지역 권력과 우선순위의 변화 속에 수십년간 이어진 아랍 외교의 금기를 깬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역내 ‘왕따’와도 같은 존재였으나, 최근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면서 주변국과 관계 개선을 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제) 고립감을 느끼는 이들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폭군들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여섯 국가가 이번과 비슷한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반(反)이란’을 고리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대열에 합류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우디는 최근 이스라엘∼UAE 직항편의 영공 통과를 허용했고, 지난 5일에는 이맘 압둘라흐만 알수다이스가 TV로 중계된 설교에서 유대인에 대한 ‘격정적이고 맹렬한 감정’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미묘한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국민들이 9월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바레인의 관계 정상화에 항의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다만 UAE나 바레인은 이스라엘과 전쟁 상태가 아니고 그간 물밑에서 협력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협정은 ‘분쟁 해결’이나 ‘평화’보다는 ‘사업상 거래’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가디언은 이날 협정문에 이·팔 갈등 관련 언급은 거의 없으며,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 계획 중단에 관한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단지 “정의롭고 포괄적이며 항구적인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원론적 내용만 적시됐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내고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지 않고서는 이 지역에 어떠한 평화도, 안전도, 안정도 달성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서명식이 진행되는 동안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로켓탄 2발이 발사되고 팔레스타인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이후에도 가자지구에서 로켓탄 13발이 발사되고, 이스라엘군은 공격용 헬기와 전투기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기제조시설 및 훈련시설을 공습하는 등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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