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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몰러유” 안갯속 충청민심 이번에도 ‘캐스팅보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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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08 06:00:00 수정 : 2020-04-08 07: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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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뽑을 지 아직 몰라요. 누가 뽑혀도 다 똑같지 않겠어요.”

 

지난 6일 오후 충북 청주 복대가경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이모(55)씨는 ‘이번 총선 지지후보가 누구냐’는 말에 “고민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근처에서는 ‘태권 브이(V)’ 노래를 개사한 미래통합당 정우택 후보의 선거유세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핑크색 점퍼를 입은 정 후보가 “커져라∼ 커져 흥덕 경제” 라는 가사에 맞춰 행인들에게 열심히 손가락 두개를 펴 보였지만 멀리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학생 두어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민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같은 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후보의 출근길 유세도 상황은 비슷했다. 강 후보가 세종 너비뜰 사거리에서 서세종 IC로 향하는 출근차량을 향해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했지만 크게 관심을 두는 시민은 없었다. 이 길을 통해 매일 대전으로 출근한다는 직장인 김모(31)씨는 “선거철이 되니 아침마다 후보들 유세를 보게되지만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 중 딱히 뽑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스윙보터’가 많이 포진한 것으로 알려진 충청 지역은 선거 직전까지도 결과를 가늠하기 힘든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영·호남 대결구도가 확연한 전국 선거에서 충청 유권자들의 표심은 막판 판세를 가르는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왔다. 그만큼 표심도 변화무쌍하다. 17대는 열린우리당, 18대와 19대는 자유선진당과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줬다. 20대 총선에서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이 제1당을 내주는 상황에서도 충청 유권자들은 27개 선거구 중 새누리당에 14곳, 더불어민주당에 13곳(무소속 이해찬 의원 포함)을 안겨줬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민주당과 통합당이 각각 내세우고 있는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에 대한 의견도 팽팽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정부의 정책적 연속성을 지지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이 지역 유권자의 54.8%는 ‘잘 하고 있다’고, 42.6%는 ‘잘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같은 기관이 바로 전 주(3월 23∼2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닮아 있었다. 해당 조사에서 충청 유권자의 국정수행능력 평가는 부정(48.8%)과 긍정(48.4%)이 0.4%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이하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종 고운동에서 만난 조미영(57)씨는 “지금 정부가 실망스러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더 힘을 실어주고 싶다”며 민주당 지지의사를 내비쳤다. 조씨 옆에 서 있던 김모(59)씨는 “아직 결정한 건 아니다”면서도 “바꿔야 할 땐 바꿔야 되는 것 아니냐”고 슬쩍 반대 의견을 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냉소적인 분위기도 감지됐다. 세종 조치원읍에 거주하는 한모(30)씨는 “솔직히 아무 당도 뽑고 싶지 않다. 문재인정부도 실망스럽고, 그렇다고 통합당 찍어주기도 싫다”며 “차라리 무효표를 찍고 나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선거일을 일주일여 남겨둔 상황에서 지지 정당 선택을 보류하고 있는 충청권 무당층의 ‘막판 표심’이 중요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전·충청 지역의 무당층은 28%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여파와 문재인정부에 대한 여론 향방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이 지역 유권자는 다른 어느 지역의 유권자들보다 이슈와 현안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많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여권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충청권 민심 바닥에 존재하는 비판 여론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거 당일까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한쪽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세종 분구로 총 28개 지역구에서 승부를 겨루게 됐다. 그 가운데 11개 의석이 걸린 충남의 경우 민주당은 아산을(강훈식), 논산·계룡·금산(김종민)을 비롯한 4곳을, 통합당은 공주·부여·청양(정진석), 천안갑(신범철) 등 6곳을 우세하다고 보고 있다. 충북은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5석, 민주당이 3석을 차지한 통합당 우세 지역이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과 통합당 정우택 의원이 맞붙는 청주흥덕, 민주당 정정순 후보와 통합당 윤갑근 후보가 겨루는 청주상당의 선거 결과에 따라 양당의 승패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세종은 민주당이 갑(홍성국)·을(강준현) 모두 우세를 주장하고 있지만 통합당은 세종갑에 출마한 통합당 김병준 후보의 막판 뒤집기를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왼쪽)와 미래통합당 정진석 후보

충청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 여론은 혼전 양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박수현 후보와 통합당 정진석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달 29∼30일 대전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조사 결과 박 후보는 42.7%, 정 후보는 38.4%로 박 후보가 앞섰다. 그러나 지난달 23∼25일 매일경제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는 정 후보가 43.5%를 얻어 박 후보(35.3%)를 앞섰다. 

 

4·15 총선 대전 중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후보(왼쪽)와 미래통합당 이은권 후보. 연합뉴스

민주당 황운하 후보와 통합당 이은권 후보가 맞붙은 대전 중구 역시 초접전이다. 지난 2∼3일 충청투데이와 TJB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 결과 황 후보는 45.6%, 이 후보는 40.1%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오차 범위 내 접전이어서 어느 후보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양당 모두 충청 지역 민심이 결국은 자신들을 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충북은 기존 의석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대전·충남 의석수는 지금보다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이날 “지난 총선 때보다는 이번에 확실히 의석을 더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세종과 충북이 안정권으로 치고 올라오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세종·충청=김민순·곽은산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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