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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10세 소년, 7명에 ‘새 삶’주고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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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08 06:00:00 수정 : 2020-04-07 21: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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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화북초교 고홍준군 / 두통으로 쓰러진 후 뇌사 판정 / 또래 친구에게 장기 기증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는 앞으로도 홍준이를 사랑할 거고 평생 기억하고 있을게.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네가 오는 거라 믿으며 살아갈게. 사랑하고 고마워.”

제주 소년 고홍준(10)군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다. 홍준이는 지난 6일 심장과 간, 신장 등 장기를 기증해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에 가지 못해 친구들이 보고 싶다던 어린 생명의 숭고한 나눔이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홍준이는 이달 1일 저녁을 먹은 뒤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제주대병원에서 치료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5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호른을 연주하던 고홍준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제주시 화북초등학교에 다녔던 홍준이는 휘파람 부는 것을 좋아했다.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홍준이가 온다’고 하고 알 수 있을 만큼 흥이 많은 아이였다고 한다. 음악적 재능도 뛰어나 학교 관악부와 화북 윈드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을 연주했다.

가족들은 큰 고통이었지만 홍준이가 또래의 아픈 아이들을 살리면서 어디선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길을 가도록 했다.

3형제 중 막내인 홍준이는 평소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의로웠던 만큼 동의할 것으로 여기며 장기기증을 결심한 것이다. 홍준이의 심장과 폐, 간, 신장은 6일 어린이 5명에게 이식됐다. 각막도 조만간 대기자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홍준이가 쏘아 올린 생명의 불씨는 7명의 생명을 살렸을 뿐 아니라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며 “홍준이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코로나19로 힘든 우리 사회에 더 큰 울림과 교훈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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