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감염병 맞서 지도자 중심 결집 … 트럼프·존슨 웃고 아베 울상

입력 : 2020-04-08 06:00:00 수정 : 2020-04-08 00:11:2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코로나 발병 100일, 여론조사로 본 각국 정상 명암 / 미증유 위기로 국가 정상들 지지도 상승 / 민주주의 10개국서 평균 9%P 올라가 / 英·伊 총리 지지율 각각 72%·71% 달해 / 트럼프 47%, 바이든 49%에 턱밑 추격 / 위험성 경시·준비 부족 불구 뜻밖 결과 / 11월 대선에 바로 연결될지도 관심사 / 아베, 올림픽 의식 비상식적 대응 일관 / 브라질 대통령, 사태 심각성 인식 못해 / 국민들 정부 대응 실망에 부정 평가 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8일로 발병 100일째를 맞는다. 지난해 12월31일 중국 우한에서 처음 공식 보고된 코로나19의 불길은 지난달 유럽과 미국 등으로 급속히 번지며 인류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강도 높은 격리·봉쇄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식당·술집·공장·회사 문이 닫히고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세기 대공황과 두 차례 세계대전에 비견되는 고통을 겪고 있지만 지구촌은 각국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미국 여론조사 업체 모닝 컨설트가 각국 조사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민주주의 국가 10개국 정상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이번 위기를 거치며 평균 9%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정치학자 존 뮬러는 전쟁이나 국가 위기사태가 발생하면 정치지도자의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국기 결집효과’(rally-round-the-flag effect) 개념을 1970년에 제시했는데, 이번 감염병 사태에서도 각국 지도자에게 힘이 실리고 있는 셈이다.

◆공통의 적 맞선 단결·연대 움직임

이런 현상이 가장 뚜렷한 곳이 영국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4∼26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지지율은 72%였다. 모닝 컨설트 자료에서도 존슨 총리는 지난 1월1일 긍정평가(48%)가 부정평가(43%)를 5%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지만, 이 격차는 3월24일 29%포인트(긍정 61% 부정 32%)로 벌어졌다. 확산 초기 ‘집단 면역’ 노선을 취했다가 지난달 23일에야 이동 제한 조치를 발표하는 등 코로나19 대처에 우왕좌왕했음에도 이례적인 상승세다. 블룸버그는 “지금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게 아니라 질병에 의해 죽는 상황”이라며 “공통의 적 앞에서 서로가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감염병 극복을 위한 ‘국가적 노력’에 당파를 초월해 단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집 양상은 사태가 심각한 곳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세계에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는 3월 지지율이 2월보다 27%포인트 오른 71%를 기록했다. 미국 내 급격한 확산의 진앙인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에 대한 최근 호감도는 71%, 코로나19 대응 만족도는 87%였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이 같은 국기 결집효과 발생 조건으로 “국가 및 국가 정상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국제적 사건으로서 구체적이고 극적이며 높은 집중도를 보일 것”을 꼽았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90%라는 기록적인 지지율을 보였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도 이런 조건에 꼭 들어맞는다. 결국 미증유의 위기 속 국가 정상의 지지도 상승은 국민적 불안감의 또 다른 표현이자, 현직 지도자를 중심으로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와 애국심의 발현으로 풀이된다. 이는 실업난 등 경제위기에 맞서 대규모 부양책을 쏟아내는 ‘큰 정부’ 시대의 도래와도 맥이 닿아 있다.

◆11월 美 대선 파급효과에도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도 역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지난달 22∼25일 실시한 등록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47% 지지율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49%)에 근접했다. 2월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격차(7%포인트)를 좁힌 것이다. 코로나19를 계절성 독감에 비유하며 위험성을 얕보고, 진단장비 오류와 보호장구 준비 부족 등으로 본격 확산 대처에 미흡했던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결과다.

이는 국기 결집효과와 백악관 일일 브리핑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재선캠프 측은 “미국인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국가를 이끌기를 원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딱 그렇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닝 컨설트 조사 결과 코로나19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트럼프 대통령(43%)보다 중국(73%), 당국 통제를 안 따르는 개인(65%)에 쏠린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의 무함마드 유니스 편집장은 “대통령 지지율이 무당층과 민주당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오르는 점이 민주당의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반면 미 몬머스대 여론조사연구소 패트릭 머레이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만족도가 50%로 각 주지사 평균(72%)에 비해 낮은 점을 거론하며 “최근 지지율 상승이 오는 11월 대선 투표에 바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외도 있다… 아베·보우소나루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를 의식한 비상식적 대응으로 비판을 받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경시하는 대표주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은 이번 위기 국면에서 결집효과를 거의 못 누리고 있다. 아베 총리의 긍·부정평가 격차는 1월1일 -17%포인트에서 3월24일 -23%포인트로 오히려 벌어졌다. 지난 4·5일 TBS방송 여론조사에서는 43.2% 지지율로 2018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애도’ 흑백판을 발행한 중국 인민일보. 시진핑 국가주석과 공산당 최고 지도부 전원이 지난 4일 중난하이에서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오른쪽은 톈안먼 광장에 게양된 조기. 인민일보 캡처
중국 우한시에서 지난해 12월 처음 코로나19 전파를 경고한 의사 리원량. 리원량은 2월 7일 코로나19로 사망했으며, 중국 정부는 리원량에게 열사 칭호를 수여했다. 바이두 캡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면 과감한 사회적 격리가 필요하다는 지방정부와 의회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경제 회생을 위해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고집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탄핵 움직임까지 일었다. 지난 1∼3일 이뤄진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 조사에서는 그의 위기 대응을 긍정 평가하는 응답이 33%(부정 39%)에 그쳤다. 다만 사임 촉구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59%로 찬성(37%)보다 높았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