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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외교관의 우한총영사 발탁, 그냥 ‘미담’일 뿐인가? [뉴스+]

입력 : 2020-02-21 23:00:00 수정 : 2020-02-21 15: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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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석 신임 우한 총영사, 지난해 정년퇴임 후 현업 복귀 / 외교부 "중국·영사 업무 전문가… 현직·퇴직 구분 않는다" / "현직 외교관들의 ‘험지’ 기피가 근본 원인 아닌가" 지적도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사실상 초토화한 후베이성 우한의 한국 총영사관에 새 총영사가 부임한 것을 적극 환영하며 우리 정부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강승석 신임 주(駐)우한 총영사는 지난해 정년이 돼 외교부를 떠났다가 이번에 ‘특임공관장’ 형식으로 중책을 맡게 됐다.

 

중국 정부는 위급한 상황에 한국이 우한 총영사관을 포기하지 않은 점을, 한국 정부는 이미 외교부를 떠난 인사가 후배 외교관과 현지 교민들을 위해 현직에 복귀한 점에 각각 ‘방점’을 찍으며 이번 인사를 대단한 ‘미담’처럼 포장하는 듯한 인상이다. 신임 우한 총영사의 ‘결단’은 칭송을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이게 과연 미담이기만 한 걸까.

 

21일 외교가에 따르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강승석 신임 주우한 총영사의 부임과 관련한 질문에 “한국이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줬다”며 “어려운 순간에 한국인의 중국인에 대한 깊은 우정은 우리를 깊이 감동시켰다”고 밝혔다.

강승석 신임 주우한 총영사. 외교부 제공

강 총영사는 전날 우한에 마스크 등 방역용품을 전달하는 특별 화물기를 타고 중국 현지에 도착했다. 그는 부임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매우 힘든 시기에 한국 정부가 나를 우한에 보낸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며 사실상 ‘봉쇄’된 우한은 각국 공관원이 모두 철수해 현재 총영사가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도 지난해 11월부터 총영사 자리가 공석이다가 이번에 거의 3개월 만에 겨우 채웠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점은 강 총영사가 ‘현직’ 외교관이 아니란 것이다. 1988년 외무고시가 아닌 전문 영사직으로 외교부에 들어간 강 총영사는 주칭다오 부영사, 주홍콩 부영사, 주선양 영사, 주다렌 출장소장 등을 지내고 지난해 말 정년퇴임했다.

 

중국이란 나라, 그리고 정무 등 통상의 외교 업무와 성격이 판이한 영사직에 전문성이 있다는 점은 경력만 봐도 인정할 수 있다. 외교부도 “강 총영사는 중국 및 영사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겸비한 전문가”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사정에 밝은 현직 외교관이 여럿 있는데 왜 굳이 퇴직자를 다시 불러들였느냐에 관한 외교부 설명은 궁색하기만 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취재진의 물음에 “현직과 퇴직을 구분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광범위하게 인재를 쓰는 차원”이라고만 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 우한에서 우리 교민을 태우고 입국한 대한항공 전세기가 김포국제공항에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여러 정황상 현직 외교관 가운데 ‘험지’인 우한에 선뜻 가겠다는 이가 없어 전직 외교관을 특임공관장 발탁 형식으로 기용한 것이란 의심이 들지만 외교부는 “가장 적합한 분이 가시는 것”이란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전날 한 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외교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고 있지만, 현직 외교관들이 부임을 회피해 그동안 심각한 상황임에도 우한 총영사를 보내지 못했고, 급기야 퇴직자 중에서 선임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추측일 것”이라며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퇴직 후 복직한 강 총영사의 헌신 및 역량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은 뒤 “국민이 필요할 때, 국민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함께 하지 못하는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고 문재인정부를 질타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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