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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경로 끝내 못 밝힐 수도… ‘깜깜이 환자’에 지역사회 비상

입력 : 2020-02-19 06:00:00 수정 : 2020-02-18 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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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첫 발생… 코로나 새 국면/ 대구서 60대 여성 31번째 확진/ 해외 방문·확진자 접촉 정황 없어/ 29·30번이어 세번째… 감염원 몰라/ ‘日 크루즈 탑승’ 한국인 19일 귀국
18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입원한 대구시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의 음압 병동의 문들이 굳게 닫힌 가운데 의료진만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전개 양상이 심상치 않다. 18일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세 번째 사례로 신규(31번) 환자가 발생했다.

 

검역당국은 역학적 관계가 없는 또 다른 환자가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31번 환자는 61세 한국인 여성으로, 대구 수성구 거주민이다. 수도권(서울·부천·일산 등)과 호남권(군산·광주)에 이어 청정지역인 영남권에서도 첫 감염자가 나온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계절성 독감처럼 방역당국의 상시 감시대상으로 관리된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18일부터 호흡기 감염병 감시체계에 추가해 감시, 관리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보건소 앞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31번 환자는 지난 7일 입원치료 중 10일 38도 이상의 발열을 보였다. 14일 실시한 영상 검사에서 폐렴 소견이 확인돼 항생제 치료를 진행하다 전날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고 확진됐다. 현재 대구의료원에 격리입원 중이다.

 

31번 환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현재까지 외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중대본은 밝혔다. 대구는 기존 확진자들이 방문한 장소도 아니다. 검역당국은 감염원과 감염경로, 접촉자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31번 환자의 남편과 아들은 바이러스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앞서 발생한 29번(82·남·한국)·30번(68·여·〃) 부부 환자도 감염원·감염경로를 모르는 상황이다. 발병 전 2주간 만난 사람들의 해외 여행력, 증상 여부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어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18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입원한 대구시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의 음압 병동의 문들이 굳게 닫힌 가운데 의료진만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환자가 3명으로 늘어나면서 정부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끝내 누구로부터 감염됐는지 찾아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사례 정의를 확대하고 많은 검사를 시행하면 역학적 연관성을 알 수 없는 환자가 추가로 보고될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다만 아직 전국적인 유행이나 위험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손 씻기, 기침 예절 등 기본적인 예방수칙을 지켜 달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을 다녀온 뒤 폐렴 증상을 보이다 숨진 30대 한국인 남성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 그는 폐에서 각혈이 발견되고 폐렴 증상을 보였으며 지난달 중국 하이난성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져 코로나19로 사망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12번(49·남·중국)·14번(40·여·〃) 부부 환자는 이날 퇴원했다. 전체 확진자 31명 중 퇴원은 12명으로 늘었다.

日 도착한 대통령 전용기 18일 오후 코로나19 환자가 집단 발생한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 중인 우리 국민을 이송하기 위해 서울공항을 출발한 대통령 전용기(공군 3호기)가 일본 하네다공항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 하네다=뉴스1

일본 요코하마 항구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한 한국인 이송을 위해 파견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3호기(VCN-235 수송기)가 이날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일본인 배우자 1명을 포함한 7명이 한국 이송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3호기는 검역 후 증상이 없는 사람들을 태우고 19일 오전 8시쯤 서울 김포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귀국자들은 국립인천공항검역소 내 임시시설에서 14일간 격리생활을 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이날 크루즈선 승선자 88명 등 95명의 감염이 추가 확인돼 일본의 전체 감염자 수는 600명을 돌파한 615명에 달한다.


◆31번 환자, 교회·병원·예식장 방문… 호텔서 뷔페 식사도

 

정부 방역망 밖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병상확보, 의료기관 역할 재조정 등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번(82·남·한국), 30번(68·여·한국), 31번(61·여·한국) 환자는 누구로부터 감염됐는지 ‘오리무중’이다. 31번 환자는 본인이 코로나19 환자인지 모른 채 병원, 호텔, 예식장 등을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30번 환자도 지하철을 타고 인천을 오갔다.

 

접촉자 이송 영남권에서 처음이자 31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8일 대구 경북대학교병원으로 31번째 확진자의 접촉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예식장·교회 다닌 31번 환자

 

18일 대구시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31번 환자는 지난 6일 오후 10시30분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이튿날 대구 수성구 새로난 한방병원에 외래진료를 받았다. 같은 날 병원의 진단에 따라 오후 9시 입원했다.

 

31번 환자는 지난 9일과 16일 오전 대구 남구 대구교회에서 2시간가량 예배에 참석했다. 15일에는 지인과 함께 대구 동구 퀸벨호텔의 예식장에 참석했다가 뷔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입원 직전에는 직장인 동구 C클럽에 출근했다. 환자는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지역을 방문한 것 외에는 대구를 벗어난 적은 없다.

 

그러나 환자가 현재까지 알려진 동선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택시를 여러 차례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접촉자들의 추가 감염 우려가 있다. 31번 환자가 방문한 병원과 호텔 등은 문을 닫고 소독 조치에 들어갔다. 대구시는 대구시민의 날 행사를 비롯한 공공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한편, 성주군 공무원 51명이 동료 공무원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31번 환자와 같은 호텔 뷔페에서 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주군은 이들 전원을 19일부터 재택근무하도록 조치했다. 성주군 관계자는 “확진자는 1·2층에 있었고 공무원들은 3층에서 예식을 보고 식사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질병관리본부의 별도 조치가 있을 때까지 전원 재택근무하도록 했다”고 했다.

 

30번 환자의 동선도 일부 공개됐다. 30번 환자는 지난 6일쯤 기침, 오한, 근육통 등의 증상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30번 환자는 지난 5∼7일 오전 6∼8시 서울 중구의 회사로 출근해 일했다. 청소 등 지원업무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에는 오전 9시30분부터 한시간가량 서울대병원 외래진료를 받았다. 지난 10일 지인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인천 중구 용유도로 이동해 야외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했으며, 다시 지하철로 경인아라뱃길로 갔다. 지하철 1, 3, 6호선과 공항철도를 타고 왕복 두 시간 넘게 이동한 것이다. 13일에는 명륜진사갈비 서울동묘역점에서 점심을 먹고, 인근 스타벅스 동묘앞역점을 이용했다. 지난 10일, 14일 두차례 강북서울외과의원, 단골온누리약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15일에는 남편인 29번 환자의 간호를 위해 고려대안암병원에 갔다. 30번 환자의 접촉자는 이날까지 20명이 확인됐다.

 

29∼31번 환자는 해외여행력이 없고, 기존 확진자의 접촉자도 아니어서 감염원과 감염경로를 찾는 데 검역 당국이 애를 먹고 있다. 증상 발현 시점을 기준으로 앞서 2주 전 누구와 접촉했는지, 접촉자들은 해외방문력이 있는지 확인작업을 거치고 있다. 29번 환자가 만난 이들 중 일부 열, 기침 등 증상이 있는 사람은 검사를 진행했는데 음성으로 판정 났다.

 

◆“환자 경중별로 의료기관 역할 재조정 필요”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대응체계 정비가 시급해졌다.

 

비수도권은 의료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문제가 될 수 있다. 국가지정 음압병상수는 29개 병원 198개, 민간 병원 음압병상은 1027개다. 이 중 국가지정병상은 서울·경기에 35.8%가, 민간 병상은 51.2%가 있는 실정이다. 이날 확진환자가 발생한 대구의 음압병상은 국가지정 10개, 민간 54개에 불과하다. 지역거점 병원 등을 중심으로 추가 병상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18일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대구시 동구의 한 호텔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검사와 환자 격리·치료가 보건소, 국가지정병원에만 몰리는 상황도 개선돼야 한다. 환자가 더 늘어나면 현재의 선별진료소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감염학회는 “보건소는 선별진료와 경증 환자를 담당하고, 입원이 필요한 의심 환자 중 경증 환자는 지자체별 공공의료원이, 중증 환자는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이 맡아야 인적·물적 자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담화문을 내고 “중소병원을 아우르는 민관협의체로 지역사회 감염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정 본부장은 “만약 지역사회 감염이 더 확산하거나 더 많은 유증상자에 대한 진료가 필요하면 1, 2차 의료기관도 준비를 해야 한다”며 “위험도나 사례정의를 바탕으로 어떤 환자가 어느 진료소를 가고, 의료기관별로 어떤 진료체계를 만들어야 하는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경, 대구=김덕용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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