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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실수”… ‘한국인 차별’ 논란 KLM항공, ‘반쪽 사과’만

입력 : 2020-02-14 15:23:12 수정 : 2020-02-14 16: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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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초점, ‘승무원 전용 화장실’에 맞춰져
네덜란드 항공사 KLM항공의 프랑수아 기우디첼리 아시아퍼시픽 사업 개발 담당(왼쪽부터), 이문정 한국 지사장, 기욤 글래스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 크리스 반 에르프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영업 본부장이 14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인 차별’ 논란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기내에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운영하고 이를 한글로만 안내해 ‘한국인 차별’ 논란을 일으킨 네덜란드 항공사 KLM항공이 한국 고객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책임을 승무원 개인에게 돌린데다, 사과의 초점이 ‘한국인’이 아닌 승무원 전용 화장실에 맞춰져 잇어 ‘반쪽짜리 사과’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기욤 글래스 KLM항공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은 14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승무원 개인의 실수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실수”라며 “한국 고객을 차별하는 행위로 해석돼 한국 고객에게 심려를 끼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래스 사장은 이어 “일부 승객을 차별적으로 대했다는 지적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안은 본사 임원진에게 바로 보고됐으며, 내부적으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KLM, 한글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 안내문…‘인종차별’ 논란 - KLM 측이 항의를 받기 전 한글로만 쓰인 안내문(왼쪽)과 항의를 받은 뒤 영어문구를 추가로 적은 안내문(오른쪽). 연합뉴스

앞서 지난 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던 KL855 항공편의 기내 화장실 문 앞에 한글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고 적힌 종이 안내문이 붙은 사진과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이 온라인 공간에서 공유되며 한국인 차별 논란이 일었다. 해당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승객이 안내문 사진을 찍고 “왜 영어 없이 한국어로만 문구가 적혀 있느냐”며 항의했으나 KLM항공 승무원은 “잠재 코로나 보균자 고객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결정된 사항”이라고 답한 뒤 사진 삭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 국토교통부는 논란이 확산하자 네덜란드 항공당국과 KLM항공 측에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래스 사장은 이날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KLM 기내 서비스 담당 임원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해당 항공편의 승무원은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는 즉시 한국 승객에게 미친 피해와 관련해 기내 담당 임원과 별도 면담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KLM항공 측은 이와 별개로 모든 승무원을 대상으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공지했으며, 향후 인천을 오가는 항공편의 승무원 브리핑 시간을 통해 해당 이슈를 다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글래스 사장은 사과문 낭독 후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다른 KLM 관계자들과 함께 90도로 고개를 숙여 사과의 뜻을 전했다.

 

14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네덜란드 항공사 KLM항공의 ‘한국인 차별’ 논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욤 글래스 KLM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왼족)이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크리스 반 에르프 KLM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영업 본부장. 그러나 이날 KLM 측의 사과가 ‘반쪽 사과’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다. 뉴스1

그러나 이날 글래스 사장의 발언은 사과의 초점이 한국인 차별이 아닌 승무원 전용 화장실에 맞춰진 데다 재발 방지책 역시 대부분 승무원 화장실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글래스 사장은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견임을 전제로 한 뒤 “이번 일이 어떻게 인종차별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이것(코로나19 사태)은 인종과 관련된 이슈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이슈이기 때문”이라며 “한국보다 유럽에 확진자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배석한 이문정 한국지사장도 “유럽의 (코로나19) 확진 케이스가 더 많은데 유럽에서 오는 사람이 한국인에 대해 잠재 보균자가 어떻다라고 말하는 것을 이해 못 하겠다, 차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 못 하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 지사장 역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승무원들에게 ‘문화적 예민함’에 대해 충분히 교육할 예정”이라고 해 마치 한국인들이 이번 사안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을 남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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