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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역풍 불라” 6개월 고심… 美 파병 압박 외면 못해

입력 : 2020-01-21 19:21:06 수정 : 2020-01-21 19: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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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요청서 결정까지 / 美, 2019년 6월 IMSC 참여 요청 / 靑, 이라크 파병 재현 우려 난색 / 美·이란 전쟁 위기에 입장 선회 / 정의용·강경화 잇달아 미국行 / 강 장관 귀국 직후 NSC서 결정 / 국방부 전면 내세워 ‘꼼수’ 논란

21일 국방부 발표로 우리 군의 호르무즈해협 파병이 공식화되면서 결과적으로 미국의 압박에 우리 정부가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미국의 파병 요청에 고심을 거듭하다가 6개월여 만에 결국 파병을 결정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이 잇따르자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이른바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동맹국 참여를 요청해 왔다.

정부는 지지층의 이탈 등을 의식, 줄곧 공식 입장을 밝히길 꺼려 왔다. 노무현정부의 이라크 파병 당시 불었던 진보 진영의 거센 반발도 의식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직후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한국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입장을 내며 파병 문제를 공식화했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기도 했지만 이 무렵 일본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결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류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이 드론을 이용, 이란의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하면서 급변했다. 당시 이란은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 두 곳에 보복 공격을 단행했으며, 미국 우방국들에 이란에 대한 공격에 가담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긴장수위를 높였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위기가 고조되면서 파병을 둘러싼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갔다.

갈팡질팡하던 분위기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7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뒤 정리되기 시작했다. 정 실장은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파병 요청이 있었는지’를 묻는 말에 “현재 중동 상황에 대한 미국 측의 상세한 브리핑이 있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비슷한 시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KBS 인터뷰에서 호르무즈해협에 한국이 파병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인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이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두번째) 미국 국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파병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은 1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을 만난 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강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 “미측 구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나라가 참여하는지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며 “NSC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대화였다”고 밝혀 사실상 정부의 파병 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파병 방식은 강 장관이 귀국한 직후인 16일 오후 진행된 NSC 회의에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이 미국과 논의한 내용을 공유하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정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석환 국방정책실장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우린 정부는 현 중동정세를 고려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키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파병 결정 발표는 급박하게 이뤄졌다. 국방부는 20일 오후까지도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파병의 배경과 의미, 파장 등을 고려할 때 발표는 청와대거나 외교부의 몫이었지만 군사적 작전 개요만을 담당하는 국방부가 전면에 나섰다.

이를 두고 정부 관계자는 “하룻밤 사이 발표 주체가 국방부로 정해진 데는 결국 파병에 따른 정치적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공정을 강조하는 정부답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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