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단 부딪쳐보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단원들에 도움 요청도 많이 하고, 실수하면 실수를 인정하며 인간관계에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
1570년 창단된 명문악단 독일 베를린슈타츠카펠레 첫 여성 악장으로 선정돼 세계 클래식 스타로 떠오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16일 서울 금호아트홀 리사이틀을 앞두고 14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내 취재진 앞에 모처럼 등장한 이지윤은 “베를린에서 연주자들과 연주하며 느꼈던 음악의 희열을 한국 관객들께도 꼭 전하고 싶다. 연주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이지윤을 자주 보여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금호아트홀 연세의 올해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영예 덕분에 이지윤은 올해 16일 연주를 시작으로 5월, 8월, 12월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독주회를 연다. 그는 “오케스트라에서 일하면서도 한국 관객들과 자주 만날 수 있는 건 정말 큰 장점인 것 같다”며 “별다른 제약이나 요구사항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레퍼토리, 내가 원하는 연주자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대곡 등 새로운 시도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지윤은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무대에 오른 이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파이널리스트’로 먼저 유명해졌다. 12명 참가자 중 카메라 조명을 가장 많이 받은 이는 첫 한국인 우승자인 임지영도, 준우승자인 올렉시 세미넨코도 아닌 이지윤이었다. 이 영화에서 이지윤은 솔리스트의 정주하지 못하는 삶에 대해 속내를 털어놓는다. 한 유명 솔리스트를 공연 후 술집에서 우연히 봤는데, 너무 외로워 보였고, 자신이 그런 삶을 추구하는 게 과연 올바른 것인지 자문하는 내용이었다. 그런 때문인지 이지윤은 결국 혼자 연주하는 솔리스트의 삶보다는 ‘함께 연주하는’ 악단 생활을 선택했다.
그 결과 이지윤은 세계적 명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베를린슈타츠카펠레의 첫 동양인 종신 악장이자, 첫 여성 악장, 최연소 악장으로 2017년 9월 선발됐다. “교수님이 ‘악장 자리가 나왔는데, 한 번 지원해보는 게 어떠냐’고 말씀해주셔서 지원했어요. 기대는 전혀 안 했고, 바렌보임을 직접 만나본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지원했었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경우에 ‘위닝’(winning)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그런 경우였던 것 같아요. 신선함이 크게 어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바렌보임이 ‘손녀딸’처럼 챙겨준다며 “옆집 할아버지같이 친근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어서 놀라웠는데 지휘대에 서 있는 그는 또 다른 사람이었다. 음악적인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이 매우 놀라웠고, 크게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거장의 면모를 소개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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