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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항모굴기’ 박차…비용·기술 결함은 ‘난제’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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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05 06:00:00 수정 : 2020-01-05 09: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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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부터 약 100년 동안 해군의 주역은 전함이었다. 조선 기술의 발발로 외형이나 성능은 끊임없이 변화했으나, ‘대구경 포를 장착한 거대한 전함’이라는 원칙은 그대로 유지됐다. 

 

미 핵항모 존 F 케네디호 상상도. F-35C 스텔스 전투기 등이 탑재된다. 미 해군 제공

하지만 1941년 12월 태평양을 은밀히 가로질러 온 일본 항공모함에서 이륙한 비행기들이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하면서 전함의 불패 신화는 막을 내렸다. 미국이 자랑하던 전함들이 일본군의 공격을 받아 침몰하는 장면은 해전의 주역이 전함에서 항공모함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로부터 70여년이 흐른 지금, 항공모함은 해군력을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앞다투어 항모를 만들며 아시아태평양 재해권 경쟁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결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항모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같은달 등장한 산둥호와 케네디호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신형 항모 취역식과 명명식을 치르며 태평양 패권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같은달 7일 명명식을 가진 존 F. 케네디호(10만1600t급)는 미 해군 차세대 핵추진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급 2번함이다. 

 

통합교전시스템과 첨단 레이더 등을 갖춰 ‘슈퍼 항모’로 불리는 케네디호는 미 해군 니미츠급 핵항모의 선체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해 전투력을 높인 함정이다. 

 

지난달 7일 명명식을 치른 존 F 케네디 항모. 세계일보 자료사진

최신형 A1B 원자로 2기를 장착해 동력을 20년간 공급받을 수 있다. 전력 생산도 니미츠급 핵항모보다 3배나 많은 600㎿에 달한다. 기존 증기사출기보다 출력이 향상된 전자기식 사출기를 적용, 무장을 갖춘 전투기를 더 많이 띄울 수 있도록 했다. 

 

F-35C 스텔스 전투기와 F/A-18 전투기, E-2D 공중조기경보통제기, MH-60R 해상작전헬기 등을 포함한 80여대의 함재기를 탑재한다. 중소 국가의 공군력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추후에는 무인공격기 또는 공중급유기와 레이저 무기 등도 탑재될 예정이다. 

 

같은달 17일 취역한 중국 항모 산둥호(7만t급)는 미완성된 러시아 항모 바리야그를 개조해 만든 랴오닝호의 경험을 토대로 중국 기술로 만든 항모다. 

 

중국 최초의 근대적 해군이었던 청나라 북양함대 창립일에 맞춰 취역식을 가진 산둥호는 중국의 항모 건조 기술이 꾸준히 발전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실험적 성격이 강했던 랴오닝호보다 두 배 정도 많은 40여대의 J-15 전투기와 Z-18 해상작전헬기를 탑재할 수 있다. 최신 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등을 장착해 전투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행갑판도 랴오닝호보다 넓어져 항공작전이 더욱 용이해졌다는 지적이다. 

 

산둥호의 취역으로 중국은 동아시아에 유일하게 항모를 두 척 운용하는 국가가 됐다. 중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산둥함보다 현대화된 8만t급 항모 건조를 진행중이며, 이와 별도로 네 번째 항모 건조도 이르면 2021년 시작할 예정이다. 새로 건조되는 항모는 스키점프대를 적용하는 대신 증기식이나 전자기식 사출기를 장착할 것으로 보여 실제 취역 시 전투력이 한층 향상될 전망이다.

 

중국 해군 J-15 전투기가 항모 랴오닝호 갑판에서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비용 증가에 기술적 난제까지…미래전 부합하나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항모를 만들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중국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둥호는 배 앞부분에 설치된 스키점프대를 이용해 전투기를 이륙시킨다. 중량이 30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J-15 전투기를 이륙시키는데 필요한 양력을 충분히 제공하기 어렵다. 연료나 무장 탑재량을 줄이면 이륙할 수 있으나, 그만큼 전투능력이 떨어진다. 

 

미 해군 항모처럼 증기식이나 전자기식 사출기를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개발이 지연되는 모양새다. 사출기가 없다면 미 해군의 E-2D와 같은 조기경보통제기를 운용하기 어렵다. 헬기에 조기경보레이더를 장착하는 대안이 있으나 탐지 반경 등에 제약이 따른다. 

 

J-15 전투기와 탑재 엔진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 해군 항모 산둥호가 항해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실제로 중국은 J-15에 탑재될 자국산 WS-10H 엔진의 짧은 수명 등 기술적 문제로 고심해왔다. 중국은 러시아제 AL-31F를 사용하면서 WS-10H 엔진 성능개량을 지속, 수명을 800시간 비행에서 1500시간 비행으로 연장하고 추력을 높였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조차 F/A-18 전투기 탑재 F414 엔진의 4000시간 이상 비행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J-15는 수차례 결함을 드러냈다. 지난 2016년 치명적인 추락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은 J-15의 비행제어시스템을 일부 고친 것으로 전해졌으나 기술적 결함이 완전히 해소됐는지는 미지수다. J-15를 대신해 ‘중국판 F-35’라 불리는 FC-31 스텔스 전투기 탑재가 거론됐지만, 항모에서 제대로 쓰일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미국은 막대한 건조비용과 군사적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제럴드 포드급 핵항모 건조비는 130억 달러(15조원)에 달한다. 첨단 전자장비 탑재 비중이 증가하면서 건조비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세계에서 국방비를 가장 많이 쓰는 미국이지만, 130억 달러에 달하는 건조비용을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 

 

핵항모를 위협하는 무기의 발달은 미국 내에서 ‘항모 무용론’을 촉발시키는 요인이다. 중국은 ‘항모 킬러’라 불리는 DF-21D(사거리 1500㎞), DF-26(사거리 4000㎞) 대함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한 상태다. 음속의 18배에 달하는 속도로 수직에 가깝게 떨어지는 대함 탄도미사일은 미국 이지스 전투체계로도 요격이 어렵다. 

 

미 핵항모 존 F 케네디호가 명명식을 앞두고 최종 준비를 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이같은 위협을 피하려면 중국 해안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 활동해야 한다. 비행거리가 짧은 F-35C가 임무를 수행하려면 공중급유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미 해군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핵항모 대신 스텔스 함정 등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미 해군은 무인전투기 탑재 등을 추진하면서 중국 항모에 맞설 ‘슈퍼 항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항모와 대함 탄도미사일, 핵추진잠수함 등으로 주변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에 나설 때, 미 해군이 항모로 이를 저지할 수 있느냐를 두고 회의적인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자국 인근 해역에 접근한 미 항모를 항모로 견제하면서 대함 탄도미사일, 대위력 어뢰,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 등을 동원해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 항모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까지는 ‘항모 무용론’이 크게 힘을 얻지 못하고 있으나 해전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기술적,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항모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재연될 수 있어 미국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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