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집권 후반기 '국민과의 대화'…문 대통령 '진짜 민심' 헤아려 국정운영 반영해야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11-20 07:00:35 수정 : 2019-11-20 07:00:3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질문 많았지만 시간 부족했던 '국민과의 대화'…집값 급등에 따른 서민 박탈감, 사교육 부담, 고용난, 검찰 개혁, 성 불평등, 다문화 가정 정책, 탈북민 대책 등 끝없이 이어진 질문 / 국민들이 대통령의 육성 들으며 궁금증 해소하려는 마음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었던 자리 / 文 민심 헤아려 성찰·소통의 행보 신경써야 / 집권 후반기 국민과의 대화 시의적절했단 평가 / 소통 방식, 대화의 질 문제점 지적하는 목소리도…'요란한 빈 수레'였다는 비판도 있어 / 각본 없었다곤 하지만 의제 중요성, 질문 시간 비례하지 않아 때론 시간 허비 / 질문·민원 구분되지 않는 양상도 더러 나타났다는 지적에도 靑 귀 기울여야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후반기에 막 들어선 길목에서 한 '국민과의 대화'는 질문은 많았던 반면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국민이 묻는다'라는 행사 제목처럼 국민대표 패널들은 숱한 사회 의제들을 묻고 또 물었다.

 

집값 급등에 따른 서민 박탈감, 사교육 부담, 고용난, 검찰 개혁, 성 불평등에서부터 다문화 가정 정책과 탈북민 대책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었다.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작은 대한민국'과 같은 모양새의 타운홀 시민들은 저마다 어려운 삶의 현실을 짚고 정치의 해법을 구하려 했다. 질문들이 넘쳐나 100분을 예고하고 시작된 TV 생방송은 약 17분을 초과하여 어렵사리 종료됐다.

 

국민들이 대통령의 육성을 들으며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자리였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는 TV를 시청한 모든 국민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런 민심을 헤아려 약속대로 성찰과 소통의 행보에 더욱 신경을 쓴다면 집권 후반기의 국정에 작지 않은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특히 소통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집권 초반 주요 인선을 직접 발표하고 기자들과 스스럼없이 만나며 기대를 모았다. 전임 대통령과 대비되어 '기저효과'를 누린 측면도 있지만, 절대적인 소통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선 소통에 소극적으로 되었다는 지적을 받거나 야당으로부터는 '불통' 비판까지 들어야 했다. 일부 인선 결정과 경제, 외교·안보 정책 선택에 대한 야당의 불만이 섞인 반응이지만 국민들의 갈증이 컸던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국면에서 집권 후반기를 맞아 국민과의 대화를 가진 것은 시의적절했다. 이를 계기로 더 많은 대화, 더 좋은 소통, 더 나은 국정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제는 소통의 방식과 대화의 질이다. 방식, 즉 형식이 괜찮아야 내용이 보장되며 양보다는 질이 대개 중요할 때가 많아서다. 이번 대화는 부정적 시각에서 보자면 '요란한 빈 수레' 같은 인상도 줬다.

 

각본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의제의 중요성과 질문의 시간이 비례하지 않아 때론 시간이 허비되었고, 질문과 민원이 구분되지 않는 양상도 더러 나타났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19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갖고 117분간 직접 질문에 답변하며 국민과 호흡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국민 패널' 300명을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생각을 풀어놨다.

 

1만6000여명의 신청자 중 5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패널들은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문 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원형 계단식으로 둘러앉아 열띤 질문을 쏟아냈다.

 

각본 없이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조국 사태', 한반도 평화, 소상공인·비정규직 문제, 부동산 문제, 다문화 가정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돌발성 질문이 쏟아졌다.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진행이 다소 산만하고 질문도 중구난방이어서 아쉬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예정했던 100분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에 앞서 김상조 정책실장·윤도한 국민소통수석·황덕순 일자리수석·이호승 경제수석·김연명 사회수석·주영훈 경호처장·고민정 대변인 등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현장에 도착해 최승호 MBC 사장, 변창립 부사장 등과 환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사회자인 MC 겸 가수 배철수 씨, 보조진행을 맡은 허일후·박연경 MBC 아나운서와 인사를 하고 진행과 관련한 설명도 청취했다고 한다.

 

행사 시작 시각인 오후 8시가 넘어서자 짙은 색의 정장과 푸른색 줄무늬 타이를 맨 문 대통령이 등장했다. 청각 장애인이 만드는 수제화로 알려진 '아지오' 구두도 착용했다.

 

국민 패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환영했고 문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이들과 악수하며 인사했다.

 

◆文 "속으로는 날카로운 질문 품고 있을지 모르죠" 배철수에게 농담 건네기도

 

배씨가 "제가 40여년째 방송생활을 하지만 이렇게 큰 환호를 받은 적 없다"고 인사하자 문 대통령은 "속으로는 날카로운 질문을 품고 있을지 모르죠"라고 농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이 통상 행사장에 들어설 때 작곡가 김형석 씨가 만든 '미스터 프레지던트'가 연주됐던 것과 달리, 이날 행사에는 배씨가 고른 비틀스의 대표곡 'All You Need is Love'가 흘러나왔다.

 

이는 1990년부터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하며 다양한 청취자들의 신청곡을 소개한 배씨의 경험을 살렸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MBC 측의 의견을 청와대가 받아들여 가능했다.

 

배씨는 "제가 정치에 문외한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게 사랑이 아닐까"라며 "대통령과 모든 국민에게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선곡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비틀스가 사랑에 관한 노래를 많이 했는데 반전, 평화 등의 메시지로도 읽혔다"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랑의 토대는 이해이고, 이해하려면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며 "오늘 그런 뜻을 담은 자리라는 의미도 느꼈다"고 부연했다.

 

1953년생 동갑인 문 대통령과 배씨는 건강을 주제로 잠시 대화를 나눴다. 입장 후 담소까지 9분 가량이 이어진 뒤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됐다.

 

◆마이크 잡고 흐느꼈던 '민식이 엄마'…"이런 슬픔이 없도록 아이들 이름으로 법안 만들었지만 단 하나의 법도 통과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첫 질문자로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들 김민식(9) 군을 잃은 엄마인 박초희 씨를 직접 지목했다.

 

민식이의 사진을 든 남편 옆에서 흐느끼며 마이크를 잡은 박씨는 "이런 슬픔이 없도록 아이들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의 법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며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이뤄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무거운 표정으로 질문을 듣던 문 대통령은 "어머니가 보시는 가운데 사고가 나서 더더욱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면서 "아이들의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될 수 있게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민식이 엄마'를 시작으로 패널 17명이 현장에서 던진 질문과 실시간 온라인 소통방에 올라온 질문 3개 등 모두 20개 질문에 대답했다.

 

다문화 교육 교사, 다문화 가족 구성원, 민족사관고 1학년 남학생, 소상공인, 중증장애인, '워킹맘', 북한이탈주민, 일용직 노동자, 여자 중학생과 남자 대학원생 등 다양한 패널이 질문을 던졌다.

 

문 대통령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청취했고, 질문 내용을 종이에 메모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후에는 재킷을 벗고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차림으로 답변에 열중하기도 했다.

 

무슬림 국가 출신으로 한국에 14년째 거주하며 한국인 부인과 결혼해 가정을 이뤘다는 남성은 질문 후 문 대통령 취임 당시 함께 찍은 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이 남성에게 다가가 선물을 받아왔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호소한 남성은 자신의 질문을 적은 것으로 보이는 종이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각본 없이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는 '생생한 소통'이 부각되면서 국민과 공감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전에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생중계를 진행했다는 측면에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기조를 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소 엉뚱한 질문도 나와…각본 없는 생방송의 한계

 

다만 핵심이 없는 다소 생뚱맞은 질문들도 나오면서 한계도 보였다.

 

자신을 '82학번'이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진행자 배씨를 과거 길거리에서 목격한 사연 등을 언급하며 5분 가까이 긴 질문을 던졌고, 일용직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한 남성은 일상의 어려움과 공무원에 대한 불만 등을 토로했다.

 

치킨집을 운영한다는 한 남성은 "평양 개선문 앞에 100평짜리 치킨집을 만들었는데 정부가 막아서 망했다. 10년째 피해보상이나 실태조사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제한된 시간에서 이처럼 지나치게 길거나 핵심을 알기 어려운 질문이 나오자 다른 패널들은 "조금 줄입시다"라고 외치며 불만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과의 대화가 실시간 스트리밍된 MBC 유튜브 채널 방송 댓글에는 '질문할 게 얼마나 많은데 그런 질문들만 하느냐', '총선 참패 걱정 때문에 급조된 연출이다. 그 어떤 대책도 없고 자화자찬만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난감한 표정으로 "어…"하며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대학원생이 동성혼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문 대통령이 한숨을 내쉬는 장면도 포착됐다.

 

끝날 무렵이 되자 질문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저요! 질문하겠습니다!"하고 외치는 패널들의 목소리에 진행자 배씨는 "질서를 좀 지켜주시기 바란다"며 진정시켰다.

 

◆'조국 사태'에 난감한 표정 지은 문 대통령 "어…"

 

국민과의 대화는 정해진 방송 시간을 15분 가량 넘겨 오후 9시 57분까지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같은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나간다면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과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며 "임기가 절반 지났을 수도 있고 절반 남았을 수도 있다. 저는 임기가 절반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행자들은 '1만6034장의 질문에 대통령이 모두 직접 답변할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패널들을 달랬다. 산더미처럼 보이는 '1만6034장의 질문지'는 행사 종료에 앞서 수레에 실려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종료 후에도 문 대통령은 패널들의 밀려드는 '셀카 요청'에 연신 사진을 찍었다. 각종 호소문과 의견서도 전달받았다.

 

문 대통령은 패널 중 독도 헬기 사고 유족을 만나 무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아직 못 찾았군요"라며 유족의 이름을 물었고, 이 유족과 포옹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TV를 통한 방송 종료 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 공식 마무리 발언에 이어 또 한 번 마이크를 잡고 "방금 인사한 분 가운데 독도 헬기 사고로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도 계셨다.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중 소방대원 한 분은 헝가리 다뉴브강 사고 때 수색 작업에 종사했는데, 이번에 안타깝게 희생자가 되셨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첫 질문자로 지목한 민식 군 부모를 또다시 거론하며 "다시 한번 위로 말씀을 드리고,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국민 패널은 주관사인 MBC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0일부터 일주일간 사전 신청을 받아 선정됐다.

 

MBC 측은 세대·지역·성별 등을 고려하고 노인·농어촌·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지역 주민 등을 배려해 국민 패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전달된 질문에 대해 적절한 형식으로 답할 예정이다.

 

◆민주당 "국민들에게 믿을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비춰졌으리라 생각한다"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대부분의 현안에 대해 꿰뚫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믿을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비춰졌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예정된 100분을 훌쩍 넘긴 시간 동안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대화했다"며 "국민들의 목소리가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 국회, 전 국민에게 울려 퍼진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비판에 대해선 겸허하게 받아들였으며, 미처 우리 정부가 챙기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국정 운영에 반영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아울러 "오늘 나온 국민들의 목소리를 가장 따갑게 들어야 하는 곳은 국회임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며 "국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한 시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왜 해결되지 않는지' 아프게 묻는 질문의 답이 국회에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라며 검찰개혁을 위한 공수처 설치법, 어린이 안전 관련법, 탄력근로제 보완 법안 등을 열거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소통의 시대를 열겠다고 한 대통령이 약속을 지켜가는 과정은 결국 국민 삶의 윤택함으로 이어진다"며 "대통령의 걸음과 함께 정부와 국회 모두 국민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국당 "대안도 제시 못한 채 할말만 하는 100분의 TV쇼는 진정한 소통 아냐"

 

자유한국당은 '국민과의 대화'를 가진 것과 관련, "제대로 된 대안도 제시 못한 채 할 말만 하는 100분의 TV쇼는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 "국민들은 현재의 절박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나 대통령의 입으로 직접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기대했지만, 방송을 통해서 들을 수 있는 내용은 그동안 대통령이 반복해왔던 메시지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그동안 수많은 실정과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묵묵부답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국민과의 대화'를 마련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국민 300분을 모셔놓고는 20여분의 질문만을 받았을 뿐이며, 그 대답마저도 특정 질문에 대해서만 장황한 대통령의 입장을 듣는데 할애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가 '각본'이 없다는 것을 그토록 애타게 홍보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대다수 국민들의 궁금증과 목소리를 전달하기에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청와대가 준비한 내용만 일방적으로 전달된 '쇼'에 불과했다"고 폄하했다.

 

이어 "특히 정책에 대한 단편적이고 일반적 수준의 답변과는 달리 공수처와 검찰개혁, 그리고 허황된 남북 평화에 대한 유달리 긴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과의 대화라는 형식을 통해 '공수처 홍보쇼', '남북관계 평화 강요쇼'를 보는 것과 같았다"고 비꼬았다.

 

김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100분이라는 일회성 TV 쇼를 한 번 했다고 국민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며 "국민이 답변을 요구할 때는 외면하고, 자신이 말하고 싶을 때만 말하는 것을 진정한 소통이라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정의당 "각본없이 국민과의 대화 진행하는 문 대통령 진정성 잘 드러났다"

 

정의당은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과거 권위주의 대통령이라면 상상조차 힘든 좋은 소통의 선례"라며 "각본 없이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이 잘 드러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300명의 국민 패널들을 모아서 허심탄회하게 소통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다문화, 성수소자, 탈북자의 목소리가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전달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김 수석대변인은 다만 "우리 사회 불평등 해소, 한반도 주변정세를 주도하는 평화 기획,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담대한 정책, 중소 상공인 등 우리 사회의 핵심과제가 주마간산 식으로 지나간 점이 아쉽다"며 "소통이라는 명분, 각본 없는 대화 형식에 얽매이다 보니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을 파악하는 데는 부족함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의지를 드러냈지만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실제 보여주는 행동은 결국 주춤거리고 뒷걸음치는 것"이라며 "특히 주 52시간 도입을 유예하고 특별근로시간 연장 완화 등으로 국회의 입법을 무력화 시킨 마당에 국회를 탓하는 것은 매우 모순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한 데 대해선 "마땅한 태도"라고 했고, "부동산으로 경기 부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 평가한다"고 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국민들로부터 경청하는 대통령의 낮은 자세는 이번 대화를 통해 잘 드러났다"며 "그러나 강력한 개혁의지로 대한민국 변화의 비전과 희망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 추후 다른 소통의 기회를 통해 보완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탁현민 "국민들을 대하는 대통령님의 태도 그 진짜 마음에 내내 울렁거린다"

 

한편 생방송 형태의 '국민과의 대화'와 관련해 연출가 입장으로서 부정적 견해를 보였던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19일 일반 국민들을 대하는 문 대통령의 태도에 주목한 호평을 내놨다.

 

탁 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국민들을 대하는 대통령님의 태도 그 진짜 마음에 내내 울렁거린다"고 적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경청하고, 나름대로 성실하게 답변했던 모습과 쏟아지는 사진 촬영 요청에도 일일이 응해주는 문 대통령의 모습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탁 위원은 전날 tvN '김현정의 쎈터:뷰' 출연해 "대통령이 생각하는 바를 언제든지 국민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는데, 이렇게 '국민과의 대화'를 별도로 시간을 내서 한다는 걸 아직 잘 이해 못 하고 있다"며 "내가 청와대에 있었다면 '국민과의 대화'는 (연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탁 위원은 대통령 참석 행사 자체를 비판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구성을 생각하면 더욱 연출자로서는 쉽지 않다"면서도 "어떤 질문도 그 수준과 내용에 상관없이 당신 생각을 그대로 이야기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감히 들여다 본다"고 바로잡은 바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