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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 잇따르는데… 처벌법은 18개월째 ‘정부 심사 중’

입력 : 2019-11-17 11:04:36 수정 : 2019-11-17 13: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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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처벌법을 조속히 제정하겠습니다.”

 

지난 8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장관 임명시 이른 시일 내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재산·가족 관련 논란이 커지자 인사청문회를 앞둔 상황에서 정책비전을 내놓은 것이다. 이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스토킹처벌법 정부안) 제정이었다.

 

사실 법무부는 이미 지난해 5월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 방지 종합대책의 후속조치로 스토킹처벌법 정부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그해 상반기 중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 6개월이 넘은 현재까지도 법 제정은 지지부진하다. 정부 관련 부처들이나 대법원과의 의견 차이 탓이다. 그사이 스토킹 범죄는 끊이지 않고 애꿎은 피해자들만 스토킹에 시달리며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 

 

◆법제처, 지난 9월부터 스토킹처벌법 정부안 심사…유관부처 이견은 여전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 정부안은 현재 법제처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뒤 유관부처(법무부·대법원·경찰청·여성가족부) 간 이견으로 1년 넘게 공전했던 스토킹처벌법 정부안이 지난 9월 법제처로 넘어간 것이다.

 

다만 유관부처의 이견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와 대법원은 스토킹처벌법 정부안에 담긴 스토킹 범죄 정의에 대해 입장 차이를 완전히 조율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정부안은 스토킹 범죄를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정의했다.

 

 

또 범죄가 인정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고, 가해자·피해자를 분리하는 ‘잠정 조치’를 도입해 법원이 검찰 청구를 통해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조치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정부안을 법제처에 넘기기 전까지 대법원은 스토킹 범죄 정의를 획일적으로 내리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스토킹 범죄를 넓게 해석해 범죄가 아님에도 처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판례 등을 통해 범죄를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제처 심사 진행 상황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 정부안이 법제처로 넘어갔지만, 스토킹 범죄 정의를 두고 법무부와 대법원 의견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제처에서 심사 중인 스토킹처벌법 정부안은 가해자를 유치장에 보낼 수 있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지난해 법무부가 입법예고 한 정부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찰, “현 정부안으론 보호 공백 발생 우려…경찰이 즉각 보호조치 할 수 있어야”

 

경찰과의 이견도 크게 좁혀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법무부가 지난해 5월 스토킹처벌법 정부안을 입법예고 했을 때부터 잠정조치 과정에서 자신들의 재량권이 넓어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주최로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끝나지 않는 스토킹과 주거침입 성범죄, 우리는 안전한가?’ 정책토론회에서 이은구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 가정폭력 대책계장(경정)은 “법제처 심사가 진행 중인 스토킹 처벌법 정부안에 포함된 긴급잠정조치와 잠정조치 내용은 피해자 보호 공백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현장에서 경찰관이 위험성과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판단해 즉각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이 정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6일 한국여성변호사회 주최로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피해자 보호관점에서 바라본 스토킹처벌법 제정안의 문제점’ 심포지엄이 열렸다. 해당 심포지엄에선 스토킹처벌법 정부안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제공.

 

그러면서 “스토킹처벌법 (정부안)상 잠정조치가 검사를 경유해 판사의 결정까지 가면 최소 1∼3일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될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피해자 보호에 시간적 공백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반면 법무부는 경찰이 스토킹 범죄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강제로 분리하는 잠정조치를 위해선 검찰이나 법원에 영장에 준하는 것을 허가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토킹처벌법 정부안이 법제처 심사를 거쳐 국회에 발의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까지 예상돼 실제 법안 제정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안 마련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스토킹범죄의 법적 공백 상태가 길어지며 범죄 건수는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스토킹범죄 발생 건수는 436건으로 2013년 312건보다 1.4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에선 전처를 수년간 집요하게 따라다니다 결국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도 벌어졌다. 

 

 

고미경 한국여성의 전화 대표도 “현재도 스토킹범죄로 많은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다”며 “정부에서 이견을 조율해 서둘러 정부안을 만들고 국회에 발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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