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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배려 없다”… 美 지소미아·방위비 총공세 직면한 정부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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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6 12:00:00 수정 : 2019-11-16 0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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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외교안보가 퍼펙트 스톰(최악의 상황)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오는 23일 종료될 예정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협정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놓고 미국의 전방위 압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소미아 종료 철회와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절충점을 찾기 어려운 난제다. ‘전부 또는 전무(全無)’식의 결론 외에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은 예전부터 예견되어 왔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책 마련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美 전방위 압박 직면한 정부의 ‘원칙’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철회에 대해 “일본의 태도변화와 한일관계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원칙적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군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지소미아 연장을 주장하고, 한일 관계가 정상화될 기미도 보이지 않으면서 지소미아 종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5일 한미 안보협의회(SCM)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에 대해 “전시 상황에서 한미일이 효과적, 적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데 중요하다”면서 “지소미아 종료나 한일 갈등으로부터 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방위비분담금 증액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대한민국의 분담금이 늘어난 상태로 11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소미아 종료 철회와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이에 정경두 국방장관은 “방위비 분담금이 공평하고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하고, 제10차 SMA 만료 이전에 제11차 협상이 타결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간 생각들을 잘 일치시켜 한미가 앞으로 상호간 윈-윈 할 수 있도록 협상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소미아에 대해서는 “일본이 안보상의 문제로 신뢰할 수 없다며 수출규제를 했기 때문에 정부도 심사숙고 끝에 종료 결정을 내렸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에서 에스퍼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정부의 ‘원칙론’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지소미아 종료 시점이 임박했지만 일본의 태도 변화는 없다. 15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외교국장급 협의가 있었으나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종료 시점을 연장하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를 위해서는 한일 간 협의가 필요하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협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종료 결정을 철회하거나 당초 결정대로 지소미아를 끝내는 것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다. 

 

방위비분담금 증액도 난제다. 미국은 주한미군 순환배치 등을 포함해 50억달러(약 6조원)까지 방위비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18~19일 서울에서 방위비분담금 3차 협상이 열릴 예정이지만 미국의 대폭 증액 요구에 대해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비만 다루는 SMA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획기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연내 타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미 육군 장병들이 시가지 전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동맹 배려 없는 미국, 미덥지 못한 정부

 

한국과 미국은 1950년 6.25 전쟁 이후 반세기 넘게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라는 가치를 공유해온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미 동맹을 돈으로 환산하려는 행동이 늘어나면서 동맹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우방국들의 군사적, 재정적 부담을 늘리려는 미국의 시도는 2000년대부터 지속되어왔다. 하지만 합리적인 분석을 통해 근거를 제시하면서 점진적인 인상을 추구했다. 그런데 기존 SMA의 범위를 뛰어넘으면서까지 대폭 증액을 갑작스레 요구하는 것은 한미 동맹의 가치와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다. 한국과 일본에 모두 걸려있는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 한국에 종료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국에만 지나치게 압박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 역시 미덥지 못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 그때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종료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미 국무부와 국방부 관계자들은 잇따라 우려와 실망을 표시했다. 

 

이에 청와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같은달 23일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에 이 문제로 7∼8월에만 9번 유선 협의가 이뤄졌다”며 “앞으로도 국익과 제반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측에 적극 설명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미 해군 함정들이 2013년 10월 한반도 근해에서 합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국무부와 국방부는 물론 현역 군 수뇌부까지 나서서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압박했다.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요구하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개입을 기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반도와 일본, 괌을 동일한 전쟁구역으로 바라보는 미국은 유사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조해왔다. 한국, 일본의 지리적 위치와 미국의 기술이 결합하면 강력한 미사일방어(MD)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지소미아는 이를 위한 기반이었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간에 풀어야 할 사항으로 한미동맹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지난 10일 청와대 기자간담회 발언을 두고 미국의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한국에 노골적인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의 의도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은 트위터에서 “한국이 500%를 더 지불하라는 요구는 거부당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며 “트럼프는 미군 철수의 구실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15일 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터무니없는 방위비 인상 요구와 시리아 철군 등의 전례를 감안하면,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이 실패로 돌아가면 주한미군 순환배치 중단을 통한 주둔군 감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중공동행동 등 진보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문 앞에서 지소미아 연장 및 방위비 협상을 반대하며 한미안보협의회(SCM) 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방위비분담금 협상 과정을 둘러싼 우려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정부 소식통은 “(분담금 협상이) 정부 간 협상이라기보다는 기업 간 거래에 가까운 형태라 타결 시점을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우리측은 미국 무기를 많이 구매하고 주한미군 기지 건설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온 점 등을 강조하려 하겠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필요에 의해 진행된 것이므로 분담금 증액이 동맹에 기여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렇다고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바에는 노딜(No deal)을 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대폭 증액을 수용하기도 어렵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3국이 연계된 안보 현안이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국민의 세금을 지출하는 것과 더불어 한미 동맹 현안이기도 하다. 원칙을 지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국익을 기준으로 주고받기식 거래를 하는 지혜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국익은 승패보다 중요하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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