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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인근 비료공장 탓”

입력 : 2019-11-15 06:00:00 수정 : 2019-11-14 23: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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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실태조사 결과 발표 / 담뱃잎 찌꺼기 불법으로 건조해 / 7년간 발암물질 배출… 22명 피해 / 익산시는 위반 사례 알고도 방치
14일 기자와 장점마을 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익산 장점마을 환경부 역학조사 최종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환경부 관계자의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을 암에 걸리게 한 주범은 이익만 좇은 비료공장과 무책임한 행정기관으로 드러났다. 공장은 연초박(담뱃잎 찌꺼기) 불법 공정 중 발암물질을 뿜어댔고, 행정당국은 관리하지 않았다.

환경부가 14일 공개한 ‘장점마을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점마을 인근 비료공장인 금강농산은 KT&G로부터 사들인 연초박을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지만 불법으로 유기질 비료로 만들었다.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로 만들려면 건조 공정에서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이 배출돼 법으로 엄격히 금지된다. 하지만 금강농산은 퇴비보다 유기질 비료를 만들면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북 익산시 낭산면 장점마을과 인근 유기질 비료공장 위치도.

금강농산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KT&G로부터 사들인 연초박은 확인된 것만 무려 2242t이나 된다. 2009년에는 KT&G 신탄진공장에서 반출된 연초박을 전량 사들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연초박 대부분이 유기질 비료 원료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금강농산이 이미 폐쇄돼 정확한 사용량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금강농산은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발암물질을 그대로 공기 중에 배출했다. 허가받지 않은 대기배출시설을 설치하기도 했다.

익산시의 부실한 관리도 사태를 키웠다. 익산시는 2015년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했다는 ‘폐기물 실적 보고’를 받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또 익산시는 10여차례 이상 금강농산의 위반 사례를 확인했으나 가동 중단이나 폐업 등의 강력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익산시의 관리·감독 부실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주민 청구에 따라 현재 감사를 하고 있어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인근 비료공장인 금강농산에서 폐기물 굴착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환경부는 14일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병은 금강농산의 불법공정 과정에서 배출된 발암물질 때문이라고 밝혔다. 익산=뉴스1

주민 건강조사 결과 2001년 공장 설립 후 2017년 12월31일 기준으로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렸다. 이 중 14명은 사망했다.

당초 주민들은 31명이 암에 걸렸다 주장했으나 2001년 이전 암발생자와 양성종양 판정자, 자료 미제출자를 제외하고 총 22명을 비료공장으로 인한 암 발생자로 봤다. 장점마을의 남녀 전체 암 발생률은 다른 지역보다 최고 25배 높게 나타났다. 모든 암에서 남녀 전체 2.05배, 기타 피부암은 여자 25.4배, 담낭 및 담도암은 남자 16.01배로 타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하미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이번 조사 결과는 환경오염 피해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다양한 원인으로 발생 가능한 질병)의 역학적 관련성을 정부가 확인한 첫 번째 사례”라며 “향후 환경부는 주민건강 관찰(모니터링) 및 환경개선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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