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주거패러다임을 바꾸자] 주거비 아끼고 유대감 키우고… 해외서 부는 ‘코하우징’ 바람

관련이슈 주거패러다임을 바꾸자

입력 : 2018-01-25 19:15:18 수정 : 2018-01-26 12:40:0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5회> 해외 사례 <끝> / 英·獨 등 주거안정 위해 공유주택 추진 …국유지 공급·세금 감면 등 지원 나서 / 함께 아이 키우며 육아·가사 부담 감소… 고령층은 서로 돌보는 ‘노노케어’ 효과 / 스웨덴, 지난해 5명 중 1명 꼴로 거주…“삶의 질 높아져”… 美선 민간이 앞장 20여년 전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하워드와 미리암 커플은 결혼을 앞두고 갈등을 겪었다. 어떤 집에서 살지를 놓고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조부모 등 가족이 많은 가정에서 자란 하워드는 다양한 세대의 이웃이 모인 주거공동체를 꾸리고 싶었다.

반면 핵가족에 익숙한 미리암은 사생활을 보호받는 둘만의 ‘오붓한 가정’을 원했다. 옥신각신하던 두 사람은 절충할 수 있는 방안이 뭘지 고민하다 덴마크의 코하우징(공동주거) 주택을 알고 나서 무릎을 쳤다. 결국 이 커플은 결혼과 동시에 공유주택 ‘윈드송’(Windsong)을 추진했고, 1996년 캐나다에 처음 코하우징 주거양식을 도입한 주인공이 됐다.

윈드송 입주자들은 공동육아와 식사는 물론 반려동물까지 서로 돌봐준다. 비가 자주 내리는 밴쿠버의 날씨가 주민들 간의 소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거리 전체에 유리지붕까지 씌웠다. 덕분에 아이들은 언제든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놀 수 있고, 어른들도 차 한 잔 나누며 클럽활동을 즐기는 게 일상적이다.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으로 치는 유럽과 북미에서도 산업화·도시화 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코하우징 주거문화에 관심을 가진 나라가 적지 않다. 가구 분화 등으로 희미해진 공동체성 회복뿐 아니라 주거비와 육아·가사부담 경감, ‘노노케어’(건강한 노인이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돌봄) 등 코하우징 주거의 장점을 주목한 것이다. 공유(공동체)주택을 원하는 개인이나 협동조합에 국공유지를 싸게 공급하거나 세금감면과 컨설팅, 입주자 모집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민간 차원의 코하우징 운동에 뒷짐을 지고 있던 나라들도 생각을 바꿔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다. 

1996년 캐나다에 처음으로 지어진 공유주택 ‘윈드송’에서 어린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
미리암 에버스 제공
◆ 코하우징, 독일에선 주거난 해결책으로

코하우징 주거 문화가 널리 퍼진 유럽 국가들의 경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치솟는 집값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 정부는 베를린과 뮌헨, 함부르크 등 대도시마다 집값이 급등하자 정책적 대응방안의 하나로 공유주택을 택했다. 서민들이 정든 보금자리를 잃고 외곽으로 쫓겨나는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익률 극대화에 열을 올리는 부동산 개발업자 대신 실제 거주 희망자들이 직접 주택을 짓는다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공유주택을 지으려는 사람들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국공유지를 제공하고 있다. 또 부동산 개발업자들보다 세금부담도 줄여줬다. 독일 남서부의 프라이부르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협동조합에 법률과 금융 자문을 해주는 전문가그룹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영국 정부도 서민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2016년 말부터 공유주택 활성화에 나섰다. 주택기획국은 공유주택을 희망하는 무주택자들을 위해 3억유로(약 3960억원) 상당의 공유주택기금(The Community Housing Fund)을 조성, 2021년까지 1만3000여개의 공유주택을 짓기로 했다. 지난해 제공된 기금 6000만유로(약 792억원) 중 3분의 1은 다주택 보유자 비율(21%)이 높고 부동산 투기바람이 거센 남서부 지역에 배정됐다. 이 기금은 예비 공유주택커뮤니티를 지원하기 위한 전문가(코디네이터)그룹을 양성하는 데도 쓰인다. 프랑스와 벨기에 등도 공유주택 관련법을 통한 지원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스웨덴, 전체 인구의 20%가 공유주택 거주

스웨덴에서는 지난해 기준 공유주택 거주자가 5명 중 1명꼴일 정도로 코하우징 주거가 단단히 자리 잡았다. 스웨덴 정부의 주거복지 철학은 가능한 수요자 맞춤형으로 국민의 다양한 주거선택권을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매년 수요 조사를 통해 공유주택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의 규모를 파악하려는 게 이유다.

또 공영임대주택 중 일부는 반드시 코하우징 양식으로 제공한다. 아울러 협동조합이나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도록 코하우징 관련 정보도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입주자 조합은 각 지자체의 공영임대주택회사와 임대차계약을 맺는데, 이를 통해 공공은 효율적으로 다수의 가구를 관리할 수 있고, 입주자들은 임대료 계약 등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공영임대주택회사가 제대로 업무를 하는지 관리 감독하는 상위감독기구도 있다. 

재미동포 건축가 그레이스 김이 살고 있는 공유주택(Capitol Hill Urban Cohousing)의 모습.
윌리엄 라이트(사진작가 ) 제공
◆미국은 민간이 코하우징 주도◆

“주거복지에 적은 예산을 투입하는 미국에서 코하우징이 서민들의 주거환경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미국의 ‘코하우징 전도사’나 다름없는 건축가 캐서린은 지난 17일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주거복지가 취약한 미국의 현실이 코하우징을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게 한 이유였다고 했다.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 관심과 지원이 미약한 상황에서 이들이 한정된 비용으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법을 코하우징 주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코하우징 종주국’으로 불리는 덴마크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뒤 코하우징 불모지나 다름없던 미국으로 돌아와 남편과 함께 공유주택 활성화를 주도했다.

캐서린은 정부 차원의 코하우징 지원이 전무한 미국에서 코하우징 커뮤니티가 꾸준히 증가한 배경으로 활발한 정보공유와 촘촘한 네트워크 등 ‘플랫폼’의 힘을 꼽았다. 그 중심에는 미국 코하우징협회가 있다. 협회는 미국 내 개발·입주자 모집·운영 중인 코하우징의 정보와 커뮤니티별 가이드라인, 커뮤니티 형성을 돕는 전문 코디네이터와 건축가 정보 등을 상세히 제공하고 있다. 해마다 미국 전역에서 공유주택 거주자와 거주 희망자들이 모여 경험과 정보를 교환하는 워크숍도 진행한다.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