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길 대신 파격적 행보 택한 박지훈의 흥행가도 필모그래피
최근 매서운 기세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는 배우 박지훈은 지난 2월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에서 어린 선왕 단종(이홍위) 역을 맡고 누적 관객 수 1680만명을 돌파하며 ‘천만 배우’ 반열에 올랐다. 5월 11일부터 tvN에서 방영 중인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서는 주인공인 이등병 강성재를 연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시청률 7%를 기록하며, ‘2026년은 박지훈의 해’라고 불릴 만큼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눈부신 전성기는 매 순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은 그의 꾸준한 노력의 결실이다.
박지훈의 ‘연기 센스’는 떡잎부터 남달랐다. 2006년 드라마 ‘주몽’의 소금장수 아들 역으로 데뷔했다. 아역 시절 특히 눈물 연기에 두각을 나타냈는데 2007년 예능 ‘아이돌 WORLD’에서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눈물 배틀’ 영상은 큰 화제를 모았다. 2008년 예능 ‘스타 골든벨’ 추석 특집에도 배우 장영란의 가짜 조카로 출연해 눈물 연기를 선보였다. 시작하자마자 서럽게 눈물을 쏟아내는 두 영상 속 모습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연기 감각을 지녔을을 보여준다.
카메라 앞에서 눈물짓던 아역배우는 무대 위 가요계 혜성처럼 나타나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2017년 방영된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출연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타이틀곡 ‘나야 나’ 무대 엔딩 장면에서 선보인 윙크는 ‘프듀 윙크남’이란 별명을 만들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 투표로 순위에 따라 데뷔가 결정되는 시스템 속에서 첫 방송부터 1위를 기록한 박지훈은 “내 마음속에 저장”이라는 유행어까지 탄생시켰다. 탄탄한 팬덤을 바탕으로 최종 2위를 기록하며 아이돌 그룹 워너원(Wanna One)으로 데뷔했다.
그는 데뷔하자마자 가요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2017년 데뷔와 동시에 고척 스카이돔을 입성하고 같은 해 발매한 데뷔 앨범 ‘1X1=1 (TO BE ONE)’ 과 리패키지 앨범의 합산 판매량이 120만장을 돌파하며 단숨에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활동 기간 1년이라 정해진 프로젝트 그룹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2018년 지니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노래’로 대상,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드상’으로 두 번째 대상, 대한민국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가수상’으로 세 번째 대상을 받았다. 이외 주요 시상식에서 신인상 등 여러 상을 동시에 석권해 ‘괴물 신인’이라 불리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2019년 워너원 활동을 마무리한 박지훈은 2020년 정규 1집 ‘MESSAGE’를 시작으로 솔로 가수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지난 4월 싱글 앨범 ‘RE:FLECT’을 발매하며 가수로서도 꾸준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요계 정상에 서고 그의 시선은 다시 연기로 향했다. 2019년 JTBC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과 2020년 카카오TV 오리지널 ‘연애혁명’의 공주영 역을 거치며 박지훈은 본격적인 성인 연기 행보를 걸었다. 초반에는 비교적 가벼운 꽃미남 역할을 소화했던 그는 진지하고 깊은 감정 연기를 요구하는 KBS2 ‘멀리서 보는 푸른 봄’을 첫 지상파 드라마 주연으로 맡으며 연기의 깊이를 더했다. 이후 박지훈 배우 커리어에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을 만난다. 바로 2022년 공개된 웨이브(Wavve)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의 연시은 역이다. 박지훈은 이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아이돌’이라는 꼬리표를 벗고 배우로서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날카롭고 독기 서린 눈빛 열연을 펼친 그는 2023년 청룡시리즈어워즈와 코리아드라마 어워즈에서 신인남우상을 잇달아 석권하며 자신의 과감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스스로 한계를 부수는 도전을 거듭하자 박지훈에게 역대급 전성기가 찾아왔다.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조선 비극의 왕 단종 이홍위를 연기하면서다. 감독 장항준은 ‘약한영웅 Class’에서 보여준 박지훈의 연기를 보고 그가 단종 역에 적합하다고 확신했다. 박지훈은 피골이 상접한 왕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하루 사과 한 개로 버티며, 두 달 반 만에 무려 15㎏을 감량했다.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미세한 눈빛·표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무력감에 빠진 왕의 처연함부터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되살아나는 왕의 위엄,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러한 섬세한 감정 연기는 대중의 심금을 울리며 ‘단종 앓이’, ‘단종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작품으로 2026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남우상을 받은 박지훈은 가요계, 드라마, 영화 세 분야의 신인상을 모두 거머쥔 ‘신인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비극적인 운명을 담은 시대극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그가 감행한 다음 행보는 예상을 깨는 의외의 도전이었다. 박지훈의 차기작이자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tvN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총 대신 식칼을, 탄띠 대신 앞치마를 두른 이등병이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재밌게 그린 B급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 드라마다. 박지훈은 미역을 온몸에 감은 채 ‘미역천사’로 명화 ‘천지창조’를 패러디하는가 하면, 골키퍼 의상을 입고 돼지 등뼈로 피리를 불거나 도토리묵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러시아 민속춤을 춘다. 파격적인 코믹 연기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제목과 비속어를 유쾌하게 합성한 ‘취랄’이라는 신조어까지 번지고 있다.
진중한 영화에서 코미디 드라마로 돌아온 박지훈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밝은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건 아니었다”며 “원래 요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내가 요리하는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고 대본 자체도 너무 재미있었다”고 작품 선정 이유를 밝혔다. 미역 옷을 입고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파격적인 코믹 연출에 대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프로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어 그는 자신을 “초중급 배우 정도인 것 같다. 지금까지는 단맛과 쓴맛 정도만 표현해 본 것 같다”며 겸손을 보이며 “아직 경험하지 못한 맛이 훨씬 많다. 악역이나 누아르처럼 새로운 장르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연기 열의를 불태웠다.
박지훈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은 인생의 새로운 막 앞에서도 빛났다. 내년 군 입대 계획을 직접 밝힌 그는 “(드라마를 찍으며)취사병에 대한 흥미가 생기기보다는 오히려 더 멀어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강한 훈련을 받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해병대 수색대에 지원할 계획이다”며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혹시 떨어지더라도 해병대는 꼭 가고 싶다”고 군대에 대한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가요계의 정점을 찍고 이제는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흥행하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기까지 박지훈의 여정은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대중이 ‘2026년은 박지훈의 해’라는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단순히 그가 거둔 흥행 성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여전히 새로운 장르와 경험을 갈망하는 뜨거운 도전 정신이, 앞으로 채워나갈 가수 겸 배우 박지훈의 필모그래피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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