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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끝낸 전광인 ‘에이스본색’

올시즌 한전서 현대캐피탈 이적 / ‘공수겸장’ 면모 과시 가치 입증 / 팀은 선두 대한항공 턱밑 추격

“전광인, 뭐 하러 여기 왔어!”

‘덕장’의 대명사인 남자 프로배구 V리그 최태웅(42) 현대캐피탈 감독의 입에서 불호령이 나왔다. 지난해 9월 제천·KAL 남자프로배구대회 조별리그 A조 KB손해보험과의 경기서 레프트 전광인(28·사진)이 거푸 수비 실수를 범하자 불편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 수세에 몰려도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는 최 감독이 큰 소리를 내자 주변 선수들까지 눈치를 봤다. 오기를 품은 전광인은 이후 한결 나아진 리시브와 공격 성공률 68.42%를 기록하며 최소한의 이름값을 해냈다.


최 감독은 야심이 있었다. 올 시즌부터 현대캐피탈에 합류한 전광인은 앞서 한국전력에서 5시즌 동안 뛰었다. 2014년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시즌 ‘베스트 7’에도 세 차례나 뽑힐 만큼 최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런 그가 V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공격수 문성민(33)과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현대캐피탈은 남부러울 것 없는 날개 공격진을 꾸렸다. 천군만마를 얻은 최 감독이 공수에 걸쳐 중요도가 큰 전광인에게 고육책을 쓴 셈이다.

“더욱 정신을 차리고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좋은 계기였다.” 최근 전광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같이 돌아보며 웃었다. 짧은 적응기를 끝낸 뒤 이제야 자신이 붙었다는 뜻이다. 2일 기준으로 현대캐피탈은 리그 2위(15승5패·승점 41)를 달리며 선두 대한항공(승점 42)을 바짝 쫓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전력을 3-0으로 완파하며 기분 좋게 새해를 맞았다. 전광인은 서브에이스 2개 포함 11득점을 올리는 등 토종 공격수로는 역대 8번째로 3000득점을 채웠다.

득점(251점·11위), 공격 성공률(53.08%·6위), 퀵오픈(62.41%·6위) 등 주요 공격 지표에서 두각을 보이는 전광인이지만 수비에서의 약진이 유독 돋보인다. 최 감독의 ‘채찍’이 먹힌 셈이다. 그는 디그와 리시브를 합해 세트당 평균 5.11개를 해내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여기에 리시브 정확도를 평가하는 리시브 효율 부문에서도 50.85%로 4위를 마크하며 공수겸장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오는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프로배구 올스타전에도 나서는 전광인은 “팬들을 위해 더 좋은 경기력과 재미있는 배구를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