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크 파문에 불붙은 미성년자 성관계 논란…“첫경험 13세, 교육은 부실” [스토리세계-10대 성관계①] 실태 분석 입력 2018-10-09 17:53:07, 수정 2018-10-09 20:35:03 ![]() A씨의 폭로에는 ‘디아크가 성관계를 요구할 당시 피임기구가 없었다’는 내용과 ‘강간’이라는 단어가 담겨 부족한 미성년자들의 성의식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미성년자의 성관계 나이는 점점 앞당겨지는 반면 관련 성교육은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청소년 임신율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청소년에게 콘돔을 보급하는 등 성관계 자체를 양지로 끌어올리자는 주장과 이런 대처가 10대의 성관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팽팽하게 맞서는 중이다.
래퍼 디아크의 전 여자친구 A씨는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넌 성관계를 요구했고, 난 그때도 거절했다. 피임기구가 없어 거절하는 나에게 끝까지 애원했다. 내가 강간이라고 말하자 멈췄다”는 글과 디아크와 누워있는 사진을 올렸다. 15살 디아크와의 성관계를 고백하는 글이었다. 미성년자가 성관계를 했다는 소식에 인터넷은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미성년자가 무슨 성관계냐”, “아동성범죄 아니냐” 등 댓글을 달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쇼미더머니777 게시판에도 “성추문 논란이 있는 미성년자 출연이 부적절하다” “청소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디아크의 하차요구가 빗발쳤다. 논란이 커지자 A씨는 이날 밤 인스타그램에 “이번 일을 초래한 제 성급함에 대해서 반성하고 당사자와 충분한 화해를 나눴다”고 해명 글을 남겼다. 이어 자신의 신상정보와 각종 추측이 난무한데 대해서도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를 인터넷 상에서 유출하고 이번 일과 관련이 없는 일로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채 함부로 거론하시는 것은 인간으로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심경을 호소했다.
◆미성년자 첫 성관계 나이 13.1세…절반은 피임 안해 두 당사자의 해명으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미성년자의 부족한 성의식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미성년자의 성관계 시작 연령은 점차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16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첫 성관계를 경험한 나이는 평균 13.1세였다. 상당수가 초등학생, 중학생 때 성관계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는 2011년 조사된 13.8세보다 0.7세 낮았다. 남성은 12.9세, 여성은 13.4세에 성관계를 처음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성관계를 경험한 이들 중 절반은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기준 미성년자 성관계 경험자의 피임실천율은 51.9%에 불과했다. 2013년(39%)에 비해 높아졌지만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다. 디아크 전 여자친구의 폭로글에서도 “피임기구가 없어 거절하는 나에게 끝까지 애원했다”는 대목이 등장해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10대가 임신에 이르면 상당수가 임신중절수술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본의 조사결과 2016년 미성년자 여학생의 ‘임신 경험률’은 조사대상 학생의 0.3%에 불과했다. 하지만 학생의 0.2%가 임신중절수술을 경험했다고 답해 임신한 학생 대부분이 중절수술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들 조사가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는 점을 들어 실제 학교를 포기한 학생들까지 더하면 성관계를 경험한 학생은 더 많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 ◆“보건시간 영상시청” 여전히 제자리 학교 성교육 질본 조사결과 지난해 기준 학생들의 성교육 경험률은 남학생 73.6%, 여학생 78.9%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남학생 65.2%, 여학생 71%)보다 개선된 수치지만 여전히 학교에선 보건시간에 성교육 영상만 틀어주는 등 전문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현재 초·중·고교에서 성폭력 예방교육 3시간을 포함해 학년별로 15시간 이상 성교육을 실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강의들은 바른 성에 대한 인식보다 피임법, 남녀신체의 차이 등을 알려주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전문성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학생들은 학교 교육대신 유튜브 등 영상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성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임신중절을 경험했다는 한 여성은 지난 7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집회에서 “학교에서 배운 ‘출산 후 100일 정도는 임신에서 안전하다’ ‘월경 후 1주일은 임신에서 안전하다’는 말을 철석 같이 믿었는데, 그 가르침은 제 몸과 전혀 맞지 않는 엉터리 지식이었다”고 기존 성교육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 3월 학교 성교육을 전면 손질하기로 했다. 2015년 내놓은 ‘학교성교육 표준안’이 그동안 왜곡된 성의식을 부추긴다며 여성계의 반발을 산 것도 전면 개편의 원인이 됐다. 교육부는 보건시간에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교육 대신 전체 교육과정에 성교육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성교육 교재·교수·학습 등 성교육 관련 개선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성교육 전문교사 양성에도 중점을 둘 예정이다. ![]() 그동안 쉬쉬했던 10대 성관계를 양지로 올려 피임, 성병 등의 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울시가 내놓은 ‘콘돔 자판기’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인권정책 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하며 청소년에게 콘돔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학교, 보건소 등 공공기관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콘돔 자판기를 시범운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보건교사들이 모인 단체인 ‘보건교육포럼’은 공개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월 성명을 내 “우리나라에서 성교육은 2007년 보건교육에서 의무적으로 다루도록 법률이 개정됐지만 사회적으로 감추고 싶어하거나 입시교육이 더 중요한 상황에서 부차적인 정책으로 미뤄져 왔다”며 “서울시가 이런 상황을 고려해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공공장소를 통해 콘돔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검토한 것은 그동안 금기시돼온 학교 밖 청소년의 성 문제를 오히려 공공의 문제로 끌어낸다는 의미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콘돔 자판기’를 지지했다. 반면 반발도 거셌다. 배치된 콘돔이 오히려 청소년의 성관계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계 시민단체인 ‘한국성과학연구협회’는 지난해 12월 성명서를 통해 “청소년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돕겠다는 것인데 콘돔 자판기가 진정 청소년을 위한 정책인가 묻고 싶다”며 “청소년들의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콘돔을 무책임하게 나눠주는 정책이 아닌 올바른 성가치관과 윤리의식 교육과 함께 책임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맞다”고 반발했다. 이런 논란 속에 결국 서울시가 지난 3월 공개한 ‘인권정책 기본계획’ 최종본에서는 ‘콘돔 자판기’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