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현의세상속물리이야기] 대기 순환 변화와 한반도의 폭염 단순한 푄 영향이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어/지구 순환에 기여하는 바람의 변동은 위험 입력 2018-08-09 17:05:23, 수정 2018-08-09 21:26:04 ![]() 푄 현상은 산악 지역을 넘어 내려오는 바람이 건조하고 따뜻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유럽 알프스 산맥 지역의 푄 바람, 미국 로키산맥에서 부는 치누크 바람이 대표적이다. 한반도에선 영동지역에서 태백산맥을 넘어 영서로 넘어오는 높새바람이 푄 현상을 대표한다. 최근 한반도 주변에 형성된 특이한 기압 배치와 지구 자전에 따른 편향력이 태백산맥을 넘는 동풍을 자주 형성하곤 했다. 동해에서 습기를 머금은 더운 바람이 태백산맥의 지형을 따라 올라가면 공기 부피가 팽창하면서 냉각된다.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 기체의 팽창이 일어날 때는 내부 에너지가 소모되기에 공기 온도는 내려간다. 이 과정을 단열팽창이라 한다. 입을 크게 벌리고 분 입김은 따뜻하지만 입을 좁게 오므리고 분 입김이 차가운 것은 공기가 구멍을 빠져나와 팽창하면서 냉각되기 때문이다. 산맥을 따라 올라오는 공기 온도가 낮아져 습기가 응결되면 산맥의 동쪽에선 비가 내리고 공기는 건조해진다. 이 바람이 산맥을 넘어 영서지역으로 하강하면 공기는 다시 압축되면서 따뜻해진다. 단열팽창의 역의 과정인 단열압축이 일어나며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어 본 사람들은 공기를 압축함에 따라 펌프 통이 따뜻해지는 걸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푄 바람은 산맥을 올라갈 때보다 더 뜨거운 공기로 변해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산맥 위에서 습기가 물방울로 응결될 때 동해에서 물이 기화하며 흡수했던 열이 잠열로 방출돼 바람을 데우기 때문이다. 이렇게 형성된 뜨거운 공기가 분지 구조의 홍천에 정체되면서 사상 최고 기온이 기록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국지성 바람이 이번 폭염의 원인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고기압 배치가 바뀌면서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행성 규모의 바람 순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대류권 끝인 고도 10km의 상층에는 높은 기압 차이로 동에서 서로 구불거리며 흐르는 좁은 고속의 바람 띠, 즉 제트기류가 형성돼 있다. 중위도를 중심으로 남과 북에 각각 아열대 제트기류와 한대 제트기류 등 두 종류가 존재한다. 제트기류들은 중위도와 아열대 지역의 날씨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들의 위치와 패턴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날씨 예보의 중요한 요소라 한다. 통상 여름철 한반도의 대기 순환에 기여하는 아열대 제트기류가 약화되면서 대기 흐름이 정체된 것을 올여름 폭염의 원인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지구온난화로 북극이 따뜻해짐에 따라 최근 겨울철 북극의 찬 공기를 막아주는 한대 제트기류가 약화됐고 이것이 지난 몇 년간 우리가 경험한 겨울철 한파를 일으켰다고 한다. 전 지구적 순환에 기여하는 대규모 바람의 변동은 앞으로 우리가 겪을 폭염과 한파를 더 극단적이고 예측하기 힘든 양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구의 기후 안정성을 뒤흔드는 양의 되먹임이 가속화되면 인류는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상 최대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임이 확실하다. 고재현 한림대 교수·물리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