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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론 대응 기준된 드루킹의 정치성향 분석표 있었다

[추적스토리-드루킹의 사이버 히스토리②-ⓓ]'정치성향 가치분포도'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네이버에서 댓글 추천수 등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48)씨가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세력의 여론 대응활동에 기준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요 정치인 또는 그룹의 ‘정치성향 가치분포도’ 자료가 있었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김씨의 페이스북을 확인한 결과 2017년 9월3일자 페이스북에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주요 정치인 등 개인과 조직의 정치성향을 분석한 정치성향 가치분포도가 게시돼 있다.

수평축은 공생추구와 약육강식 추구의 정도에 따라, 수직축은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기반 정도에 따라 나누어진 이 표를 두고 김씨는 ‘비야르레알에 기반한 정치성향 분석표’라고 소개했다.

이는 축구 마니아들을 위한 커뮤니티 ‘사커라인’의 회원인 ‘비야르레알’이라는 블로거가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만들어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정치성향 테스트 툴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이 도표를 통해 자신과 같은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왜 노조(노동조합)나 메갈(메갈리아)을 옹호하는 정의당이나 천성산 도롱뇽에게 이질감을 느끼는지, 또 추미애·김민석·김어준류와 왜 극복할 수 없는 거리감이 있는지, 이재명과 손가혁(손가락혁명군, 이재명 지지자 모임) 부류가 왜 일베충(일간베스트저장소 이용자를 비하하는 용어)처럼 느껴지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가 살아있을 때의 동교동(김 전 대통령 가신그룹)은 좌하단에 존재했지만 DJ 사후 우하단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이재명은 과거 1990년대 반DJ 운동을 하던 인간으로 원래는 좌상단에 있다가 보다 우측 아래로 이동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공개한 도표에 따르면 공동체주의를 기반으로 공생을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김씨가 직접 개설하고 운영했다고 알려진 커뮤니티 카페 ‘경공모(경제적 공진화를 위한 모임)’가 자리하고 있다.

그 주위에 경공모 보다는 공동체주의도, 공생주의도 덜하지만 친문(문재인계),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이 모여 있다. 김씨가 이 표를 분석할 당시 ‘친여권’ 성향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정반대로 반사회적 집단과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는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약육강식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분석돼 있다.

보수 성향의 자유한국당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공동체주의를 기반으로 하지만 강한 수준의 약육강식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분류돼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앞선 두 조직보다 공동체주의는 덜하면서도 더 강한 약육강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류했다.

올해 2월 바른미래당으로 통합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 이 전 대통령보다는 공동체주의도 덜하고, 약육강식 추구하는 정도도 약하다고 보고 있다.

도표에 따르면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유시민 작가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 온라인 커뮤니티 ‘오유(오늘의 유머)’는 공동체주의는 많이 부족하지만 공생을 추구하는 편에 속해 있다.

‘김어준류’, ‘손가혁’, 이재명 전 성남시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느 방향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축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김씨는 그동안 이 전 시장과 추 대표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추 대표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발목만 잡아 왔던 추미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항하는 추미애 발 쿠데타’ 등의 표현을 쓰며 공격했다. 또 이 전 시장에 대해서도 ‘이 양반 정말 도지사라도 되고 나면 무슨 짓을 할지 걱정’이라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김씨의 정치성향분석표는 김씨와 그의 그룹의 여론 대응활동에 근거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사진=드루킹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