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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산단 폐공장부지 문화공간 ‘탈바꿈’

25년 방치된 쏘렉스 공장 건물 팔복예술공장으로 다시 태어나 / 13개 작가팀 입주… 창작 지원/지역민 예술교육 프로그램 진행

전북 전주시 산업단지 내 폐공장 부지가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예술인들의 색다른 창작공간이자 시민들에게는 품격 높은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예술놀이터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25일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에 따르면 최근 팔복동 전주산업단지 내 옛 쏘렉스 건물에서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팔복예술공장 개관식을 갖고 이를 기념하는 특별전시전에 돌입했다. 팔복예술공장은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하다 디지털 음원 확산으로 폐업한 뒤 20년 이상 방치된 쏘렉스 공장 건물(연면적 4153㎡)에 2016년부터 국비 등 사업비 50억원을 들여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이 공장은 1969년 조성된 팔복동 제1산업단지 내 부지 1만4323㎡에 지상 2층 건물 2개동에서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했다. 하지만 음원시장의 디지털화로 사양길에 접어들어 1992년부터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공장을 이전한 이후 지난 25년간 방치돼 일대 슬럼화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전주시는 노후 산업단지에 문화재생의 씨앗을 뿌려 일대 근로자와 주민이 편안히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화 사업’을 추진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앞줄 가운데) 등이 23일 개관한 팔복예술공장 컨테이너 브리지에서 폐공장을 활용한 공간구성을 살펴보고 있다.
전주시 제공
그 첫 번째 결과물인 팔복예술공장은 예술창작공간과 예술교육공간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먼저 개관한 예술창작공간에는 공모를 통해 선정한 프랑스(예술비평), 대만(퍼포먼스) 등 국내외 예술작가 13개팀이 입주했다. 이들에게는 개별 창작공간과 함께 다양한 창작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예술교육공간은 올해 추가로 20억원을 들여 남은 1개의 건물에 조성한다. 이곳에서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생, 성인, 주민, 근로자 등 다양한 연령·분야별 눈높이에 맞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두 공간을 잇는 컨테이너 브리지에는 ‘백인의 서재’와 포토존을 배치했다. 백인의 서재에서는 예술가들이 선정한 인생의 책을 만나볼 수 있으며, 포토존은 아날로그 흑백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마땅한 쉼터가 없는 산업단지 근로자들과 주민들이 편안하게 차를 마시며 과거 산업화 시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카페테리아(써니)와 예술가들의 창작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아트숍도 문을 연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가장 낙후된 공단에 문화예술의 혼을 불어넣어 근로자와 주민 모두가 즐거운 예술놀이터가 탄생했다”며 “예술 창작과 교육을 통해 새로운 문화 중심지이자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팔복예술공장은 개관을 기념해 입주작가 등 지역 예술인 26개 팀이 참여한 특별전을 오는 5월7일까지 45일간 진행한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